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또다시, 부산국제영화제 (2) [영화]

글 입력 2021.10.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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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글은 "[Opinion] 또다시, 부산국제영화제 (1) [영화]"와 연결됩니다.

 

 

 

BIFF 1일차 - 2020.10.24. 토요일


 

첫째 날은 2020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두 작품 <테디>와 <썸머 85>가 몰려있는 날이기도 했다. <썸머 85>에 앞서 이른 저녁 시간에 관람할 예정이었던 <테디>는 늑대인간 캐릭터를 다룬 프랑스 공포영화라는 점에서 영화제 상영작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연신 흥미를 자아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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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운 프랑스 공포영화는 늑대인간 캐릭터를 다룬 작품이다. 테디는 마사지시술소에서 일하면서 삼촌, 여자친구 레베카와 로테가론(Lot-et-Garonne)이라는 마을에서 소박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늑대인간에게 물리고 난 후, 평화롭던 그의 일상은 악몽으로 변한다.


- 영화 <테디> 소개글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거듭 과할 정도로 불쾌감을 자아내는 장면들의 연속에 지쳐 영화는 처음 기대했던 것에 비해 유난히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첫 번째로 관람한 기대작이 처참히 무너지긴 했지마는, 좌절은 금물이다. 아직 첫째 날의 마지막 관람 작품으로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썸머 85>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감독님의 2017년 개봉작인 <프란츠>를 한때 인생 영화 반열에 올릴 정도로 인상 깊게 본 경험이 있어 이듬해 신작인 <썸머 85>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스레 커져 있던 터였다. 다행히도 감독님의 전작을 워낙 좋게 본 덕인지 관람 전의 걱정이 무색하게 <썸머 85> 역시도 취향의 결이 맞아떨어져 연신 기분 좋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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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진 알렉스를 다비드가 구해준 것을 계기로 두 소년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둘 중 한 명이 죽으면 그 무덤 위에서 춤을 추자” 사랑의 증표 같은 맹세와 함께 여름 태양만큼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너와 함께한 6주, 1008시간, 60480분, 3628800초, 왜 하필 너였을까” 하지만 알렉스는 어느새 다비드의 식어버린 마음을 알게 되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을 고하는데… 당신의 심장에 새겨질 첫사랑 이야기.

 

- 영화 <썸머 85> 소개글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1982)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 <썸머 85>는 1985년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아날로그 감성이 더욱 돋보이는 영화다. 비록 극 초반부터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다루고 있으나 시종 비관적인 톤만을 유지하기보다는 액자식 구성을 활용하여 영화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는 이중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결정적으로 두 주연배우의 합이 훌륭했기에 작품 속 완벽히 녹아든 두 인물을 바라보며 더욱 만족스럽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다만 영화를 관람할 당시 유일한 흠이 있었다면,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던 10월 말 야외극장에서 해당 영화를 보았다는 것이다. 물론 2020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모든 영화가 영화제 기간 내내 단 1회차밖에 상영되지 않아 별다른 선택권이 없긴 했다만. 당시 야외극장에서의 관람은 부산의 매서운 강추위와 세찬 바람을 느끼기에 더없이 강렬하고 아찔한 경험임이 분명했다. 핫팩 하나라도 챙겨가지 않은 스스로가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편으로 담요 하나 없이 화면 밖에서 덜덜 떨고 있는 나와 달리 스크린 속의 두 주인공은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노르망디 해변을 배경으로 얇은 옷만을 걸친 채 자유로이 물속에 뛰어들거나 요트를 몰고 있었다. 난생처음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 속으로 걸어 들어가 꽁꽁 얼어버린 것만 같은 몸을 잠시라도 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은 단연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만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묘미가 아니던가. 비록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간신히 외투 하나를 부여잡고 힘겹게 관람을 끝마친 첫날이었지만, 이날의 기억은 여전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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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일차 - 2020.10.25. 일요일


 

