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세상의 모든 별종들을 위한 노래 - 새소년 '비적응' [음악]

글 입력 2022.01.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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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의 두 번째 EP [비적응]은 적응에 맞서는 대안적인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사회로부터 주어진 가치에 무비판적으로 적응하지 않고 무엇인가가 건강한 지 병들었는지, 착한지 나쁜지, 혹은 아름다운지 추한 지에 대해 스스로의 기준을 갖고 판단하는 것이다.


동시에 비적응은 부적응에 맞선다. 적응하지 '못한 (부-)' 채로 남아 사회와의 공존을 포기하는 부적응과 달리 스스로 적응하지 '않음 (비-)'을 선택하는 비적응은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을 추구한다.

 

- 새소년, '비적응' 앨범 소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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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새소년 '비적응' 앨범 커버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멎을 줄 모르는 열정을 좇는 방랑자의 여정은 외롭다. 때론 별종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들을 향한 비웃음과 손가락질은 어딜 가도 그칠 줄을 모른다. '세상에 부적응한 채 홀로 거리를 헤매는 유별난 사람들', 그들이 조금이라도 입을 떼는 순간 모두가 귀를 막는다.

 

새소년은 '부적응'에 맞서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비적응'을 제시한다. 모든 것이 납작하고 밋밋해진 세상에 물들지 않으려는 이 '유별난 사람들'의 무언의 저항. 그리고 그것이 초래하는 낯선 절망을 양분 삼아 마음이 단단하게 익어가도록 기다리는 일. 이 선명한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은 결코 삶에 대한 단순한 도피가 아니다. 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죽어가는 생각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으면서도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주체적 삶의 회복이다.

 

'비적응'은 2020년 2월에 발매된 새소년의 두 번째 EP 앨범이다. 최근에 발매된 앨범은 아니지만, 남들과 달리 무엇이든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슬럼프를 겪던 시절 내게 큰 힘이 되어준 곡들이 담겨 있는 고마운 앨범이다. 그래서 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이 앨범이 위로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적응'이 전하는 메시지를 함께 향유해 보고자 한다.

 

 

 

심야행


  

 

 

난 가끔, 가끔 

정말 모든 게 무서워

눈을 꼭 감아버려


덜컹덜컹 지나간 오늘의 언덕 

저무는 하루 토해낸 공허함


아무것도 없었던 빈 연기를

끌어안고서 한참을 있었어

 

- 새소년, '심야행' 중

 

 

'심야행'은 어지러운 발걸음으로 삭막한 밤을 헤매는 방황의 과정을 그린다. 새소년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을 심야행 열차를 타고 떠나는 여정에 비유한다.

 

'심야행'을 들으며 상상한 열차 밖의 풍경은 동적이면서도 정적이며, 소란스러우면서도 고요하다. 어둠 속에서 사라져버린 낮의 형태는 아득하고, 아무리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밤하늘의 공허함은 차갑고 묵직하게 스민다. 순응적인 삶에 적응된 메마른 얼굴들로부터 느껴지는 냉기, 옅게 희석되어 버린 개인의 향기들. 우리의 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새소년은 절망의 아릿한 감각을 온전하게 부르짖는다. 입을 틀어막고 남몰래 절규하는 우리 사회의 '별종'들의 외로운 아픔을 노래한다. 'real night to realize'. 노래의 가사처럼, 적응에 맞서는 밤은 별빛 하나 없이 깊고도 긴 고뇌의 시간이다.

 

 

 

집에


 

 

 

어느새 길들여진 내 하루에

저릿한 두 다리

바람을 가르는 내 더러운 발

뚜렷한 도시의 빛

알수록 더 모르겠는 건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갈수록 더 아득해진 건

자 돌아갈 곳은 어디

 

- 새소년, '집에' 중

 

 

'집에'는 창백해진 얼굴로 지친 몸을 이끌며 배회하는 이의 쓸쓸한 뒷모습을 연상시킨다. 밝은 웃음으로 애써 숨겨두었던 처절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어떠한 왜곡 없이 전달하는 황소윤의 보컬이 인상적인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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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에' M/V 캡처

 

 

'뚜렷한 도시의 빛'과 대비되는 '흐릿해진 몸'. 해어져 버린 마음을 안고 쉴 곳을 찾지만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야 할지 알 수 없다.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대한 향수는 망각되지 않는 통증으로 남는다.

 

개인적으로 이 곡을 들으며 나에게는 어떤 '집'들이 있었는지 돌이켜보았다.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유년 시절이나 한때 삶의 동력이 되었던 꿈과 목표들, 혹은 항상 곁을 지켜주던 소중한 누군가였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이러한 '집'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맨발로 거리를 헤매던 비적응의 순간이 한 번쯤은 존재했을 것이다.

