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밥 로스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영화]

글 입력 2021.12.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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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용기 낸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조슈아 로페(Joshua Rofé)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밥 로스: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Bob Ross: Happy Accidents, Betrayal & Greed)》은 지난 2021년 8월 넷플릭스에 개봉되었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의 화가 밥 로스(Bob Ross, 1942-1995)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다루고 있다.

 

밥 로스 이야기의 근원을 위해 한 TV 프로그램을 먼저 살피고자 한다. 그가 그림을 그리며 진행했던 프로그램은 미국 PBS에서 방송된 텔레비전 시리즈 《그림을 그립시다(=그림 그리기의 즐거움)(The Joy of Painting)》였다. 해당 TV시리즈는 1983년 시즌 1을 시작으로 1994년 시즌 31까지 기획된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하나의 에피소드는 밥 로스가 30분 내외로 웻-온-웻(wet-on-wet) 기법을 이용해 풍경화의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모든 에피소드가 유사한 구성이며 이 프로그램이 특히나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밥 로스의 편안하고 평화로운 목소리와 캔버스에서 작품 하나가 뚝딱 그려지는 과정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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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밥 로스의 일대기를 풀어내고 있다.

 

일례로 밥 로스가 1965년 알래스카 군대에 배치된 공군이었다는 점, 사실 그의 아프로 헤어가 파마였다는 점, 사업 파트너였던 아네트 코왈스키(Annette Kowalski)와 불륜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 밥 로스가 과거 치료가 어려웠던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지만 내색하지 못하고 방송을 해야 했던 점 등 다양한 사건과 일화가 다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것은 한 화가를 이용한 인물들의 배신과 탐욕이다. CIA에서 퇴직했던 월터 코왈스키와 그의 부인 아네트 코왈스키는 밥 로스의 재능을 알아보고 동업을 제안했다. 코왈스키 부부는 밥 로스에게 투자하겠다며 별도의 회사를 차릴 것을 권유했다. 코왈스키 부부가 밥 로스에게 후원을 하고 그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더 넓은 세상에서 이력을 쌓을 수 있게 한 점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한 화가의 예술적인 감각과 재능을 높이 샀다기보다 이들의 목적은 처음부터 돈이었고 밥 로스는 하나의 돈줄이었다. 코왈스키 부부는 밥 로스 주식회사(BRI)를 차려 그림과 관련된 상품 판매에 혈안이 되었고, 당시 인터뷰를 보면 밥 로스는 그림을 그리는 법을 가르쳤지 물감 하나의 가격이나 세트 판매량에 관해 물으면 몰랐다고 한다.

 

아네트 코왈스키는 밥 로스와 동시대 활동하던 꽃 그림 화가 젠킨스의 방식을 훔쳐 자신의 방식이라고 속이며 젠킨스 부부의 생업을 끊어낸 점, 건강 상태가 악화된 밥 로스에게 내색하지 말고 방송하라고 강요한 점 등 비윤리적인 일을 저질렀다. 코왈스키 부부는 밥 로스의 죽음 이후 더 말도 안되는 만행을 이어나갔다.

 

그들의 사업에 있어 밥 로스의 죽음은 큰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해 밥 로스의 사망 이후 부고 소식을 축소화시키며 크게 알리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밥 로스가 죽은 뒤 51%의 지적 재산 권리를 상속하게 된 이복 동생 지미 콕스(Jimmy Cox)를 협박했고 이에 넘어간 지미는 일종의 배신을 하고 코왈스키 부부에게 모든 권리를 넘겨준다.

 

이때 계약서 상으로 49%의 지분이 있었던 아들 스티브 로스(Steve Ross)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고 이후 반기를 들었으나 코왈스키 부부와 관련된 소송에 패소하고 만다. 밥 로스라는 브랜드의 가치와 이름으로 연간 몇백만달러를 벌어들였으나 아들 스티브는 그 어떠한 수익도 받을 수 없었다.

 

BRI 전 직원이었던 베르트 에핑은 밥 로스 주식회사 창고에서 한 남자가 밥 로스 풍의 그림에 밥의 서명을 적어내 모작을 제작하고 있던 장면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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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밥 로스 주식회사는 운영되고 있고 밥과 관련한 많은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밥과 관련된 12명 이상의 인원이 코왈스키 부부의 법적 보복에 대한 우려로 참여하지 못했다. 밥 로스를 따라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아들 스티브는 진실하고 적나라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원해 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긍정적이었다.

 

이 이야기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예술가들은 그저 좋아하는 일만 열심히 하고 금전적인 성공과 재물에 욕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현재 다양한 플랫폼에서 개인 창작자를 접하며 소비할 수 있는 사회를 누리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것을 전달하며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찾아올 수 있는 미디어나 매체를 원하는 것이다. 밥 로스 역시 많은 시청자들 그리고 강연에 참여한 수강생들에게 행복하게 그림그리기를 가르쳤다.

 

법조 업계에 속한 지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전달들은 적이 있다. 여전히 수많은 예술가와 예술 업계 종사자들이 사기를 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일차원적으로 가장 나쁜 사람들은 예술업계 종사자들에게 부당한 행위를 저지르거나 너무도 당연하게 후원하고 투자했으니 지적 재산권 혹은 창작자의 아이덴티티가 투자자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행태이다. 이러한 모습은 예술과 관련한 업계가 영영 고인 물이 되며 도태되도록 만드는 어두운 현실일듯하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용기 냈던 사람들로 인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던 지점과 예술 업계 종사자들이 부조리한 상황을 겪게 되는 일들이 더 줄어들었으면 하고 느낀 점을 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 밥 로스를 다룬 포브스 기사에서 언급된 현실적인 4가지 교훈을 적으며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1. 항상 자신의 법률 고문을 두시길 바랍니다.

2. 현재 주식이 어떻게 분할되는지, 그리고 주주가 사망하면 어떻게 분할되는지 신중하게 고려해 보십시오.

3. 매년 유언장에 기재된 내용을 복기하시길 바랍니다.

4. 귀하의 이름, 이미지 및 초상권에 대한 권리를 남에게 넘겨준다는 것에 서명하지 마세요.

 

 

[손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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