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NO에 익숙해진다는 것의 의미: 거절당하기 연습 [도서]

거절의 참극은 허상
글 입력 2021.10.2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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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고 예측 불가한 상황 앞에 놓이는 것은 언제나 달갑지 않다. 특히 누군가에게 제안이나 설득,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불편하다. 만약 거절이나 거부를 당하게 된다면 그 참담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또 어떤 노력이라도 해야 하니 말이다. 이렇게 누군가 나를 당황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듯 하다.

 

<거절당하기 연습>은 투자자로부터 받은 "NO"라는 답변에 충격을 받고 비관에 빠졌던 지아 장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아 장은 미국에서 잘 나가는 회사원이기를 그만두고 6개월 간 사업에 도전했다. 그러나 의욕적이고 비장하게 매달렸던 일이 누군가로부터 거절당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낙담하게 된다. 단 한 번의 거절이 자신의 꿈을 부정당하는 것만 같은 아픔을 느끼게 하고, 믿고 자신하던 스스로의 역량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게 만든 것이다.

 

지아 장은 아내의 응원과 지지에 힘입어 사업을 발전시키려 하지만 다시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이 '거절당하기 연습'이다. 거절당하기 연습은 말 그대로 사람들에게 거절당할 만한 이상한 제안을 하며 거절에 대한 면역을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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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첫번째 도전에 대한 기록을 보는데 지난 날의 내 모습이 보여 민망한 웃음이 나왔다.

 

그의 첫번째 도전은 바로 경비원에게 100달러를 빌리는 일이었다. 망설임 끝에 경비원에게 다가간 그는 속사포처럼 100달러를 빌려달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경비원이 그다지 좋지 않은 표정으로 거절하며 이유를 물었다. 지아 장은 버벅이며 말했다. "안 된다고요? 알겠습니다. 안된다는 말씀이죠? 네, 고맙습니다!"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이 그 상황을 끝내기에 급급했던 나의 모습이 바로 이 대목에서 선명히 그려졌다.

 

지아 장은 이 날의 도전을 기록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아챘다. 바로 경비원이 이유를 물었다는 사실이다. 이유를 설명할 기회를 줬음에도 자리를 빨리 벗어나기 위해 더듬거리기만 했다는 것을 발견한 지아 장은 자신의 두려움이 결과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그 뒤로도 그는 꾸준히 거절당하는 연습을 진행하며 '거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사람과 세상에 더욱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지아 장의 경험담을 읽으며 나는 내가 생각했던 '거절'의 참극이 모두 허상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살면서 거절을 당해보기도 했지만 수없이 거절해보기도 했다는 걸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내 마음을 상기해보니 늘 별거 없고 개인적인 이유뿐이었다. 그 이유란 어떤 날은 정당했지만 또 다른 어떤 날엔 그렇지 못했다.

 

나의 판단에는 그날 그날의 내 감정과 일시적이고 급변하는 상황들이 수시로 개입했다. 그건 나에게 제안한 상대방의 탓이 아니었다. 나는 늘 그것을 상대방도 알아주길 바랐다. 그러면서도 내가 거절을 당할 땐 마치 개인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매우 아이러니하다. 책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상대방의 의사는 그 사람의 문화적 배경, 부모님, 교육 수준, 경험 등에 따라 달라지고, 그것들은 나의 설득 능력, 성향, 요청보다 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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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 앞에 놓였을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거절을 개인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과 그것은 그저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의견이 내게 직접적인 해를 가할 리 없다. 그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 나를 상처 입힐 수 없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맞다.

 

 

"'안될 게 뭐야.'라고 말하고 나면 언제나 '하지 않을', 적어도 시도도 하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을 깨달았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직면함으로써 해소하는 지아 장의 행동과 실행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는 거절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바꿈으로써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러한 그의 극복 과정을 생생하게 마주하며 내가 가진 크고 작은 두려움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관찰하고, 이것이 정말 나의 두려움을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려는 의지가 생겨났다.

 

거절에 대한 오해를 거두는 것은 곧 인간에 대한 오해를 거두는 일 같다. 그것에 너무 겁먹지 않고 나대로 사는 것이 제안의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기도 한다는 것을 늘 기억하려 한다. 혹시 두려운 것이 너무 많아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마음이 약해진 순간에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착각들을 발견하고, 정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지아 장의 TED 강연 영상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나를 상처 입힐 수 없는 것이 어째서 두려운가? 이 의문은 거절과의 싸움에서 핵심이다."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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