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할리우드의 뉴 웨스턴 [영화]

괴수, 인간이 꿈꾸는 정복
글 입력 2021.10.2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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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20세기를 지나며 점차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가지 장르 영화가 있었다. 바로 '웨스턴' 즉 서부극이다. 1903년 에드윈 포터 감독이 발표한 <대열차강도>를 시작으로 발걸음을 땐 해당 장르는 20세기 중반 절정을 구가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존 포드 감독이 당대를 대표하며 수 많은 영화를 남겼고, 현재 할리우드의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웨스턴 장르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런 웨스턴 장르는 근 100년을 넘게 유지되며 여러 변주를 거쳐왔다. 앙드레 바쟁 역시 'The Evolution of the Western'으로 해당 장르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초기 고전주의 웨스턴은 대게 서부 개척의 역사와 그 정당화 과정을 다룬다. 서쪽으로 이동하며 원주민들과 싸우는 카우보이와 개척자들의 모습이 이를 대표한다.

 

이후 장르는 원주민들과의 화합이나 연대를 보여주다 또 다른 역사의 일면을 보여준다. 남북전쟁이다. 이를 대표하는 영화가 바로 존 포드의 1962년 작품인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다. 작품의 선역과 악역은 모두 백인들로, 노예제 폐지 이후 노동력 문제로 갈등하는 서부의 지역을 배경을 삼는다.

 

이후 서부극은 세계 각지에서 수용되었고 소비되었다. 70년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유행했던 '스파케티 웨스턴(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 주자, 세르조 레오네 감독이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스타로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영화 역사는 재작년 개봉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영화의 후반부 져물어가는 배우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이탈리아로 넘어가 서부극으로 돈을 벌게 된다는 짤막한 전개가 그러하다. 국내의 경우 김지운 감독의 2008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대표적인 예시로, 일본 또한 2007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가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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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두 작품이 아니더라도 할리우드의 웨스턴을 계승한 작품과 장르 영화는 많다. 소위 '수괴'가 등장하는 크리쳐 물이 이 흐름을 이어간다. 해당 장르는 과거의 웨스턴이 가졌던 의식과 구조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미 서부의 황야를 지구의 자연이나 우주로, 백인 개척자들과 갈등했던 원주민을 괴수로 변경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킹콩>을 말하고 싶다. 1933년이나 1976년 개봉한 작품은 물론 2005년 또 다시 리메이크 된 피터 잭슨의 작품,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2017년 만들어졌던 영화 <콩 : 스컬 아일랜드> 모두 이런 구조를 가진다.

 

어떤 작품을 보든 사실 거대 고릴라 킹콩은 애초 잘못이 없다. 킹콩은 그저 자신의 영역에서 자연에 섭리에 맞게 살아갔다. 그를 자극한 것은 언제나 외부의 인간이다. 그의 거주 구역 안, 다른 괴수들은 물론 인간을 똑 닮은 원주민들 역시 킹콩에게 복종하고 있다. 약육강식일지언정 이들의 세계는 나름대로 평화롭다.

 

이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외부에서 침입한 서구 문명인들이다. 이들은 그 세계를 주인 없는 곳 마냥 쳐들어왔을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킹콩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절망하고 분노할 뿐이다. 킹콩을 무력화시킨 뒤 그를 문명으로 데려와 쇼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삼는 모습 역시 인간의 정복욕을 보여준다.

 

이상한 언어를 내뱉거나 심지어 말 한 마디조차 내뱉지 않게 변형되는 점 또한 기존 서부극이 가졌던 정복욕과 편견을 재생산한다. <콩 : 스컬 아일랜드> 속 아무런 말을 하지 않게 된 원주민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이제 할리우드는 포악하고 호전적인 '인디언' 원주민을 더 이상 등장시킬 수 없다. 인종차별 논란을 피해가야 하기에, 새로운 이들이 요구된다. 언어는 곧 정체성이기에, 언어의 부재란 특정 인종과 국가를 특정하지 않기 위함이다.

 

동양인을 고용해 촬영했지만, 특정 국가나 집단으로부터 가져온 모티프가 없다는 강력한 주장이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세계적인 히트작 <아바타, 2009>에 등장하는 '나비족'이 신경다발을 사용하하는 점 역시 유사한 측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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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장르가 시기를 거치며 변화했듯, '킹콩' 또한 조금씩 달라졌다. 애초 1933년의 원작은 괴수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강조하였다. 그러나 시기를 거치며 괴물은 조금씩 인간과 교감하기 시작한다. 2005년 피터 잭슨은 킹콩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히로인을 담았다. 서부극에서 원주민과 힘을 합치는 서사가 등장한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이후 2017년이 되며, 킹콩은 미국으로 옮겨지지도 않는다. 침입자들은 킹콩의 존재를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섬을 빠져나간다.

 

고도로 문명화된 지구 속 더 이상 정복할 땅은 남아 있지 않다. 물론 모든 생명의 비밀을 알아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땅'이나 '섬'이 새로 발견되긴 힘들지 않을까. 존 터틀토브 감독의 <메가로돈>처럼, 아직 미지에 잠긴 바다 속 괴수를 다룬 영화의 등장 배경이기도 할 것이다. '킹콩'이 계속 우리 앞에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괴수 영화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찾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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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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