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함께 읽고 쓰기 -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독서모임

글 입력 2022.01.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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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_표1.jpg

 

 

운동과 독서, 그리고 글쓰기. 많은 사람들이 새해 목표로 꼽는 것들이다. 세 가지 모두 혼자서 시작하려면 막막하다. 오래 유지해나가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비슷한 목표와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곤 한다.


지난 토요일, 정지우 작가의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를 읽고 네 사람이 모였다. 책을 읽은 감상과 함께 글 쓰는 어려움과 글 쓰는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할 말도, 궁금한 점도, 나누고픈 이야기도 많아서 대화로 꽉 찬 2시간을 보냈던 그날의 모습을 살짝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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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삶으로 치환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나서 써본 감상문에는 글쓰기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는 평이 공통적으로 있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많은 양의 글을 써온 작가와 자신을 비교하며 과연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인가 의심하기도 했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그 감상문들의 일부를 여기에 공유한다.

 

작가에게 ‘글쓰기=글’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책의 이름이 다르게 읽혔다. <우리는 삶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라고 말이다. 그러자 작가가 어떻게 본능처럼 글을 계속해서 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그냥 살아내는 것처럼 글을 쓰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일상은 흘러가는 것처럼, 작가가 삶을 흘려보내는 방식이 글쓰기였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나도 작가만큼은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수빈)


제목에 충실하게 ‘글쓰기’를 집요하게 이야기하는 책. 이 집요함은 고집스러움의 뉘앙스와 조금 다르다. 나부터 타인까지, 사랑부터 증오까지. 어떻게 이리도 드넓은 시선으로 글쓰기라는 행위를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 이야기들은 따뜻하지만 뜨겁지 않고 부드럽지만 무르지 않아서 읽는 내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 어떤 글을 써왔는지 돌아보게 되는,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함께 고민을 나누는, 내게 글쓰기가 얼마나 커다란 의미이며 왜 글을 써야만 하는지 몇 번이고 알려주는, 마치 양손에 크레파스를 들고 도화지를 마주한 아이처럼 어서 글을 쓰고 싶게 만들어준 반갑고도 사랑스러운 책이다.(두리)


여러 장르의 글쓰기를 거치고 난 뒤라면 지치거나, 혹은 진력이 날 수도 있을 텐데, 저자는 망설임 없이 글쓰기는 자신의 삶에 더 나은 지평을 열어주며 건강한 순환 속에 들어서게 한다고 서술했다. 글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 다정한 시선에 기뻤고, 쓰다가 지칠 때면 꺼내먹고 싶은 책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를 읽으면서, 지리멸렬함에 푹 빠져 진척되지 못한 글 하나를 용기 내어 완성해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앞으로 평생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꽤 강하게 느껴지는 확신이었고, 최근 들어 느낀 가장 기분 좋은 예감이었다.(세나)


책 한 권으로 소위 말하는 '대박'난 작가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하면서도 오랫동안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해온 작가가 하는 말이라서 더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진지하고 때론 숭고하기까지 한 이미지가 부담스럽고, 그런 태도로 글을 쓰지 않는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는데 글 쓰는 이유가 거창할 필요 없다는 부분이 좋았다. (...) 내가 글을 씀으로써 그렇지 않은 것보다 세계가 아주 약간이나마 나아진다는 사실은 설레는 일이다. 글쓰기를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다니.(소원)

 

 

 

"가까운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이 좋다고 해줄 때 만족감이 든다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좋은 이야기는 나누면 두 배가 된다. 모임 전 써온 감상문을 바탕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 좋았던 부분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 ''단문 쓰기' 유령'(44p)이 인상 깊었다. 이런 글을 써야 한다, 저런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을 스스로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인풋과 아웃풋의 통로'(68p)에서 '선순환'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지금까지 너무 사는 데에도 글을 쓰는 데에도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나도 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대해도 괜찮지 않을까.

