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버벌 퍼포먼스, "마리오네트" 파헤치기

글 입력 2014.09.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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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러가기 전부터 마음이 설렌다. 마치 애인 보러가듯 겉치장에 신경 쓴다. 설레이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동행하는 친구에게 계속해서 내용을 스포한다. 모두 '마리오네트' 공연을 보러갈 때마다 필자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리오네트’를 시작으로 넌버벌 퍼포먼스 혹은 댄스컬에 매력을 느끼고 고릴라 크루의 ‘비보이 쿵’, 2005년 국내 스트릿계열 댄스컬 서막을 알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현대무용과 2명의 비보이들이 이루는 무대 ‘사랑하면 춤을 춰라’, 그리고 역시 2명의 비보이와 연기자들이 이룬 대학로 ‘사이더스’등 필자는 마리오네트만한 역량을 가진 작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마리오네트'를 넘어선 댄스 퍼포먼스를 찾지 못했기에 첫 기사로 ‘마리오네트’ 공연의 역사, 간략한 줄거리와 쓰인 기술, 음악, 안무의 적절성, 아쉬운 점들과 의의를 살펴볼까한다.


  마리오네트 공연은 익스프레션 크루를 창단한 이우성 단장이 직접 연출, 안무제작, 넘버 선곡한 공연으로, 2006년 롯데월드에서의 초연으로 현재는 63빌딩 아트홀에서 상영중에 있다. 익스프레션 크루는 해외 비보잉씬에 한국 브레이크 댄스를 처음으로 각인시켰던 크루라는 점에서 국내 비보잉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할 수 있겠다. 현재 원년맴버는 '마리오네트' 공연에서 보긴 힘든 것으로 알지만 공연 그 자체는 아직 볼 만한 공연임에는 틀림없다.   

  마리오네트 줄거리는 계속해서 약간의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현재 총 3막으로 구성되어있다. 한 인형사가 어느 시골 마을 인형극장에서 행복한 공연을 펼치는 장면으로 1막이 시작된다. 인형사의 인기와 행복을 질투한 마법사는 인형에게 영혼을 부여해 인형사와 인형의 사이를 가르려한다. 여기 인형은 마리오네트 인형을 말한다. 줄에 의해 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 인형은 음악의 리듬에 맞춰 배우들의 팝핀댄스로 묘사된다. 2막은 한 인형이 인형극장에 매일 찾아오는 빨간 모자의 소녀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며 인형으로써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그려낸다. 사랑의 애절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비보이를 보며 비보잉은 하위문화, 스트릿댄스가 아닌 심오한 행위예술에 가깝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마지막 3막은 결국 마법사에게 극장을 빼앗기고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는 인형사의 이야기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무언극으로 진행된다. 대사 하나 없이 몸과 연기가 음악과 하나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리오네트가 8분짜리 영상에서 시작하여 90분짜리 대형 공연으로, 또 9년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정적인 시나리오 힘뿐만이 아니었다. 다양한 기술효과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블랙라이트를 이용한 어둠 속 야광 효과뿐만 아니라 샌드 아트, 흥미유발을 위해 가미 된 그림자 쇼, 헬륨 풍선을 이용한 묘사, 주인공의 감정묘사를 극대화시키는 촛불 씬 등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공연에 보기힘든 쇼들을 비보잉과 결합시켰다. ‘비보이 쿵’ 이나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줄거리 내용의 가시성에 초점을 둔다면 마리오네트는 상당 부분 등장인물의 내적 면모를 가시화시키기 위해 다소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는 기술들을 적절히 사용하였다. 


  마리오네트의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특징엔 클레식한 음악을 들 수 있다. 마리오네트에 쓰인 음악들은 얀 티아르상(Yann Tiersen)이라는 프랑스 작곡가의 개인 신시사이져, 아코디언, 바이올린, 기타 등등으로 만들어진 멜로디들이다. 이중 많은 넘버들이 아밀리에(Amelie)라는 달달한 프랑스 영화의 OST이기도 하다. 도저히 비보잉과 어울릴 것이라 예상할 수 없는 얀 티아르상의 음악들이 흘러나오며 이 음악에 맞춰 댄서들은 묘기를 부리기도, 합동안무를 보이기도 한다.


  마리오네트의 주 댄스장르는 팝핀과 비보잉으로 중간에 걸스힙합도 잠시 나타난다. 막바지에 비트박스와 함께 프리스타일 힙합도 보이며 전반적으로 다양한 스트릿댄스를 선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댄스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 공연 내용이 시사하듯 서로의 발이 맞지 않으면 뒤엉키는 안무로 이루어져있다. 특히 까치발 든 상태로 팝핀의 나사하나 풀린 듯 한 느낌을 강렬하게 선사하는 2막 한 인형의 연기는 안무장르를 넘어서 황홀하기까지 하다.


  물론 마리오네트 공연이 완벽하진 않다. 현존하는 아쉬운 점들은 많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이후 넌버벌 퍼포먼스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어둠 속 가면 장면은 사용 의도는 제각기 다를 수 있으나 식상한 소재가 되었다. 공연의 주요 기술, 블랙라이트는 관객입장에서 가운데 좌석에서 보지 않으면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극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에 더하여, 공연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과정에서 이야기 전개에 구멍들이 생겨났다. 매끄러웠던 전개들이 계속해서 순서를 임의조절하면서 내용전개가 거칠어졌다. 또, 마리오네트는 춤이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화면에 자막띄우는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자막들이 너무 길어져 자칫 지루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마리오네트 공연은 다른 댄스컬 혹은 넌버벌 퍼포먼스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조화의 조화를 꾀했다는 점, 동화같은 이야기로 자연스런 감동을 이끌어냈다는 점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먹먹한 현실로부터 분리된 듯한 동심, 순수함, 진솔한 감정표현이 마리오네트 공연엔 존재한다. 이는 어린 시절 막연한 그리움과 잊고 지냈던 추억들을 끄집어낸다. 성숙한다는 그 자체가 나 자신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때, 어릴 적 꿈꿔 오던 나의 미래와 현실과의 괴리를 느낄 때, 인간관계에서 그 사람의 진심보다 이익관계가 먼저 내비쳐질 때, 현실을 먼저 겪어보신 분들이 꿈과 현실을 구분하라며 꿈을 짓밟을 때, 결국 완벽할 것만 같았던 어른들에겐 어릴 적 가장 소중시 했을 것들이 부재함을 느낄 때, 갖게 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듯 다가와 그저 순수했던 시절을 회상케 한다. 


  끝나가는 추석연휴 가족과 함께, 혹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순수해서 마냥 즐거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 공연과 함께해보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장소: 대한생명 63아트홀
기간: 2011.5.5 ~ OPEN RUN
일시: 8PM (매주 월요일, 첫째~셋째 화요일 휴무)
가격: 전석 4만원
문의: 63아트홀 02-789-5666

[민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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