이어 둘째 날은 학교 수업이 없는 일요일이니만큼 본래 4편의 영화를 관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2시간만을 잠으로 때운 채 연속해서 세 편의 영화를 관람하니 다음 날까지 몸에 급격한 피로가 쌓인 건 피차 당연했다. 이왕 영화제까지 왔으니 최대한 맑은 정신으로 영화를 눈에 담고 가자는 취지 아래 깔끔히 오전 영화를 포기하고, 두어 시간의 아침잠을 택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리하여 12시 즈음 숙소를 나서 오후 1시부터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한 일요일에는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구름 위에 살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운디네>, 그리고 장장 3시간의 상영 시간에 달하는 부란 쿠바니 감독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관람하였다. 제작 국가가 각기 다른 만큼 세 영화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지닌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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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역시 2020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작으로 단번에 떠오른 페촐트 감독의 <운디네>가 가장 인상 깊었다. 5박 6일간의 BIFF 여정 동안 가장 만족스럽게 관람한 영화인 만큼 <운디네>는 내가 페촐트 감독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부산에서의 <운디네> 관람을 기점으로 지금껏 단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는 감독님의 이전 작품에 무척이나 큰 호기심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부산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당해 여름날 한 차례 개봉되었던 감독님의 전작 <트랜짓>을 곧바로 찾아보았다. 삶과 죽음을 끊임없이 관조하고, 떠난 자와 남겨진 자의 상실을 섬세히 그려내는 영화의 깊고도 아득한 시선에 <트랜짓>은 <운디네>에 이어 또 한 번 내게 황홀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BIFF 3일차 - 2020.10.26. 월요일



셋째 날에는 3시간짜리 전공 수업이 오후 3시에 예정되어 있었기에 오전 중으로 영화 하나를 보고선 바로 숙소로 되돌아와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 빵집과 스타벅스에 들러 즐겨 먹는 커피와 델리만쥬, 빵 몇 개를 사들고선 수업 시작 전까지 숙소 앞에 있는 바다를 구경 나왔다.

 

이날은 오전에 본 영화 <사탕수수의 맛>이 오후 내내 마음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 <사탕수수의 맛>은 평소 한국에서 쉬이 접하기 힘든 인도 영화로 자국 내 노동계의 현실, 특히나 여성 노동자가 처해있는 열악한 실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당시 영화를 관람한 직후, 메모장에 이런 한 줄 평을 남겼더랬다.

 

“이 시대 ‘영화’라는 연결 매체가 우리에게 존재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영화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고 새로이 인식하며 나아가 연대와 아픔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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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나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을 중퇴하고 가족들과 함께 사탕수수밭으로 간다. 매년 10월부터 3월까지 수십만 명이 사탕수수밭에서 일당을 받으며 가족 단위로 일을 하는데,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월경 중인 여성들은 하루, 이틀 일을 쉬어야 한다. 일을 쉬면 벌금을 내야 하므로, 한 푼이 아쉬운 사탕수수밭의 여성들은 자궁 적출을 택한다. 사구나 역시, 병든 아버지와 철없는 남동생에게 가족의 생계를 맡길 수 없어 고민하던 중 불법시술을 소개받는다.

 

- 영화 <사탕수수의 맛> 소개글

 


오전 영화의 여운을 간직한 채 긴긴 오후 수업을 무사히 끝마치고선 또다시 영화의 전당으로 달려가 <전원, 승차!>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가장 마지막 회차에 상영 일정이 잡혀있었기 때문에 저녁 8시가 넘어 영화의 전당을 찾으니 자주 이용하던 본 출입구가 폐쇄되어 하마터면 전용 출입구를 찾지 못해 지각할 뻔했지만 말이다. 쨍한 여름날의 색감이 돋보였던 영화 <전원, 승차>는 코미디와 드라마 장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영화 전반으로 무척이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계속해서 내뿜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연신 극장에 있던 관객들과 쿡쿡 웃음을 터뜨리던 기억이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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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어느 뜨거운 여름밤, 펠릭스는 알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다음 날 아침 알마는 가족이 있는 남프랑스의 휴양지로 떠나고 아쉬운 마음에 펠릭스는 절친 셰리프와 함께 그녀를 깜짝 방문하기로 한다. 카풀로 만난 에두아르의 차에 동승한 이들은 가는 내내 티격태격하며 목적지로 향한다. 도착과 동시에 차는 고장 나고, 펠릭스의 깜짝 방문에 알마는 혼란스럽다.

 

- 영화 <전원, 승차!> 소개글

 


2020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던 <전원, 승차>는 이후 <다함께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올 10월 7일 한국에서 정식 개봉하였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한 요즈음, 산뜻한 여름 내음이 진동하고 웃음과 재치 가득한 영화를 만나보고 싶다면, 지금 극장가로 달려가 <다함께 여름!>의 세계에 빠져들길 강력추천한다.


 

- 다음 편에서 계속

 

 

[윤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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