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 다시 문을 열다

글 입력 2021.10.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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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미술관의 재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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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에 위치한 리움 미술관이 2017년 이후 오랜 공백기 끝에 지난 10월 8일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재개관 하기 이전 이곳을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 관람객이라면 이들의 기억 속에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리움 미술관은 모두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2017년 2월 말에 막을 내렸던 기획전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란 전시가 리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리움 미술관은 현재 2개의 상설전과 1개의 기획전으로 돌아왔으며, 재개관을 기념해 올해 말까지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편, 재개관한 리움 미술관의 경우 전시 예약이 무척 어렵다. 12시에 풀리는 예매창은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금새 매진이 되어버린다. 이토록 예매가 어려운 이유로는 긴 공백기 이후의 재개관을 기다려온 반가운 마음도 있겠으나 그 일면에는 관람객들의 이건희 컬렉션을 향한 식지 않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고(故)이건희 소장품과 관련한 전시가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리움 미술관 역시 크게 보면 이병철, 그리고 이건희 컬렉션의 큰 줄기이다. 리움 미술관을 더 넓게 파악하기 위해서 삼성문화재단과의 연결고리부터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1982년 고(故)이병철 회장이 '호암 미술관'을 용인에 세웠다. 주로 고미술과 관련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1984년부터 문을 열어 2004년에 문을 닫게 된 '호암 갤러리' 역시 삼성문화재단 하에 운영되었으며 주로 현대미술을 전시했던 전시장이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운영했던 '로댕 갤러리'라는 곳은 이름답게 로댕의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들>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으며, 2011년부터 '플라토 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어 운영했으나 2016년에 폐관했다. 현재 삼성문화재단 하에 운영되고 있는 미술관은 호암 미술관과 리움 미술관이다.

 

 

 

무엇이 변했을까


 

홍라희 관장의 공석과 2017년 3월 홍라영 총괄부관장의 사임, 그리고 지난 해 10월 이건희 회장의 작고, 현재 리움 미술관과 호암 미술관은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자 이서현 운영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다시 말해 리움 미술관은 새로운 국면과 함께 달라진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주었다. 이전에 리움 미술관을 방문했던 관람객이라면 재개관 이전의 미술관과 현재 리움 미술관의 변화된 요소들을 찾아보는 것도 전시 관람과 더불어 흥미로운 지점이 될 수 있겠다.

 

먼저 KUHO 브랜드를 설립한 패션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정구호가 리움 미술관의 레노베이션 총괄감독을 맡았다. 공간의 개편 과정에서 목표로 삼은 것은 리움의 특장점을 부각시키면서 보다 더 유연하고 실험적인 방향이 드러날 것, 그리고 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미술관의 비전이 더 눈에 드러날 것이라고 한다.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는 변화는 바로 미술관의 입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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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일렬로 나열된 LEEUM이라는 철자였던 로고는 현재 동그란 원형 형태로 달라졌으며 특히 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로고는 돌아가면서 움직인다. MI(기관문양)의 디자인은 영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페드로 메시아스(Pedro Messias)가 맡았다. 메시아스는 미술관 내부 건축 공간인 로툰다의 모습을 본떠 MI와 미술관 간의 시각적 연관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미술관의 이미지와 아이덴티티를 담은 로고에 변화를 포착하면서 전시장 입구 내부에 들어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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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미술관을 들어설 때 부터 내부 공간에 달라진 점이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겠다. 이전 리움 미술관의 매표소 자리에는 카페가 들어섰고 기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는 곳은 현재 리셉션 데스크로 매표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한, 로비에서 로툰다를 중심 축으로 세워진 기둥 주변에는 조약돌 모양의 검은 벤치가 설치되어 흑백 느낌의 안정적인 분위기와 관람객들이 로툰다에 집중하거나 관람을 하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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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미술관에서 가장 상징적인 부분인 로툰다에는 꽤 오랜 기간 최정화 작가의 <연금술(2014)> 설치 작품이 길게 늘어져 걸려있었다. 리움의 원형공간 그리고 알록달록한 색의 길게 늘어진 설치 작품을 자동반사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관람객들이 많을 것이다. 현재는 김수자 작가의 <호흡>작품이 설치되어 있으며 채광이 들어오는 로툰다에는 햇볕과 함께 무지개빛을 띠는 창문을 감상할 수 있다. 해당 작업은 1층에서 천장을 올려다 보며 감상할 수도 있고 소장품전 전시를 볼 수 있는 가장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걸어 내려오며 감상할 수도 있다.

