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 복잡하다 복잡해

글 입력 2021.12.0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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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외국인 친구에게 필자가 가장 많이 하는 말. 목적은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한국 콘텐츠를 보는, K-POP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기 위함이다. 그중 단골 질문은 ‘왜 K-POP을 좋아하세요?’다.

 

 

나 : 왜 K-POP을 좋아하세요?

외국인 A : 노래가 좋아서요!

외국인 B : K-POP 가수들은 매력적이고 재능이 많아서요!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어딘가 부족하다. 물론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냐는 질문에 'NO!'라고 외치는 필자이기에 ‘그냥’이라는 모호한 대답도 존중한다. 필자도 최근 발매된 아델 정규앨범을 반복 재생한 이유에 대해 단순히 ‘좋아서’, ‘아델이라서’라고 대답하기 때문이다. 좋은 데 이유가 있으랴.

 

하지만 타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이 K-POP 즉, 우리 문화를 왜 좋아하는지 궁금함을 해소하고 싶다. 소구점을 알아야 우리 문화가 더 널리 퍼지지 않을까.

 

그리고 ‘왜 K-POP(아이돌)을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물음엔 필자는 다소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

 

‘복잡해서 좋아해요!’

 

 

 

복잡하다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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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퍼포먼스, 연기, 세계관과 스토리텔링, 소통.

 

K-POP은 대중의 오감을 자극했다고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세계관으로는 지(知)각, 스토리텔링으로는 공감(共感)각, 팬들과 소통하면서는 통(通)각, 퍼포먼스와 노래로는 시각과 청각을 채워준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하지만 도서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를 가만히 읽다 보니, K-POP과 판소리는 어딘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판소리가 K-POP의 기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복합미는 한국인들 정서의 표현이자 놀이 방식이 아닌가 합니다. (중략) 고대부터 예능, 예술, 기예, 연예, 연극 등 모든 요소의 예술이 구분 없이 연행되어 온 것이 연희이며, 이 연희판에서 풍물놀이, 무용, 인형놀이, 탈놀이 등 우리나라 온갖 연행예술들이 각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개별적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판소리 한바탕도 연희판에서 많이 공연되었지요. 종합 예술 놀이판인 겁니다. 연극, 오페라, 콘서트, 발레 등 연희의 장르가 일찍부터 분화되어 각기 다른 형식과 제작 방법을 정립해온 서양과는 달리, 동양의 연희는 다양한 형식의 공연들이 하나의 생명체로 전승되어왔습니다. 모든 것을 독립적 양식으로 바라보는 장르론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 되는 것입니다.  - 도서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P. 27
 

 

어느 한 가지의 특성과 공식을 가지고 문학, 음악, 혹은 연극이라 규정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환경 아래에서 총체적으로 성장해 온 판소리를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중략) 음식을 즐길 때도 문화, 예술을 즐길 때도 이러한 복합미가 돋보이기 때문에 장르의 틀에 비추어 보면 우리 예술은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 도서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P. 29

 

 

판소리는 잘 짜인 명작 소설이기도 하고, 배우의 연기로 우리 삶을 엿볼 수 있는 연극이기도 하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성을 저격하는 맹렬한 음악이기도 합니다. 만약 어느 한쪽에 기능이 치우치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판소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도 판소리를 감상하며 진가를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이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골고루 즐기고 맛볼 때일 겁니다. - 도서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P. 30

 

 

하나의 음악 장르로 정의하기엔 판소리는 ‘복잡’하다.

 

소리꾼은 하나의 이야기를 노래라는 수단으로 전달하는 예술가다. 춘향이가 변사또의 온갖 방해 공작을 이겨내고 이몽룡과 백년해로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 토끼가 별주부의 꼬임에 넘어가 용왕에게 간이고 쓸개고 내줄 뻔하다 구사일생하는 이야기, 심청이가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지만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 등.

 

말주변과 기억력이 좋고 울림통이 크다고 해서 판소리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주인공만이 아닌 모든 등장인물)의 상황과 사건에 따른 다양한 감정을 노래와 표정에 가득히 담아야 한다. 가수이자 연기자여야 관객에게 몰입감을 줄 수 있다.


