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드럼의 자리에서 대답하기. [음악]

드러머 마누엘 바이얀드 앨범 [Rejoinder]
글 입력 2022.03.0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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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마누엘 바이얀드.jpg

 

 

Manuel Weyand – Rejoinder


드럼의 자리에서 대답하기.


마누엘 바이얀드의 안정감 있는 연주는 어느 무대에서나 빛을 발한다. 적어도 필자가 직접 목격한 수차례의 공연만 해도 그랬고, 거의 매주 펼쳐지는 클럽의 라이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재즈 아코디언 연주자 제희, 피아니스트 폴 커비와 임미정, 색소폰 연주자 이용석... 마누엘 바이얀드와 함께한 연주자들의 이름이 그에 대한 믿음을 말해준다. 이런 연주자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준비해 온 첫 번째 리더 작 [Rejoinder]를 발표했다.

 

리듬 섹션의 덕목은 (그것이 의도적이지 않는 이상) 흐트러지지 않는 템포로 곡의 근간이 되는 동시에 주선율을 연주하는 악기의 호흡에 유연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일 터. 그렇다면 드럼 연주자 마누엘 바이얀드는 이번 앨범에서 무엇을 기점 삼아 나아갔을까. 그 실마리는 앨범의 제목에서 드러난다. 바로 ‘답변(추임새)’이다. 그는 드럼의 자리에서 대답하기를 기꺼이 택했다. 가장 적합한 위치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은 그가 2013년에 한국으로 오기 전 뉴욕에서 연주생활을 했던 10년에 대한 정리의 의미도 있다. 일단 탁월한 연주자들과 함께 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바이얀드의 드럼처럼 굳건하게 리듬을 지키면서 여유 있는 솔로를 들려주는 베이스의 피터 워싱턴과 앨범의 기조를 세심하게 따라오는 채드 레프코비츠 브라운의 색소폰, 복잡하지 않고 정확한 연주로 리듬 섹션의 역할을 십분 다하는 데이비드 하젤틴. 이들은 스윙 리듬 위에서 차분한 어조로 스탠더드와 바이얀드가 선별한 곡들을 연주한다. ‘A.D.Bossa’는 하젤틴의 곡으로 피아노가 조금 더 앞으로 나와서 곡을 이끌고 간다. 바이얀드 특유의 작은 볼륨의 세밀한 드러밍이 살랑거리는 보사노바 리듬을 유려하게 만들어낸다.

 

‘Never Let Me Go’의 경우 초반부 헤드 멜로디는 클라이맥스에서 줄 법한 텐션을 유발하고 이후 느린 템포로 진행하다가 말미에 페이드아웃 되면서 이를 천천히 해소한다. 이 곡을 앨범 중간의 소품곡처럼 활용한 느낌이다. 보다 역동적인 제롬 컨의 ‘Nobody Else but Me’ 역시 곡 길이는 길지 않지만 무대에서 즉석으로 맞춘 호흡이 기분 좋게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경직되지 않은 피아노 솔로와 드럼이 편안하게 이어진다.


이 앨범으로 바이얀드를 처음 접한 청자들에게는 그의 어법의 다양함에 대한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일반적으로 리더 앨범이라고 하면 작곡을 통하거나 자신을 보다 드러내는 연주로 존재 증명을 하기 때문일 텐데, 바이얀드는 그런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첫 리더 앨범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가능한 다양하게 보이려고 하는 대다수의 방식과도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바이얀드가 추구하는 방식이 드럼의 자리에서 대답하는 것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어떤 종류의 자아보다 음악이 먼저 도착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노골적인 자기표현에 피로감과 기시감이 느껴지는 여러 앨범들 사이에서 반갑게도 ‘음악적인’ 앨범이 찾아온 것이다. 결국 이 점이 그 어떤 이야기보다 음악을 재생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이 힘은 적은 수의 연주자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것이다.


*부기: 마누엘 바이얀드의 파워풀하고 다이내믹한 드러밍이 궁금하다면 제희 퀸텟의 [WARP DRIVE]에 수록된 ‘Tanzanian Hitchhiking’을 들어보길 권한다. 이렇게 많은 걸 할 수 있는 연주자가 자신의 판단하에 무언가를 과감하게 덜어내고 방향에 맞는 선택을 한다는 사실이야말로 그가 누구보다 원숙한 연주자임을 방증한다.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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