[Opinion] 어느샌가 용기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영화]

글 입력 2022.03.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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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Round'. '술 한 잔 더 돌려' 정도로 해석된다. 덴마크어의 영화 원제 'DRUK' 또한 술을 의미하는 덴마크어이며 음료 마실 때 내는 의성어를 표현하는 의미로도 쓰인다고 한다.

 

얼핏 보면 술에 관한 영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술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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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역사 교사 마르틴, 체육 교사 톰뮈, 심리학 교사 니콜라이, 음악 교사 페테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마르틴은 집에서 가족과도, 학교 수업에서 학생들과도, 매일 별다를 것 없이 똑같고 지루한 생활을 보낸다. 학교에서는 아무도 마르틴의 역사 수업을 듣지 않으며 아내에게도 예전과 달라졌다는 말을 듣는다. 마르틴은 아내에게 묻는다. 내가 지루하냐고. 본인도 분명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이 무망하고 지난한 삶에 대해 감각하고는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몰랐을 터이다.

 

체육 교사 톰뮈 또한 가족 없이 늙고 병든 개 한 마리와 살며 외로움을 느끼고, 니콜라이도 끊임없이 오줌을 싸는 아기들과 살며 하루하루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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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루한 삶을 살던 그들, 새로움에 관한 설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살아있기 때문에 사는 느낌이랄까. 살아내는 게 아니라 살아져 가는 듯한, 그저 생이 주어져 있기에 사는 듯한 그들의 삶에 새롭고도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노르웨이의 한 심리학자가 말했다. "모든 인간은 0.05% 혈중 알코올 농도를 가지고 태어난다. 매일 이를 유지하면 창의적이고 용감하게 만든다."

 

이 명제를 실제로 실험하기 위해 넷은 레스토랑에서 술을 마신다. 이때 마르틴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 마르틴이 걱정되어 무슨 일인지 묻는 친구의 물음에, "별일 없어"라는 대답.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위태로운 상태가 아닐까 한다. 평소엔 별일 없다는 말을 들으면 평화롭고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 느끼겠지만, 이들의 삶에 빗대어 보니 참 무서운 말이기도 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인생 자체에서도 특별하고 새롭고 가슴 떨릴 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방증이니까.

 

새로울 것이 없다는 사실이, 문득 무섭게 느껴졌다. 나이가 들어 그런 것일까, 뭐든 쉽게 도전해볼 용기를 잃어서일까.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게 두렵다. 무수한 현실을 겪었기에 지레 겁을 먹어버린다. 그리고 누리고 있는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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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은 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일터인 학교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이에 더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알코올 농도를 찾기 위해 실험을 이어나간다. 알코올의 힘을 빌려 그들은 더 활기차고 새로운 수업을 펼쳐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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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실험을 할 때, 마르틴이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알코올 농도가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술에 취해 있지 않아도, 그 너머의 무언가가 있다며, 자기는 그걸 느낀다고 했다. 이 장면이 특히, 이 영화가 술을 넘어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를 알려주는 장면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마르틴이 아이들, 아내와 함께 카누를 타고 캠핑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였다.

 

술을 마시는 행위는, 평소에 가질 겨를이 없었던 용기를 내게 해주는 수단 또는 명분일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마르틴은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했고,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열정을 가졌고, 자기의 생을 다채롭게 꾸려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계속 반복되는 일상과 지쳐버린 시간들에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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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What A Life 라는 노래가 흘러 나오며 마르틴을 연기한 매즈 미켈슨이 추는 춤은 이 영화를 또 보러가고 싶게 만든다. 술을 뿌리고 춤을 추며 졸업을 축하하는 학생들을 배경으로 매즈 미켈슨이 아무 대사 없이 벤치에 앉아 생각하는 장면은 인생에서 참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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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청춘과 젊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든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고등학교 선생님이고 매일 학생들을 보는 만큼, 영화에서는 청춘과 중년의 삶을 대비시켜 보여준다. 맥주 마시기 대회를 즐기며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젊은 청년들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러다 갑자기 시끄러운 웃음소리들이 멈추고 검은 화면이 등장한 후, 어두운 집에서 말 한 마디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중년 마르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함께 선생님들과 학생들, 즉 청춘과 중년은 하나가 되어 마구 뒤섞인다. 이 장면을 통해 청춘은 단순히 나이만으로 정의내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한 아주머니께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드리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렸을 때는 넘어지는 게 겁이 안 나서 그래요, 어른이 될수록 넘어지는 것에 두려움이 있잖아요." 돌아보면 어릴 때는 아무 걱정 없이 뭐든지 냅다 시작했던 것 같다. 살아갈수록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이 괜히 내가 누리던 무언가를 잃는 것 같다는 생각이 늘어가고, 영화 주인공들처럼 아예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는 술이 이들을 다시 일어나게 만들었지만, 우리들에게는 어떤 것이 느닷없이 우리에게 용기를 줄지 모른다. 새로운 경험일 수도, 새로운 사람일 수도, 아니면 정말 생각지 못한 무언가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한 번쯤은 단조로웠던 일상들을 돌아보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그리고 용기는 단순히 젊은이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자신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자 모두가 진정으로 젊음을 누리는 청춘이 아닐까.

 

상영관이 몇 안되지만, 아직까지 영화관에서 상영 중이다. 왠지 모르게, 그냥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용기와 자신감이 바래버린 듯한 감정을 느낀다면 이 영화를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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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비홍방
    • 이글도 잘읽었습니다 어나더 라운드 참고해서 꼭봐볼게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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