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꾸는 청춘의 노래: 틱, 틱... 붐! [영화]

이게 인생이야, 보보!
글 입력 2022.02.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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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이야기가 만나 탄생하는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다. 앤드류 가필드가 피아노 앞에 앉아 홀로 핀 라이트를 받고 있는 포스터를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었다는 뜻이다.
 
<틱, 틱…붐!>은 뮤지컬 <렌트>의 작곡가이자 연출가 조너선 라슨의 이야기를 담은 전기 영화이자 뮤지컬 영화로, 뮤지컬 작곡가이면서 연출가 린 마누엘 미란다가 감독을 맡아 제작되었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 <해밀턴>,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모아나>, <엔칸토: 마법의 세계>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작곡가이자 연출가, 배우로서 활동하고 있는 린 마누엘 미란다 감독의 화려한 경력과 경험들을 통해 조너선 라슨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는 조너선 라슨이 무대에 오른 <틱, 틱… 붐!>의 공연 장면과 그의 삶의 장면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 만큼 더욱 생생하게 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앤드류 가필드 배우의 열연 뿐만 아니라 가창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말도 빼놓을 수 없다. 저절로 그를 따라 흥얼거리게 되는 음악을 통해 서른을 앞두고 꿈과 사랑, 우정 안에서 느끼는 고뇌와 혼란, 두려움, 그리고 그것들을 헤쳐 나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보다 생생하게 지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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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이 되는 두려움 그리고 사랑

 
서른을 맞이하는 생일을 앞두고 있는 조너선 라슨의 귀엔 자신을 재촉하는 것만 같은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린다. 그는 장장 8년 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뮤지컬 '슈퍼비아'의 워크숍이 그의 인생을 뒤바꿀 기회가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넘버를 완성하지 못해 부담감에 차 고뇌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바쁜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와중에 애인과의 관계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절친한 친구와도 오해가 쌓인다. 이 모든 것들 것 감당하기 버거워 머리라도 쥐어 뜯고 싶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냉정히 흘러 워크숍 당일이 성큼 다가온다.
 
그렇게 어렵사리 완성된 '슈퍼비아'는 워크숍 이후 많은 제작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만 예술성이 짙다는 이유로 브로드웨이 공연을 올리지 못하게 되고 조너선은 좌절한다. 그러나 곧 다시 일어나 다음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고, 그렇게 <틱, 틱… 붐!>과 <렌트>가 만들어지게 된다.
 
조너선을 둘러싼 많은 사람과 시선, 주어진 과제, 그리고 그가 느끼는 부담감과 불안, 걱정은 우리 자신에게 늘 주어지는 질문과 난제를 떠올리게 한다. 돈벌이가 되는 광고업과 배고픈 예술가 사이에서의 갈등 상황은 그리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고전적이고 뻔한 저울질이 우리에게 지우기 힘든 미련과 후회를 남기곤 한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으므로 그의 편에 서서 함께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때로는 두려움, 때로는 사랑으로 움직이는 매우 인간적인 조너선의 삶을 통해 불완전하고 위태롭기만 한 환경 속에서도 멈춤 없이 나아가는 숱한 청춘의 모습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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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예술이 되는 시선

 
영화 속에서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사운드 트랙은 영화의 포문을 열며 서른 살의 생일을 마주하고 시달리는 압박감을 노래한 '30/90'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작은 파티에서 유쾌하게 시작되는 'Boho Days'였다.
 
'30/90'은 조너선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시계 초침 소리를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몰아치는 피아노로 표현했다. 이를 주축으로 펼쳐지는 밴드 사운드는 당장 내일 모레 서른을 앞두고서도 여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조너선의 조급한 마음을 경쾌하게 대변한다.
 
반면 'Boho Days'에서 조너선은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편안한 표정과 무드로 '이게 인생일까?' 묻고, '이게 인생이야!' 답한다. 주방에서 샤워하고, 변기는 벽장 속에 있을지 언정 그런 일들마저 유쾌한 에피소드로 변모 시키고, 음악에 관심 없던 사람까지도 사로잡는 그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 조너선 라슨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든 기분 좋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노래하는 것들은 누구든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조너선은 언제나 자신이 잘 아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일하고 있는 일요일 아침의 식당과 손님들, 정제된 설탕, 룸메이트였던 많은 친구들, 멋지고 화려한 아파트와 삶에 대한 선망, 그가 느끼는 날카롭게 벼려진 사랑과 우정까지. 조너선을 둘러싼 사사로운 일상은 그의 영감이 되고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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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조너선이 바라보는 세상을 똑같이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누구나 같은 세상을 보는 것은 아니니까. 이 영화는 그의 삶을 이루는 아주 작은 것들이 노래가 되고, 다시 그들이 모여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는 지난하고도 아름다운 과정을 보다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다.
 
누구나 그가 되어,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삶을 어떻게 즐기고, 가끔씩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좌절 뒤에도 끊임없이 나아가는지에 대한 어느 예술가의 시선과 자세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다. 바로 이 영화를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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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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