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인이 쓴 첫 소설 - 키스마요

글 입력 2021.12.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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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마요_평면표지.jpg

 

 

여러 권의 책을 읽고 그 책들의 서평을 쓰면서 내가 리드 문장으로 자주 활용하는 소재가 바로 제목이었다. 책을 손에 쥐는 이유는 각양각색, 여러 가지이겠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제목이 가지는 힘이 상당하다. 책의 수 페이지를 관통하는 주요한 키워드. 그 키워드를 무엇으로 삼았는가에 따라 상상력의 한계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책 <키스마요>의 제목은 그런 점에서 나의 굉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키스마요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기도 했거니와, 몽환적인 표지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이 제목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키스+마요의 합성어 같기도 하고 작가가 임의로 만들어낸 단어 같기도 하고 아니면 어느 제3세계 단어 같기도 한 제목 앞에서 나는 한참을 고민했던 것 같다. 내가 과연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게다가 시인이 쓴 첫 소설이라니, 나는 더욱 망설여졌다. 시인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과연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책장을 펼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책 <키스마요>에서 무엇을 읽어내려가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가벼운 이야기이기를 바랐다. 내가 힘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글자와 글자, 문장과 문장 사이를 잘 이을 수 있도록 가볍고 부드러운 이야기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언제나 기대는 빗겨나가야 제맛, 나는 또 한 번 머리를 싸매고 글자 속에서 허우적거려야만 했다. 내가 구제받을 순간을 기다리며 허우적- 또 허우적-

 

 

내가 확인해야 했던 것은 뭘까. 끝내 확인하고 만 것은.

나는 내가 틀렸길 바랐다. 잘못 안 거였길 바랐다.

그걸 보지 않기 위해 다른 걸 보았다. 그걸 찾지 않기 위해 다른 걸 찾았다.

찾아봐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찾아보지 않아도.

트렁크가 없었다.

 

- p.13

 


누군가의 부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이처럼 몸부림을 칠 수도 있구나. 마치 올해의 '부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솔직한 표현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먹먹해졌다.

 

영화, 드라마, 연극, 책, 그 외 다른 모든 콘텐츠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사람'을 '짐을 싸는 행동'을 통해 표현하곤 한다. 짐을 싸는 행동은 지금 머무르고 있는 이 장소에서 떠나겠다는 말이니까, 이보다 직설적으로 '떠남'을 표현할 수 있는 행동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짐을 담는 도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곧 부재를 의미한다. 트렁크가 없다는 말은 곧 트렁크의 사용자도 없다는 말인 것이다. 그러니 더욱 트렁크를 찾고 싶지 않은 것이다. 굳이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으니까, 부재의 흔적을 말이다.

 

책 <키스마요>에는 헤어짐, 부재, 떠남, 사라짐, 그래서 이별과 관련된 문장들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시작과 동시에 '나'의 옆에서 '너'가 사라지고 나는 너를 찾아다닌다. 너는 문자도 전화도 받지 않는다.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마치 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것만 같다.

 

그런데 정말, 세상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세상이 어수선하다. 도통 감을 잡지 못하겠다. 그 속에서 너는 더 멀어져 가는 것만 같고 한참을 너를 찾던 나는 이제는 너를 영영 보지 못할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너를 그리워한다. 너가 없으면 나도 없고 너의 눈에 비치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니까. 나는 너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존재이니까.

 

책 <키스마요>에는 영원하지 않은 존재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만났다가 헤어진다. 남들이 뭐래도 세상 모든 헤어짐은 결코 가볍지 않기에, 작가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다시 만날 수 있다 할지라도 어려운 것이 이별이다. 그리고 이별 앞에서 자신을 속이고 숨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지럽고 복잡한 문장들 속에서 솔직함을 만났던 것처럼. 어느 순간 솔직한 감정이 툭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당신은 언제 어디서, 어느 페이지 어느 문장에서 당신의 솔직함을 만나게 될까?

 

하나 확실한 것은 분명 어딘가엔 존재한다는 것,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허우적거려보시길 바란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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