 

 

 

기획전과 상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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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미술관이 재개관하며 갖는 기대감에는 기획전을 통한 새로운 변화와 시도, 그리고 이전에 보여주었던 작품이 아니라 새로이 전시장에 등장한 소장품들 때문일 것이다. 먼저  [리움 소장품-고미술,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의 상설전의 경우 타이틀 그대로 고미술품과 현대미술과 관련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현재 선보인 상설전에 전시된 현대미술과 관련한 작품의 60퍼센트, 그리고 고미술품의 경우 50퍼센트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이전에 보인적 없는 작품들로 전시에  구성되었다. 상설전의 경우 각 층마다 지하1층의 "이상한 행성", 1층 "중력의 역방향", 2층 "검은 공백"까지 각 타이틀을 달고 있으며 이와 관련되어 분류된 작품들이 층마다 위치하고 있다.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왜 이런 타이틀에 속했고 분류되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전시를 더 깊숙이 관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현대미술 소장전은 설치작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살바도르 달리, 댄 플래빈, 아니쉬 카푸어, 올라퍼 엘리아슨, 안젤름 키퍼, 톰 웨셀만 등 미술사에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기획전 이브클랭.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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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이 M1, M2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졌다면 기획전은 아동문화교육센터라는 장소를 찾으면 된다. 기획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시장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 전시 도입부에 해당하는 론 뮤익의 극사실적인 설치 작품을 볼 수 있다. 기획전의 경우 [인간, 일곱개의 질문]이라는 전시명으로 사람, 그리고 인간에 대한 주제로 리움이 갖고 있는 소장품과 대여작품들이 골고루 섞여 구성되어 있다. 사실 전시제목에서부터 인간이라는 주제가 매우 심오하거나 무거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나 예술에 있어 가장 기본이고 근간이 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를 둘러봐도 좋을 듯 하다.

 

기획전은 이브 클랭, 앤디 워홀, 백남준, 이불, 정연두, 니키 리, 신디 셔먼, 루이스 부르주아, 아나 멘디에타, 장후안 등 국내 예술가뿐만 아니라 각국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으며 예술과 인간에 대해 다시금 각자의 생각정리를 해볼 수 있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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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획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시장의 입구이자 출구에는 조지 시걸, 안토니 곰리,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사람 형상을 한 설치 작품들이 세워져 있다. 기획전의 묘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세 개의 설치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해당 설치 작품들은 관람객의 눈높이이자 꽤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전시장을 들어올 때는 이 작품들의 뒷모습을, 그리고 전시장을 나가는 길목에서는 이 작품들의 앞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입장부터 전시관람 이후 퇴장까지 사람의 형상을 한 이 설치작품들 사이로 걸어나오며 조금은 거창하지만 인간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리움 미술관의 재개관 이후 상설전과 기획전 둘러본 결과, 리움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관람객들과 오랜만에 다시 방문할 예정인 관람객 모두가 알찬 구성으로 이루어진 두 전시를 빠듯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하루 안에 기획전과 상설전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기획전과 상설전을 각각 나누어 예매하고 디지털 가이드까지 대여해 꼼꼼히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시 문을 열게 된 리움 미술관을 살펴보면서 예술을 향한 갈증과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국내의 크고 작은 미술관에서 오랜만에 돌아온 리움 미술관에 들러 바쁘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며 한 템포 느리고 여유로운 감정을 가질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

 

 

[손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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