 

판소리는 악기 외에 음악의 재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글자’입니다. 글자로 지은 이야기가 판소리의 바탕이 되었으니까요. 판소리가 문학예술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판소리는 문학예술을 소리 음악으로 구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도서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P. 189

 

 

무엇보다도 판소리는 고수와 소리꾼, 단 두 사람이 장시간 무대를 이끌어 간다. 두 역할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소리를 전하는 소리꾼의 역할은 막중하다. 책에서는 소리꾼이 제일 먼저 지녀야 하는 것을 ‘인물치레’라고 한다. 외모가 잘생기고 예쁘고를 떠나 판소리라는 예술이 단지 듣는 예술이 아닌 ‘보이는’ 예술이기도 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판소리는 소리꾼의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연기, 호흡, 미세한 손동작, 스토리 등 복합적인 요소가 한데 모여 만들어진 문화다.

 

그렇다면 K-POP과 판소리,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문화도 결국은 같은 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재미없었는데, 있어요



분명 없었다.

재미가.

 

필자에게 판소리는 공부였다. 내신 성적을 위해 <별주부전>을 외우고, ‘<춘향가>의 한 대목이다. 화자의 감정은?’이라는 문제를 맞히기 위해 춘향의 입장을 ‘억지로’ 이해해야 했다. 더욱이 판소리는 현재는 잘 쓰지 않는 단어와 한자의 총집합체였기에 더욱 기피 대상 1순위였다. 따라서 중등교육 이후 필자의 삶에 판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젊은 소리꾼들의 반향과 트로트 붐 그리고 다양한 아티스트의 크로스오버 작업으로 판소리와 국악에 거부감이 줄기 시작했다.

 

우리 음악에 관심과 자부심을 품게 한 콘텐츠와 당시 필자가 쓴 짧은 감상을 소개하겠다.

 

**



 

 

송가인 ‘꿈’ (Feat. BAE173 도현)

 

‘한국’이 녹아있다. 북의 울림이 무대의 고요함을 깨며 시작을 알렸다. 무대 양쪽에는 삼고무를 선보이는 무용수들이 화려한 춤사위로 열기를 고조시켰고 그 사이로 송가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래가 후렴구로 치닫자 상모꾼이 등장하여 보는 재미를 더하고 ‘아이고 아이고’라는 가사와 송가인의 국악 창법이 관객의 감정을 한껏 몰입시켰다.

 

무엇보다도, 노래 중반부에 등장한 아이돌 그룹 BAE173의 래퍼 도현의 시원한 랩과 두 기타리스트의 선율까지 더해졌다. 이는 우리 음악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타파하며 ‘뒤틀림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보여주었다. 송가인 ‘꿈’ 무대는 대서사가 깔린 한편의 뮤직비디오 같았다.

 

이외에도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에 출연한 이희문, 책에서도 언급된 미국 공영방송 NPR 에 출연한 씽씽밴드, BTS 슈가의 ‘대취타’까지. 판소리와 국악은 다양한 음악 장르, 문화와 결합되어 ‘우리가 최고야’라는 폐쇄성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그리고 대중에게 다가왔다. 판소리와 국악을 지루한 공부로만 받아들였던 필자에게는 ‘대중문화’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


 

밴드 사운드와 판소리가 서로 양보 없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간다는 겁니다. 밴드는 밴드대로 견고한데 판소리는 <수궁가>를 큰 변형 없이 그대로 썼습니다. 서로가 굽히지 않고 나란히 서서 그런지 그 기세가 거침없이 당돌합니다. 어떻게 이러한 밸런스가 나올 수 있나 했더니 장영규 음악 감독만의 철학이 있었습니다. “균형이란 충돌하는 둘이 만나 한바탕 깨지고, 터지며 발생하는 역동적 에너지입니다. 나는 익숙한 것끼리 묶는 걸 재미있어하지 않아요. 충동하는 것끼리 부딪혀 한번 터지고 깨지고 난 뒤 발생하는 어떤 것에서 나오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 부분을 뽑아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시장에 존재하겠습니다. 소비되고 살아남겠습니다.” - 도서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P. 253

 

 

이날치의 베이시스트이자 음악 감독인 장영규 씨의 말씀이다.

