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추다혜차지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톺아 보기 ②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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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무가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봤다. 무가는 다시 기능적으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신의 뜻을 알기 위해 신을 청하는 청배 무가이다. 두 번째는 신을 즐겁게 해줌으로써 인간의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오신 무가이다. 마지막으로 신을 편안하게 보내드리는 송신 무가이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도 마찬가지로 청신, 오신, 송신의 과정을 거친다. 이때, 청신 단계에서는 평안도 굿이, 오신 단계에서는 제주도 굿이, 송신 단계에서는 황해도 굿이 차용되었다.
1. 평안도의 경우
▲ 평안도 다리굿
다리굿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시키는 일종의 사령 제의이다. 다리굿은 에누다리의 전설로부터 유래되었다. 평양 근처에는 에누다리라는 다리가 있었는데, 이곳에는 특이한 관습이 하나 있었다. 바로 상여가 지나갈 때, 남자 상주들만이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여자 상주들은 이 다리 앞에서 통곡만 할 수밖에 없었고, "에누다리 울음"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처럼, 다리굿은 이와 같이 사별을 서러워하는 여자 상주를 위로하여 죽은 사람들이 극락세계로 편히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산 사람들은 죽음을 재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추다혜차지스, 비나수+
이때, 앨범의 수록곡 '비나수+', '오늘날에야'는 각각 다리굿의 '비나수 장단'과 '푸념 장단'과 관련이 있다. 둘은 모두 굿거리의 청신 단계에 쓰여, 축원의 내용으로 굿을 열고, 굿을 하게 된 내력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비나수 장단의 경우 무당이 혼자서 부르지만, 푸념 장단은 만수받이로 부른다. 또한, 비나수 장단과 푸념 장단은 장단의 구조는 동일하지만, 비나수 장단은 푸념 장단에 비해 속도가 빨라서 잔가락을 치지 않는다.
2. 제주도의 경우
▲ 제주도의 새도림 (본래 표기는 새ᄃᆞ림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아래아는 현대어에서 'ㅏ'로 소리가 나지만, 제주도의 경우는 'ㅗ'와 비슷하게 발음한다. 따라서, 연구자에 따라 '새다림'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며, '새도림'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다.)
제주도의 무가는 내륙의 무가와 비교되는 그것만의 특징이 있다. 내륙 무가의 경우, 박자와 리듬이 정형화되어있으며, 선율악기와 타악기가 함께 편성되어 무가를 반주한다. 또한, 신을 한 명씩 놀리고 보내는 것을 반복한다. 그러나, 제주도의 경우 외형상 불규칙한 박자나 자유 리듬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고, 주로 장고로만 반주하며, 신들을 한꺼번에 청해서 한꺼번에 보낸다.
새도림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무가다. 새도림은 신이 하강하는 길에 따라온 모든 새를 쫓아내어 깨끗이 하는 절차로, 신을 청하기 전에 부정한 것들을 깨끗이 하는 부정굿의 일종이다. 이러한 새도림에는 우리 고유의 수사법이 잘 드러난다. 그것의 사설을 살펴보면, 일 년 동안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과 관련한 새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일 년 열두 달의 순서에 따라 일어나는 특정한 현상들에 관해 나열하는 방식을 월령체라고 하며, 비슷한 어휘를 거듭해서 늘어놓는 방식은 엮음이라고 한다. 월령체와 엮음은 무가뿐만 아니라 민요, 사설시조, 판소리 등에도 자주 나타나며, 우리 민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도림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새"의 의미이다. 제주도에서 "새"는 중의적인 단어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새(鳥)를 뜻하기도 하고, 잡귀를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새도림 속에서 새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고 그들에게 쌀과 물을 주어 돌려보내는 것은 둘의 동음이의 관계에 주목하여 생긴 것이다. 이러한 새도림은 수록곡 <사는 새>와 관련이 있다.
▲ 추다혜차지스, <사는 새>
3. 황해도의 경우
▲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황해도는 지리적으로 바다와 맞닿아 있으며, 평지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해안문화와 내륙문화가 균형적으로 발달할 수 있었다. 또한, 서울과 평양의 사이에 있어 두 지역권의 문화를 동시에 받았다. 실제로 한국과 북한이 공동으로 조성한 산업단지인 개성공단은 이 황해도에 있다.
이러한 지리와 문화적 특성은 무속에도 영향을 줬다. 배연신굿과 대동굿은 황해도의 대표적인 굿이다. 배연신굿은 황해도의 해변 지역에서 행해지며, 다른 풍어굿과 마찬가지로 해상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한다. 대동굿은 황해도의 내륙지역에서 행해지며, 마을의 주민들이 모여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며 단결을 도모한다.
이때, 특이한 점은 북한 지역에서 발전된 배연신굿과 대동굿이 우리나라의 서해안 지역에서도 전승된다는 점이다. 이는 황해도 지역의 큰무당인 김금화 만신이 1950년 월남하여 정착했기 때문이다. '굿'하면 떠오르는 뜨겁게 달군 작두를 타는 무당의 이미지는 김금화 만신으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추다혜차지스, <에허리 쑹거야>
앨범의 수록곡 '에허리 쑹거야'와 '차지S차지'는 각각 황해도 굿의 '쑹거 타령'과 '마당 거리'와 관련이 있다. 쑹거 타령은 주로 오신의 절차에 쓰이며, 무당이 두 장단을 메기면 장구재비가 "에-허어리 쑹거야"라고 두 장단을 받는 긴 만수받이 형식으로 구성된다. 마당 거리는 굿의 마지막 절차다. 마당 거리는 굿에서 대접을 받지 못한 잡귀들을 풀어먹여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서울 굿에서는 이를 보통 뒷전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4. 글을 마치며,
김금화 만신의 삶을 조명한 영화 '만신'의 박찬경 감독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서, 전통문화에서 가장 심하게 억압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봤어요.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죠. 백정 다음이 무당이라고. 계급 이하의 계급이라고요. 그런데 보세요. 판소리나 다른 국악기들이 다 굿에서 나왔다는 건 정설이에요.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인데도 가장 철저하게 소외받았던 무속을 다시 볼 필요가 있죠.”
무가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것들과 함께 했다. 그것은 가장 깊은 슬픔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미천해서 받아줄 곳 없는 잡귀들 마저 베풀어 먹인다. 따라서 버리고 버려지는 일이 당연시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지치고 힘이 든다면, 오늘 저녁은 무가와 함께 해보는 게 어떨까.
[신동하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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