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할 것인가, 사랑하지 않을 것인가 [사람]

사랑은 자연의 성장통
글 입력 2021.11.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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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짧은 생을 돌아보면 내가 간절히 원하고 사랑하는 것들이 날 고통으로 이끌었다. 온 에너지를 쏟아붓고 정성 들이고 노력하다가 더는 못 해 먹겠다고 지쳐서 나가떨어진다. 결국 나의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려놓게 만든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한층 더 성숙해지고 초연해진다.

 

그게 간절히 바라던 꿈이든, 모든 것을 내버리고 목숨 바칠 만큼 사랑했던 연인이든, 한 번쯤 꿈꿔왔던 이상적인 친구 관계든 돈이든, 인기든, 명예든 시기에 따라 어떤 것을 간절히 바라왔는가만 달라질 뿐이고 사랑하고 상처받는 패턴은 모두 같았다. 많이 사랑할수록 많이 아프다는 것이 사랑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까지 나는 또다시 무언가를 사랑할 것이고 그것 때문에 무수한 날을 맘 졸이며 초조할 것이고 아파서 울 것이고 잠 못 들 것이다. 맘처럼 이루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다는 현실에 좌절하고 괴로울 것이다.

 

그러다 모든 것이 지쳐서 포기하고 또 다른 사랑, 목적지를 찾아서 쫓기 시작한다. 혹은 때때로 내가 원하던 목표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공허함 때문에 또 다른 목표를 향해서 쫓아가겠지. 이게 내가 살아온 삶의 반복되는 굴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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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끝없는 쳇바퀴를 굴리는 것처럼
인생의 수레바퀴라고 일컫는 것처럼
끝없이 시작과 끝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게 인생이고 삶이라면

도대체 나는 왜 여기에서 사랑과 이별, 시작과 끝이 무한대로 반복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
어떤 꿈과 사랑에 빠진다.
어떤 목표와 사랑에 빠진다.
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에 빠져서
세상 환하게 티끌 없이 웃다가
시간이 흐르면 애착의 형태로 집착하고 괴로워하고
그렇게 결국 떠나보내고 욕심을 내려놓고 성숙해진다.
삶의 모든 흐름이 결국 이런 반복일 뿐이라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절대 변치 않을 것 같던 나의 꿈도 계속해서 변하고
절대 변치 않을 것 같던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계속해서 변하고
절대 변치 않을 것 같던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도
계속해서 변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이 아니라
삶을 살아갈수록 내가 성숙해지는 만큼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른다.

꿈꾸었던 운명 같은 단 하나의 변치 않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 어디엔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태껏 내 삶에서는 없었다. 마치 자연이 끊임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색과 형태를 바꾸며 드러내듯이, 바다와 강물이 고여있지 않고 계속해서 흐르고 흐르듯이 사랑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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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연과 같아서 끊임없이 흘러가고 변화한다는 사실이 혼란스럽기도 했다.

 

사람들도, 연인도, 꿈도, 돈도, 능력도, 인기도, 명예도 내가 사랑하고 집착했던 모든 것들은 날 웃고 울게 만들다가 결국은 떠나간다. 상대가 떠나든 혹은 내가 먼저 떠나보내든 결국은 이별이었다. 어느새 내가 이런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끝이 정해진 이별이고, 이미 쓰인 엔딩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인생의 흐름이란 결국 시작과 끝, 만남과 이별임을 알면서도 반복되는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웃는 날을 살 수 있을까? 수많은 의문이 내 안에 머물렀다.

 

다만 한 가지 나의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은 온갖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멀미하고 헛구역질이 나오지만 아찔한 만큼 생생한 긴장감과 활력 감을 느끼며 옆자리에 앉은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 손잡고 거칠고 정신없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무기력하게 천천히 시들어가고 생기를 잃어가는 것이다.

 

사랑할 것인가?
사랑하지 않을 것인가?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지만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은
어차피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다.
그건 생생하게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생기를 잃고 서서히 시들어갈 것인가? 와 같은 질문이었다.

사랑은 결국 자연의 성장통과 닮았다.

성장통을 겪더라도 생명체는 살아가며 성장하고 피어나야 한다. 인간도 자연 일부분이기에 자연처럼 사는 것이 자연스럽고 가장 편안한 방식이니까. 성장통이 너무 아프다고 외면하고 새싹을 잘라버린다면 먼 훗날,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나무와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날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는 자연스럽게 또다시 사랑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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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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