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워터마크가 거슬리셨었나요? - 게티이미지 사진전

이미지 과생산/과복사 시대에 사진의 가치
글 입력 2022.02.0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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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gettyimages’ 로고를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괜찮은 고화질 사진 하나 건지나 했더니 대문짝만한 워터마크가 찍혀있어서 말이다.

 

누구든 촬영 가능했던 공개 행사 사진을 왜 굳이 게티이미지만 저렇게 큰 로고로 박아 놓는 건지, 분명 저작권을 존중해야 한단 건 알지만 그럼에도 괜스레 눈엣가시였던 것이 바로 저 ‘게티이미지’였다.


그럼에도 게티이미지를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확성과 고품질이었다. 찾고 싶은 인물의 이름, 날짜, 장소. 몇 가지 키워드만 입력하면 그들이 언제 무엇을 했는지 대부분의 정보가 발굴됐다. 수십 년 전 사진을 늘 고화질로 찾을 수 있다는 것도 거대한 매력 중 하나였다.


아마 현대인에게 게티이미지란, 분명 사진이 좋긴 한데 워터마크가 좀 (많이) 거슬리는, 그래서 오히려 로고를 보자마자 자동반사적으로 ‘게티가 또..!’ 하게 되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이런 게티이미지의 ‘이미지’를 바꾸기엔 이 전시가 탁월하다. <게티이미지 사진전>은 이미지 과생산/과복사 시대에 다시금 사진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방대한 아카이브를 통해 사진이 가진 고유한 기록성과 예술성, 그것이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찬찬히 되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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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나간 역사의 보관


 

사실 게티이미지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회사의 설립일은 겨우 1995년이다.

 

그럼에도 게티이미지엔 방대한 역사 자료가 많다. 1920~40년대 성행했던 사진 잡지사와 아카이브 회사를 다수 인수했기 때문. 헐튼 아카이브, 베트만, 픽처 포스트, 코비스 등의 저작권을 사들이며 아카이브 규모를 확장했다.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이 게티이미지가 택한 첫 번째 방법이다. 전시의 본격적인 시작은 흑백필름을 사용했던 1900년대 초반부터이다. 숱한 전쟁의 시대였던 당시의 사회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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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폭격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도 묵묵히 서로를 돕고자 하는 소녀와 사제의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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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과학자의 짓궂은 표정


 

아직 컬러 필름이 발명되기 전이었기에 흑과 백으로만 담아야 했던 사진들. 절묘하게 조절한 노출값과 구도만으로 그려낸 것들이다. 색을 상상하는 동시에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떠올려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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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참혹함 박제하기



두 번째 섹션 [현대르포의 세계 – The Latest News]에선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일어났던 현대전쟁과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환경문제를 포착한다. 폴라 브론스타인, 마리오 타마, 벤저민 로위, 브렌트 스터튼, 존 무어, 크리스 혼드로스. 세계적인 사진작가 여섯 명의 작품들이다.


여섯 작가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표출하지만 그럼에도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참혹함’이란 키워드일 것이다. 그들이 다녀온 지역들은 대부분 폭격에 의해 건물이 부서졌고, 유혈이나 부상을 당한 이들이 있으며, 총 따위의 무기가 널려있다. 폭력, 빈곤, 장애, 학살 등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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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으로 분신자살을 시도하다 화상을 입은 열여덟의 아프가니스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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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콩고의 고릴라


 

왜 굳이 이런 끔찍한 것들을 남겨야 할까? 단지 가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를 동정하기 위함일까?

 

그보단 지금 이 순간의 참혹함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겠다는 의도가 더 강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전쟁과 학살이 후에 어떤 평가를 받던 간에, 당장 실존하는 희생자가 있었다는 것을 기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폭격이 터지고 전염병이 유행하며 죽음이 서려있는 위험한 곳에 목숨을 자처하고 달려갔었던 것. 동시대 역사를 기록해야 할 언론인으로서의 의무감과 직업정신이 돋보였던 섹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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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히스토리 로드 (History Road)


 

세 번째 섹션 [기록의 시대 – The Age of Records]는 역사를 되짚어가며 걸어가는 길이다. 넓은 공간에 사진들이 일렬로 늘어져 있고, 관람객들은 차근차근 그 길을 밟아나간다.


길을 걷는 동안 여러 사건, 순간, 인물들이 스쳐간다. 인류가 쓸 상업전기를 처음 발명하고 있는 과학자(테슬라), 프랑스를 점령하고 그 랜드 마크인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독재자(히틀러)처럼 말이다.


특히 이 섹션은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며 너무나 익숙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의 과거를 보여준다. 평화, 인권, 여성권, 노동권, 부유, 민주주의 같은 것들이 얼마나 치열한 싸움과 희생을 통해 도달한 것인지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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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시대 이주 노동자 어머니

 

 

최초의 여성 마라토너를 끌어내기 위해 우악스럽게 옷을 잡아당겼던 남성 감독의 비열함은 지금의 우리에게 분노와 의지를 표명할 힘을 준다. 대공황 시대 형용할 수 없는 수심이 가득했던 어머니의 표정은 건실한 사회가 꾸려져야 할 필요성을 짧고 강하게 설파한다.


현재를 더 생생하게 하는 과거. 게티이미지의 히스토리 로드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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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전시는 팬데믹 시대를 기리며 서슴없이 타인과 접촉했던 한때를 보여주며 마쳐진다. 거진 한 세기를 거슬렀던 긴 기록물이었다.


게티이미지 사진전은 ‘기록’의 위대함과 필요성을 증명해낸다. 과거를 박제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을 토대로 현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희생자들을 위로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의 사진들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살아있는, 그리고 살아있었던 역사이기 때문이다.


전시를 다 보고 나면, 아마 더 이상 게티이미지 로고가 거슬리지 않을 것이다. 별 거 아닌 사진에도 왜 굳이 로고를 박아 놨냐 한다면, 훗날 이 또한 과거의 증거가 되어 미래를 환기시킬 것이란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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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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