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집사와 고양이의 이별 여행 [도서/문학]

'고양이 여행 리포트를 읽고
글 입력 2022.03.0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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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고양이라는 존재는 참 좋다. 복슬복슬한 털 살랑살랑 꼬리 예상할 수 없는 자유로움과 도도한 성격까지 갖춘 미워할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는 굉장히 미묘하다.

 

개는 주인을 ‘주인님’으로서 지켜야 할 존재로 보지만 고양이는 글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고양이는 자신이 인간보다 우위에 서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러한 고양이의 도도한 습성마저 사랑한다. 챙겨주던 길고양이가 자신을 따라와 입양을 결정할 때 흔히 ‘간택을 받는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곤 한다.

 

이곳에도 간택을 받은 인간이 있다. 어딘가 비밀스러운 집사와 그의 차를 좋아하는 고양이의 여행을 들여다보자.

 

 

왜건.jpg

 

 

 

"사토루는 이동 장을 들고 은색 왜건에 올랐다."



길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아직 이름이 없는 고양이는 오늘도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은색 왜건의 보닛 위에서 햇빛 샤워를 즐기고 있다 한 인간을 만난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인간에게 낯을 가리던 고양이는 다가오는 인간에게 서서히 정을 붙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서서히 친해지던 두 존재는 사고로 다리를 다친 고양이가 인간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자신의 집사로 받아들여 ‘나나’라는 이름으로 인간 ‘사토루’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5년의 세월이 흐르고 사토루는 나나를 태워 여행을 떠난다. 주요 여행지는 사토루의 친구들. 사토루는 그간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을 만나 그간 풀지 못했던 회포를 풀고 나나를 친구들에게 소개해준다. 나나는 사토루의 친구들을 탐색하며 자신은 몰랐던 사토루의 과거를 하나씩 알게 되고 사토루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나나를 맡아 줄 수 있냐고 묻는다. 마치 사토루가 어딘가 멀리 떠날 것처럼 말이다. 여행이 진행될수록 나나는 느낀다. 사토루가 오래 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익숙했던 동네, 좁은 사토루의 방을 벗어나 나나는 다양한 자연과 인간들을 마주한다. 해산물이 잔뜩 나오는 바다, 들판, 사토루 부모님의 묘, 하늘의 쌍무지개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사토루와 나나는 마지막으로 사토루의 이모인 노리코의 집에서 마무리된다. 여행을 마지막으로 건강이 너무나 나빠진 사토루는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매일 매일 사토루를 보기 위해 노리코의 집에서 나와 병원 앞에서 자리를 지키던 나나는 사토루와 이별을 하게 된다. 사토루의 장례식에서 다시 만난 인연들은 사토루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나나 또한 마찬가지다. 사토루의 죽음 이후 노리코가 데려온 새로운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언젠가 다시 사토루를 만날 때까지 살아갈 것이다.

 

 

쌍무지개.jpg

 

 

 

"죽음"이라는 이별은 마주한 우리들


 

사토루의 인연과 나나가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생은 수많은 이별의 연속이다. 친하던 친구가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거나, 연인과 헤어지기도 하고 좋아하던 가게가 사라져 다시 못 가는 일이나 오래 써오던 물건이 사라지거나 부러져 다시 쓸 수 없게 되는 것 또한 소소하지만, 이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중 죽음은 생명에게 있어 다소 큰 영향을 주는 이별이 아닐까. 죽음으로부터 오는 상실감과 슬픔은 사람을 무너뜨려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되는 예도 있다. 죄책감, 상실감, 분노 등 무거운 감정들에 짓눌려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것이다.

 

반려동물이 그렇다. 언제까지고 함께할 것만 같았던 이를 먼저 떠나버리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에게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다른 생명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른다. 동물 또한 마찬가지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고양이는 9개의 목숨이 있고 환생을 할수록 다양한 주인을 만나 허공을 쳐다보며 딴청을 피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추억하듯 동물들도 그렇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또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지평선 너머에서 만날 것이다.

 

- 고양이 여행 리포트 中

 

 

이 책의 인물들은 사토루를 떠나보냈음에도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친우를 잃어 슬프지만 모두 모여 그와 있었던 이야기를 풀며 추억한다. 슬픔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 다음으로 나아간다.

 

생명은 강하다. 무너지기도 하지만 끝까지 버텨내어 더욱더 단단하게 성장한다. 이별했다는 것은 이전에 만남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별 이후 새로운 만남 또한 있을 것이다. 그것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고 또 다른 의지를 얻어 더욱더 강하게 마음먹고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언젠가 다시 만나면 내가 이렇게 강해졌노라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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