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과 가장 가까운 예술 - 2021 공예트렌드페어 [전시]

글 입력 2021.11.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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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트렌드페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예 축제로 지난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개최되었다. 작가뿐 아니라 공방, 기업, 갤러리, 대학 등 공예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공예라는 장르의 다양성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형형색색(形形色色)’으로 정구호 총감독에 따르면 다양한 배경과 연령대의 공예작가들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재료, 형태, 기법, 색감을 가진 작품의 향연을 보여주고자 하였다고 한다.


페어는 ‘형형색색’이라는 주제 하에 탁 트인 노란 단상이 돋보이는 주제관과 더불어 국내 주요 갤러리가 참여하는 ‘아트&헤리티지관’, 스튜디오나 브랜드, 기업, 공방 등이 참여하는 ‘브랜드관’ 및 ‘창작공방관’, 학생들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가득한 ‘대학관’, 공진원의 사업 결과물이 전시된 ‘KCDF 사업관’까지 총 6개 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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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이튿날인 토요일 두 시쯤 갔는데 사람이 무척 많았다. 북적이는 인파에 팔목 티켓도 간신히 받았는데 ‘오늘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장 줄이 길었다. 큰 규모의 공예 페어이기 때문에 예상은 했지만, 사람들이 공예에 상상 이상으로 큰 관심이 있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여담이지만 코로나로 대부분의 미술관이 예약제로 진행되는 탓에 규모가 크고, 인기가 많은 전시는 콘서트 티켓팅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때 느꼈던 그 감정과 비슷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예술에 정말 관심이 많구나!’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어쨌든 페어는 공예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볼 기회가 잘 없기 때문에 생소한 경험이었다. 또한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공예 ‘트렌드’ 페어라는 이름답게 공예계의 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소품이 많았다.

 

특히 인센스 홀더나 그립톡 등 현세대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소품들이 이곳저곳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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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에서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곳은 위 작품을 만든 고우정 작가의 부스이다. 고우정 작가는 "나"라는 장치를 이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사람이다. 이에 따라 자신의 주변 환경을 바꾸고, 그를 받아들이고, 이 과정에서 무언가를 얻고 버릴 때 생기는 심리가 서로 교차하고 충돌하는 부분을 표현한다.

 

이러한 작품의 배경에는 작가의 대만 유학과 미국 활동 경험이 있다. 작가는 이때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회와 문화적 배경을 경험하며 그들과 자신의 다른 점을 통해 스스로 이해하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한다.

 

따라서 고우정 작가의 작품에는 나와 남이 서로 이해하고 섞이는 과정, 다시 분리되는 과정 등을 반복하며 얻는 여러 심리 상태를 통해 개인의 이중성과 양면성을 보여주는 요소가 많다. 또한, 빼곡히 쓰인 텍스트와 대비가 강한 색을 가진 작품 또한 눈에 띈다.

 

이는 여러 문화권에서 작업하며 알게 된 언어가 단순한 대화의 창구일 뿐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고우정 작가는 한 개인의 심리상태가 사회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그를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찾아가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사실 이 작품들이 눈에 띈 이유는 워낙 손을 소재로 한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부스와 작품의 화려한 색감에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글씨가 빼곡히 쓰인 공예 작품을 보는 것은 낯선 경험이었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그러나 현장에는 위와 같은 작품의 비하인드가 없었기에 그저 '예쁘다', '멋있다', '작품에 쓰인 글씨는 어떤 의미일까? 왜 쓰신 것일까?'라는 생각만 하고 왔었는데 집에 돌아와 작품의 의미를 알게 되니 더 꼼꼼히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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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미술을 공부하고 있음에도 왠지 ‘공예’라고 하면 도자 공예, 금속 공예가 가장 먼저 떠올랐으며 왠지 이들이 공예라는 분야를 크게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무로 만들어진 가구부터 섬세한 무늬가 수 놓인 옷까지 상상 이상으로 공예의 범위는 넓었다. 특히 정말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공예품들이 많았기에 새삼 예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싶었다.


또한 공예라는 분야 특유의 실용성에 눈길이 갔다. 사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예술은 공예일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가구나 옷뿐만 아니라 그릇, 조명, 수저, 컵, 테이블, 의자 등 일상생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을 공예 기법으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꼭 마음먹고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예술과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공예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페어를 통해 특히 이 점에서 공예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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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네이버 블로그, 갤러리밈, 고우정 「19841207, NOW」

@ 인사동 갤러리밈 G1(3F), 2020. 01. 29.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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