 

시장에 존재하겠다. 소비되고 살아남겠다.

 

‘판소리의 정통을 잇지 않고 자본주의 사회에 뛰어들겠다. 대중에게 소비되는 문화야말로 진정한 문화다.’라는 세속적인 말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묻어있었다. 판소리와 국악을 사랑하는 자로서,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게 하겠다. 단, 자신의 예술적 신조를 지키며 전에 없던 그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완벽하지 않은 판소리


 

재미없다, 딱딱하다, 틀에 박혀 있다.

 

필자에게 판소리는 엄격했다. 잘 꺾어야만 하고, 득음을 해야만 하고, 한이 서려 있어야만 하고. 해당 문화를 제대로 향유해보려 노력도 안 한 ‘대중 1’임에도 필자는 편견이 다분했다.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많은 소리꾼이 켜켜이 쌓아온 문화이기에 견고하고 딱딱해 보였다. ‘우리 것’, ‘전통’이라는 고리타분한 수식어를 붙이고 있어 더욱이 그랬다.

 

하지만 책은 말한다. 판소리는 ‘완벽’하지 않다고 말이다.


 

3박 호흡이 우리 전통 음악 이해의 핵심이자 정수입니다. (중략) 메트로놈이 똑딱똑딱 박자를 알려주듯 카운팅 하지 않지요. 바람이 흐르는 것에 규칙이 없듯 ‘절대 박자’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절대 음정’도 추구하지 않겠지요. 명확한 음정에 쌓아 올린 화성 음악도 없고 마디에 완벽하게 계산되어 들어가는 박자도 없어요. 정확한 위치에 점을 찍듯 설계된 음악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호흡을 추구하는 음악이라 그렇습니다. - 도서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P. 140

 

 

풍물놀이나 사물놀이 공연에서 연주자들이 몸과 고개를 일정한 흐름에 맞추어 끄덕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를 ‘버슴새’라고 하는데요. 미래 약속한 움직임이 아니라 그저 모두가 장단의 호흡과 기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입니다. 그 호흡 안에서 허튼 가락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흥청의 맛을 즐기기도 하지요. - 도서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P. 142

 

 

보통의 음악이 추구하는 4박자가 아닌 것, 클래식처럼 악보가 없는 것, ‘허튼가락’처럼 고정된 가락이 아닌, 자유분방하게 흐트러진 가락이 존재한다는 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판소리는 ‘완벽’하지 않다.

 

판소리가 정해놓은 기본적인 질서를 지키고 유지하는 한 가락의 움직임과 형태를 자유롭게 하기도, 관객의 호응을 받아들이기도 하는 절대적이지 않은 문화가 판소리다.

 

그렇다면 우리도 판소리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못하지만, 일단 자유롭게 향유해보는 건 어떨까.

 

 

 

플레이리스트, 들어오세요


 

이날치가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을 수상했다. 같은 해 올해의 노래는 ‘방탄소년단 - Dynamite'였다. 판소리와 국악이 변화하고 있다.

 

아직 해당 문화에 대해서 필자는 신생아 수준이다. 하지만 도서<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로 판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비어있는 플레이리스트에 저자가 추천한 ‘정재일 - 비웃어주오’가 들어왔다. 물론 소리꾼의 판소리는 아니지만 판소리가 녹아있는 음악이 플레이리스트에 하나둘 채워지며 언젠가는 판소리를 흥얼거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또한 책을 읽고 판소리의 복잡한 매력을 풀어나가 판소리만의 소구점을 찾는다면 K-POP만큼 매력적인 한국 문화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싸이, 김연아, BTS, 오징어게임과 함께 판소리도 소위 ‘두유 노 클럽’에 포함되는 것이다.

 

‘편견의 고리’를 끊고 ‘이야기의 고리’가 되어준 도서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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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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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강지후
    • 아주 멋지고  깊이 있는 글을 나름 잼나게 읽고 공감합니다.  송가인  이희문의 싱싱밴드는 판소리를  대중에게  관심 갖도록 풀어 내고  그 대중은  외국인틀에게도 관심을 주기에 충분 하기에 국악엦무지한 사람으로서 응원을 보내고 감사의  박수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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