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추다혜차지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톺아 보기 ① [음악]

샤머닉? 펑크? 그게 뭐야?
글 입력 2021.11.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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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을 열며


 

지난해 처음으로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접했다. 너무 좋아 전율이 흘렀고, 정확히 무엇과 무엇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이가 한 명도 없었다. 아마도, 앨범 내에 수많은 레퍼런스와 모티프가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시작할 수 없고, 설사 시작했더라도 끝맺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무가를, 펑크를, 그리고 추다혜차지스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리스너인 내가 직접 쓰기로 했다.

 

<오늘 밤 당산나무 아래서> 톺아 보기는 총 3부로 진행될 예정이다. ① <샤머닉 펑크? 그게 뭐야?>에서는 앨범이 무가와 펑크의 크로스 오버임을 주목할 것이고, ② <평안도의 경우, 제주도의 경우, 황해도의 경우>에서는 앨범과 관련이 있는 무가들을 소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③ <추다혜차지스가 특별한 이유>에서는 앨범을 총평하고,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가 지닌 의의를 재고하고자 한다.

 

 

 

1. 무가가 뭐야?


 

▲ 최수정의 서울굿 대감거리

 

 

사전에 따르면, 당산나무란 “마을 지킴이로서 신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 모셔지는 신격화된 나무”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도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는 무가(巫歌)와 관련이 있다. 무가는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므로 처음 접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 앨범을 리뷰할 때, 이를 제외하고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학부 시절 배운 지식을 종합하여 핵심만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무가는 무당이 무속제의에서 부르는 노래를 의미한다. 이러한 무가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주제로 하여, 신에게 재앙을 없애고 수명을 늘리고 복을 증진해달라고 간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것의 내면에는 개인이 홀로 극복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을 초월적인 힘을 빌려 타파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이것이 외면화되는 과정에서 그것은 자연스럽게 주술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때, 신은 인간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신을 즐겁게 해야 한다. 사람들은 무속의 신들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밌는 것을 보면 기뻐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무속의식에는 춤과 재담과 같은 오락에 목적을 둔 것들이 추가되었다.

 

신을 놀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신이 정한 규칙을 어기지 않는 것이다. 신과 인간 사이에는 여러 금기가 존재한다. 이 금기를 어길 시에는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거나 저주를 받게 된다. 따라서, 무가는 엄숙한 환경에서 신성한 절차에 따라 구연이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의식은 자신의 힘으로 깨우치기 어렵다. 간단한 굿거리의 경우, 굿판을 직접 보고 학습할 수 있지만, 여러 굿거리로 구성된 축원 무가나, 무속서사시인 서사 무가의 경우 신엄마라고 불리는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2. 펑크는 뭔데?


 

지금까지 “샤머닉 펑크”에서 “샤머닉”에 대한 것들을 살펴봤다. 이제는 “펑크”의 차례다. 첫 번째 장과 마찬가지로 펑크에 대해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 장은 넘어가도 좋다.

 

 

▲ 제임스 브라운, I got you (I feel good)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표기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음악 장르에는 Punk와 Funk가 있다. 섹스 피스톨즈를 필두로 하여 단순하고 반복적인 코드와 사회 변혁에 관한 가사를 특징으로 하는 장르는 Punk이며, 이번 장에서 언급할 건은 Funk이다. 둘을 구분하기 위해 Funk를 훵크로 쓰는 일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Funk를 펑크로 표기하고자 한다.

 

펑크는 1960년대 느슨해진 흑인 음악에 긴장감을 주며 등장했다. 흑인 음악가들이 기존의 재즈, R&B, 소울 음악에 아프리카 전통 리듬을 섞어 이전보다 신나는 곡들을 만들며 기초를 세웠다. 이러한 펑크는 두 가지의 특성이 있다. 바로, 느리고 끈적한 리듬과 즉흥 연주가 그것이다.

 

펑크는 기본적으로 댄스 음악이다. 따라서, 선율보다는 리듬감 있는 베이스가 강조된다. 이때, 펑크가 다른 댄스 음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비트가 다소 느리다는 것이다. 이처럼 느린 비트 속 존재하는 수많은 여백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했다. 뮤지션들은 그것을 개성과 테크닉으로 채워 담을 수 있었고, 이것이 여러 발전을 거치며 즉흥 연주 문화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펑크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는 제임스 브라운이 있다. 제임스 브라운은 소울의 대부이자 펑크의 창시자이다. 특히, 그는 자기 밴드에서 두 대의 드럼을 운용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당김음 리듬을 만들어 냈고, 펑크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3. 샤머닉 펑크에 대하여


 

이 둘은 음악적으로 대척점에 있다. 또한, 하나는 원형에 가까운 고전적 장르이며, 다른 것은 비교적 현대적 장르이기 때문에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없다. 따라서, 필자 또한 둘을 비교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샤머닉 펑크”라는 장르가 태동한 만큼 무가와 펑크 사이의 관계를 새로이 정립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둘은 모두 소외된 사람들이 만들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흑인 음악은 긴 시간 동안 문화의 뒤안길에 머물렀다. 흑인 음악의 주된 특징들은 노예 시대에 만들어졌다. 메기고 받는 형식은 노동의 고통을 잊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다층적인 화음 구조는 불온한 행동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전통 악기를 모두 빼앗긴 데서 출발했다. 이러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흑인 음악은 블루스, 재즈, R&B, 펑크, 디스코, 힙합 등을 만들어 내며 대세가 되었다.

 

그렇다면 무가의 경우는 어떠한가. 과거 조선 시대에는 팔천이란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여덟 가지의 천한 직업이란 의미로 노비, 광대, 무당, 백정, 승려, 기생, 상여꾼, 공장이 이에 포함됐다. 신분제가 철폐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판소리나 민요를 낳았으며, 사람들이 가장 힘들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을 위로하며 보듬었다. 그러나, 그것은 근대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철저하게 멸시당하고 있다.

 

잃어버린 옛것을 되찾기 위해서 펑크가 등장했던 것처럼 추다혜차지스의 샤머닉 펑크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장르인 무가가 부활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①<샤머닉? 펑크? 그게 뭔데?>를 마친다.

 

 

[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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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노엘
    • 간만에 흥미로운 리뷰네요
      무가와 그리고 샤머닉 펑크 PUNK 아닌 FUNK 좋읍니다
      앞으로도 이런 친절한 리뷰 부탁합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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