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가죽향 추천기

가죽이 메인이 되는 향 추천
글 입력 2021.12.3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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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가죽향의 유래와 역사에 관해 알아보았다.

 

현대의 고급 퍼퓨머리 시장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가죽은 빠질 수 없는 재료이다. 가볍게 이곳저곳 쓰이며 향들을 화합시키는 팔방미인은 아니지만 어느 곳에서나 존재감을 드러내며 무엇도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을 담당한다.

 

앞서 말했듯이, 가죽향은 진짜 가죽에서 향을 추출하지 않고 가죽의 뉘앙스를 가지는 다양한 합성향료와 천연향료들의 조합으로 만들어 낸 이미지이다. 가죽의 느낌이라는 틀은 있지만 내용은 조금 더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가죽향는 다양한 조합으로 탄생할 수 있다. 궁금하지만 어딘지 멀게 느껴지는 가죽을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 몇가지 향을 소개해본다.

 

 


1. 매력있는 조합의 달콤쌉쌀한 가죽


 

[크기변환]가죽 메인.jpg


 

가죽향에서 가장 흔한 조합은 나무향이다. 거친 나무와 역시 거친 가죽은 자연스럽게 섞인다. 그러나 이 조합이 조금 식상하게 느껴지고 독특한 노트를 원한다면 이 향을 추천한다.

 

첫번째 향은 오브뮤트의 ‘나이트호크’이다. 나이트호크는 체리와 콜라를 섞은 체리콕 칵테일과 가죽을 중심으로 하는 향이다. 과연 달콤한 과육의 체리와 거친 가죽이 어울릴까 갸우뚱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이트호크의 체리는 상큼하고 쨍한 생체리가 아닌 조금 어두운 버건디 빛의 성숙한 체리로 가죽과 어우러진다.

 

이와 더불어 부드러운 우유처럼 향을 이어주는 자스민과 씁쓸한 매력을 부각시켜주는 가이악우드가 향의 사이사이를 밀도있게 채워준다. 가죽자켓을 걸치고 두툼한 원목 바테이블에 앉아 달콤한 체리콕 칵테일을 홀짝이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때 바의 분위기는 지나치게 시끄럽거나 해맑지 않다. 눈은 은은한 조명과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입안에는 체리의 달콤함이, 코 끝에는 가죽의 쌉쌀함이 느껴진다. 체리의 달달함과 가죽의 고급스러움이 서로를 눌러주고 이끌어주며 적정한 균형을 이룬다. 말그대로 달콤쌉쌀한 매력이다.

 

오브뮤트는 필자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향기 브랜드다. 나이트호크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향이다. 그림 속 현대인의 고독과 과거의 기억에 머무는 허망함을 담아냈다. 현재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 중이니 궁금하다면 슬며시 확인해보길!

 

 

 

2. 부드럽게 연마된 관능적인 가죽


 

[크기변환]가죽 화스2.jpg

두번째 가죽향은 톰포드의 ‘화이트스웨이드’이다. 가죽향 중에 가장 유명하기도 한 이 향은 가죽 입문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거친 날 것이 아닌 잘 가공된 스웨이드 가죽의 이미지를 향으로 표현했다. 흔히 가죽은 남성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데, 화이트스웨이드는 이름 속 ‘화이트’처럼 뭉근한 로션 같은 질감이 느껴지기에 가죽향을 원하는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스웨이드, 머스크, 샌달우드 등 포근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향료들이 가득 들어가 살결에서 겉돌지 않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기름기가 느껴지는 향조들인데, 오히려 덕분에 건조한 피부를 감싸주듯이 밀착된다.

 

부드러워도 느껴지는 가죽 특유의 거칠한 질감은 때로 연하게 남은 담뱃재의 향으로 느껴진다. 고급 스웨이드 자켓을 걸친 이의 살결에서 한참 전에 핀 희미한 담배향 그리고 흰 로션향이 배어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유난히 관능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향인데, 가죽과 담배 그리고 로션과 파우더처럼 상반적인 이미지의 향들이 뒤섞여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때의 담배향은 보통 불쾌하게 느끼는 류의 향이 아닌 향기제품에 적용될 만한 향긋한 향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담배 누린내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으니 호불호를 유의할 것.

 

 

 

3. 이국적이고 시원한 가죽


 

[크기변환]가죽 아프리칸레더.jpg

 

 

세번째 향은 메모의 ‘아프리칸 레더’이다. 제목은 이국적이라고 썼지만 사실 이 향은 이국적이기도 하고 극도로 익숙하기도 하다.

 

우선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아프리카, 즉 머나먼 이국 땅의 낯선 향신료 향들이 가득 들어있다. 카다멈, 커민, 샤프론, 아가우드 등등 이름만 들어서는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 향들의 조합이다.

 

실제로 아프리칸 레더는 이국적인 기운을 물씬 풍긴다. 단순히 나무와 가죽의 조합이 아닌 다양한 향신료 향을 통해 낯설면서도 후끈한 아프리카의 공기를 표현한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단순히 뜨겁고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탁 트인 광활한 초원이든 밀림 속 우거진 초록 잎사귀이든 시원함이 존재한다. 얼음 같은 시원함이 아닌 자연과 흙이 주는 시원함 말이다.

 

아프리칸 레더에서 이 시원함은 파츌리로 표현되었다. 알록달록한 향신료와 꽃 그리고 시원한 흙. 이들 속에서 느껴지는 가죽향은 마치 그곳에 사는 맹수들이 떠오른다. 병에 그려진 표범무늬가 그제서야 이해된다.

 

그렇다면 이런 이국적인 향을 왜 극도로 익숙하다고 이야기했냐면, 이 모든 향이 뒤섞여 분명 어디선가 맡아본 향이 나기 때문이다. 바로 한약방과 파스다. 물론 이 두가지가 향을 완벽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뉘앙스를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가지 약재를 달이는 한약방에서는 이국적인 향신료 향이, 시원한 파스에서는 파츌리의 향이 연상된다. 그럼에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향이니 기회가 된다면 시향해보길 바란다. 한약방과 파스를 떠올리며 시향하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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