 

- '언어가 나를 빚는다'(97p)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온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크게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나 역시 그렇게 스스로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구멍을 메우려는 시도'(103p)에서 저자가 쉽게 산만해지고 불안해지는 자신의 특성을 알고 있고, 그걸 다루는 방법도 알고 있다는 부분을 보며 단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스스로의 불완전한 부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


- '무엇을 욕망할 것인가'(238p)를 읽으며 지식인보다 연인이나 가족한테 인정받고 싶다는 부분에 눈길이 갔다. 나 역시 내가 쓴 글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어렵다'는 평을 들었던 게 떠올랐고, 그동안 너무 나를 위한 글을 쓰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묻게 되었다. 앞으로는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내 글을 재미있게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낡아빠진 언어들'(277p)에서 적폐 어린 언어들을 박살내는 것이 삶의 목표라는 부분이 좋았다. 글쓰기는 무언가를 규정하는 성격이 있지만, 이미 규정되어 굳어버린 낡은 개념을 깨는 것 역시 글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그런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왜 글을 쓰나요?"


 

책을 읽고 나서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나 서로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 세 가지가 나왔다. 정답이 없는 질문에 뭐라고 답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가며 생각은 확장되었다.


 

Q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두리: 다시 읽고 싶어지는 글. 원래 무언가를 두 번씩 잘 안 보는 편인데, 정말 좋은 글은 계속 다시 읽고 싶어진다.

 

세나: 대화하고 싶어지는 글, 쓴 사람이 궁금해지는 글. 실제로 책을 읽을 때도 적극적으로 메모를 하며 대화하듯이 읽곤 한다.

 

수빈: 좋은 글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삶이 무엇인지도 같이 생각하게 된다. 삶과 글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므로 결국 작가가 즐겁게 썼다면 그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소원: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고 솔직한 글. 그런 글을 읽으면 느껴지는 아우라 같은 게 있다.

 

 
Q 왜 글을 쓸까?
 

 

두리: 글 쓰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 모든 걸 쏟아내는 느낌이다. 글을 순차적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이 안정감을 준다.

 

세나: 글 쓰는 이유를 말할 때는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글이 무용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글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 계속 써야만 알 수 있는 게 있다.

 

수빈: '이유'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온다. 내가 쓰는 이유는 대부분 사소하다. 글을 쓰면 기분이 소소하게 좋아지는 순간들 때문에 쓴다. 예를 들어 문장이 예쁘게 써졌다든가 하는.

 

소원: 가장 1차적으로는 인정욕구인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정리하지 않으면 겉잡을 수 없어지는 것들이 많다.

 

 
Q 자신이 쓰는 글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두리: 선입견 없는 글을 쓰자고 생각한다. 누가 읽든 간에 공격 받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더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쓴 글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세나: 무해함에 가까운 글, 진실한 글을 쓰고 싶다. 여기서 '진실'이란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고민 끝에 어렵게 발견한 것이면 좋겠다.

 

수빈: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즐겁게 쓸 수 있다면 좋겠다.

 

소원: 글을 쓰다 보면 자기가 쓴 글에 도취되기가 쉬운 것 같다. 자만하지 않는 글. '나는 모른다'에서 시작하는 글을 쓰고 싶다.

 

*

 

모임을 마무리하며 네 권의 책을 모아놓고 사진을 찍었다. 어떤 사람은 책을 하루만에 읽었고, 다른 사람은 며칠에 걸쳐 천천히 읽었다. 책에 밑줄을 긋고 자유롭게 메모하며 읽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덱스를 종류별로 붙이며 읽은 사람도 있다.

 

한 자리에 모인 네 권의 같은 책은 제목은 같지만 각자에게 읽히기 시작한 시점에서 서로 같지 않은 책이 된 듯하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생각을 확장하고 그렇게 확장된 생각들이 서로 만나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다. 할 말도 많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지점도 많이 겹쳤던 모임을 마치며, 모두가 새로운 한 해를 각자에게 진실한 글쓰기로 채워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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