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글 입력 2021.10.1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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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표1.jpg

 

 

미학: 아름다움을 논하는 학문.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의 정의부터 합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학문의 영역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움을 탐닉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망의 발현 때문이라 생각한다. 미학의 탄생은 예술과 철학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 대상을 형이하학의 대상으로 구현하는 것이 곧 예술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백민석의 눈으로 본 예술, 자신의 물음의 답을 찾기도 하고 작품을 통해 물음을 꺼내기도 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책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읽어내려갔다.

 

최근 읽었던 미학 책들과의 도드라지는 차이점은 저자가 차용한 작품 중 영화의 비중이 많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예술의 한 장르라고 생각하지만, 영화가 정녕 예술인가의 논쟁은 지금도 어디선가 진행 중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나와 같은 견지를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또 영화를 대하는 입장이 비슷해서인지 글이 속도감 있게 읽혀 좋았다.

 

책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역시, 여러 세부 챕터로 나누어져 있었기에 그중 재미있었던 챕터 하나를 소개해 보려 한다.

 

 

 

Chapter 6. 당신들, 정체가 뭐야?

책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pp. 66-77


 

영화 <어스>가 개봉했을 때, 포스터를 보고 흠칫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자신의 얼굴을 본 딴 가면을 들고 있는 상황도 기괴한데 주인공의 커다란 눈이 봐서는 안 될 무언가를 본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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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개봉 이후, 수많은 해석 시도들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영화 <어스>가 말하고자 한 바를 이해하기 위해 접근을 시도하였고 백민석 역시 그중 하나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략하게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가족들이 눈앞에 나타나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이라고 정리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들이 단순히 똑같이 생긴 것을 넘어 생각과 행동까지 일치한다는 점에 있다. 모든 것이 다 똑같지만 유일하게 다른 한 가지, 거주지가 지상과 지하로 구분되는 차이만이 존재하는 두 가족 사이에는 사실 거대한 반전이 숨어있었다. 그러니 다시 정리하자면, 영화는 그 반전이 시발점이 되어 사건이 펼쳐지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나와 똑닮은 사람을 만난다는 상상은 그리 쉬이 되지 않는 것 같다. 핏줄을 나눈 가족조차도, 서로 너무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영화 속 두 가족이 '나', 그리고 '타자'라고 해석하였다. 영화의 시작, 그리고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상의 가족은 '나'를 의미한다. 이들은 목소리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간다.

 

반면에 영화의 중반쯤 등장하여 평화를 흩트려놓는 지하의 가족은 '타자'를 의미한다. 그들은 주변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발악해야,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존재이다. 저자는 영화 속 이 같은 이분적 관계를 통해 개인이 중심이 된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지를 읽어내었다.

 

세상은 결코 그 누구도 혼자 독점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따라서 세상에는 수많은 목소리가 존재하며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종종, 특히 권력에 있어 타자의 목소리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때로 타자의 존재 자체를 모르길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타자에게 나는 또 다른 타자이다. 타자를 무시하는 태도는 곧 나를 무시하는 태도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타자의 목소리를 빼앗은 대가는 잔혹할 수밖에 없다. 이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저자는 영화 <어스>에서 직접적으로 찾아낸 것이다.

 

책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이처럼, 저자의 다양한 질문 속 고찰들을 품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의 비중이 많긴 하지만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가는 방식도 좋지만, 좀 더 끌리는 챕터를 골라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라 생각한다. 좀 더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더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철학의 본질, 사유의 맛을 음미하며 예술을 즐기는 것이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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