 

'집에'를 들을 때면 괜찮다고 말하는 와중에도 괜찮아 보이지 않았던 이들의 억지스러운 쓴 미소를 떠올린다.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집의 빈자리는 아마 쉽게 채워지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이젠 슬픔에 빠진 눈빛들을 마주해도 힘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힘낼 수 없는 것이, 괜찮지 못한 것이 당연한 순간이기에 오히려 마음껏 아파하는 비적응을 선택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이방인


 

 

 

거리에 흘려둔 달을 즈려밟은 사내

주머니엔 비밀

미지의 사람들에게 짓밟혀 이만큼

구겨진 코트

등 위를 걸어 다니는 가려운 발자국

비웃는 아이들

놀라 멈춰버린 말과 시끄러운 밤 냄새

다시 내뱉는 거짓

떠나는 기분을 넌 아나요

난 아무도 모르는 얘길 하고

네 초점 없는 눈 사이로

난 갈 곳이 없었지

 

- 새소년, '이방인' 중

 

 

한 사내가 고개를 떨군 채 시끌벅적한 밤거리를 걷는다. 어디에 가도 눈총을 맞는 그의 곁을 지켜주는 유일한 존재는 그의 초라한 그림자뿐이다. 갈 곳을 잃은 외로운 사내의 설움은 이윽고 곡 후반부의 몽환적인 멜로디와 함께 터져 나온다. 이와 함께 울려 퍼지는 황소윤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의 흐느낌처럼 들린다.

 

이 곡을 처음 접했을 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내의 표정과 걸음걸이, 그를 힐끗거리며 쳐다보는 아이들, 그의 사정에 무관심한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내는 곡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이 노래가 남긴 그 여운을 상당히 오래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불행에 지쳐버린 그의 모습이 계속해서 아른거렸던 탓에 나는 꽤 오랫동안 슬퍼했다.

 

'떠나는 기분을 넌 아나요'. 마침내 사내는 우리에게 묻는다.

 

이 대목에서 김승옥의 단편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이 떠올랐다. 이 소설의 결말이 암시하듯 사회에 대한 무비판적인 적응은 분명한 비극을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어딘가를 향해 홀로 유유히 걸어가고 있을지 모르는 사내가 그러한 비극을 맞이하기를 바라지 않기에, 냉소로 무장된 이 시대를 경계하며 그의 안녕을 기원할 것이다.

 

 

 


 


 

사랑, 나는 아직 어둠

가여이 여기어주오

미안한 말이지만

저기서 잠시 기다려줄래요


어디로 숨어볼까

나는 꼭 겨울 같아

하얗고 차가웁게

너의 마음을 보네

 

- 새소년, '눈' 중

 

 

하얗게 쌓인 눈이 만드는 풍경은 겨울이 기다려지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첫 소절부터 '사랑'을 읊조리는 '눈'을 들을 때면 나는 그 포근한 차가움 속에 존재하는 오래된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사랑, 나는 아직 어둠'. 이 아득한 겨울밤이 지나고 동이 트면 나란히 찍힌 예쁜 발자국들이 보일까. 남몰래 꽁꽁 숨겨두었던 미적지근한 미련 속엔 서로를 향한 아주 오래된 순백의 마음이 남아있다. 서로에게서,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숨고 도망쳐야만 지켜낼 수 있었던 사랑이었기에.

 

사랑, 그것은 기나긴 추위마저 잊게 하는 겨울의 아름다움을 닮았다.

 

 

 


 


 

멋대로 춤출 때 

노래를 부를 때 

모두 날 비웃고

덩실덩실 걸어 다닐 때

고개를 흔드네


아무도 누구도

나와 함께 웃지 않아요

혼자서 이 밤 끝

도시의 밤 아래서 춤추네

 

- 새소년, '덩' 중

 

 

'비적응' 앨범에는 '엉덩이' 시리즈가 있다. 즉 '엉', '덩', '이' 이렇게 세 곡이 수록되어 있는 것인데, 이 중에서 '비적응'이라는 타이틀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바로 '덩'이다.

 

'엉덩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곡으로 알려진 '덩'은 개인적으로 한때 '비적응' 앨범에서 가장 좋아했던 곡이기도 하다. 환호 한 번 없이 야유만이 가득한 무대 위에서 덩실덩실 신나게 춤을 추는 상상을 할 때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덩'이야말로 새소년이 '비적응'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바를 가장 통쾌하게 전달하고 있는 곡이 아닐까 싶다. 개인을 속박하는 사회에 대한 비적응을 선언하는 '덩'의 재치 있는 가사는 나의 오랜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만약 끝없는 소음으로 가득 찬 도시의 밤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덩'이 선사하는 시원한 리듬 속에 어깨를 들썩이며 엉망이 될 자유를 잠시나마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삶의 숨겨진 이면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비적응'. 스스로를 별난 사람으로 취급해왔던 나에게 꼭 필요했던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들려준 앨범이었기에 한 번쯤은 여러분께 꼭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여러분께 이 앨범이 전하는 메시지가 어떻게 다가왔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혐오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되었길 진심으로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별종'들의 비적응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 한 편을 공유하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정신이 살아있고 영혼이 개어 있는 청춘이라면


깊이 앓고 고뇌하여


언젠가 껍질을 깨고 아름답게 날아오를 것입니다.


깊이, 앓으십시오.


앓음답도록, 아름답도록.

 

- 김형태, '너 외롭구나'

 

  

 

정예은.jpg

 

 

[정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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