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행위미술, 그 넓고 깊은 해프닝 속으로 [도서/문학]

도서 《행위미술 이야기》(이혁발 지음)를 읽고 난 뒤
글 입력 2021.10.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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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미술이란 '행위예술'이라고도 불리며 영어로는 퍼포먼스 아트(Performance Art)라고 불리는 하나의 예술 장르다. 용어 그 자체에서 느껴지듯, 행위미술은 회화나 설치 작품이 아니라 행위, 즉, 퍼포먼스로 표현되는 미술 분야다. 행위미술이 낯선 일부 이들에겐, 그저 난해하고, 어려우며, 심지어는 표현이 거칠고 폭력적인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행위미술은 다른 미술 장르에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었던 것들을 녹여낼 수 있는 분야다. 신선한 발상의 전환 속에서 과감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미술은 빈곤하게 느껴졌던 인간 삶에 살을 찌우고 궁극적으로는 삶을 더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본 글에서는 평소 행위미술에 큰 관심이 있었던 필자가 탐독한 도서 《행위미술 이야기》(이혁발 지음)를 소개하며, 글의 말미에는 곧 개최될 행위미술 관련 축제 하나를 추천하고자 한다.

 

 

 

도서 《행위미술 이야기》(이혁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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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행위미술 이야기》(이혁발 지음)는 회화, 설치미술, 행위미술, 사진 등의 작업을 이어나가는 이혁발 작가와 한국 행위미술사에 족적을 남기기도 한 작가이자 미술평론가인 윤진섭 작가와의 대화를 정리한 도서다. 이혁발이 책의 목차와 질문을 만들어 전자우편을 보내면 윤진섭이 대답하는 식으로 1차 대담을 한 후, 보충 질문과 답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하나의 기록물을 엮어냈다. 도서는 2012년 출판되었으며, 약 300 페이지 분량의 대화 내용과 사진 자료 등을 담아내고 있다.

 

 

 

제1장 : 행위미술의 전통


 

도서의 첫 번째 장은 '행위미술의 전통'이다. 이 장에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발전된 한국 행위미술사를 조명함과 더불어, 행위미술 작업의 동기, 즉, 창작의 거름이 되는 지점들을 되짚는다. 나아가서는 회화를 넘어 개념미술, 전위예술에까지 이르는 행위미술사의 큰 줄기를 살펴본다.

 

1966년도에 마이클 커비가 전위 연극의 이론을 정리한 『해프닝(Happenings)』을 쓰며 전 세계적으로 해프닝, 이벤트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당시 한국에는 번역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윤진섭은 한국의 초기 행위미술이 서구의 영향권 속에서 자랐다고 보지 않는다. 그는 소가 뒷걸음질하다 우연히 쥐를 잡은 격으로, 정보의 부족이 되려 한국만의 독특한 행위미술 형태를 낳았다고 본다. 그렇게 한국 최초의 해프닝이라고 일컫는 작품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1967)을 시작으로, 70년대 성능경의 정치 풍자 작품인 <신문 읽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후 80년대에 이르러서, 정보 통신의 발달로 국내에 서구의 영향권이 미치게 되면서 많은 국내 작가들이 서구의 행위미술에 대한 표피적인 모방을 한 것 같다는 의견을 더한다. 뒤이어서 한국의 전통 연희인 굿, 마당극, 판소리와 행위미술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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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연립전의 '무'동인과 '신전'동인, 오광수 각본,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헤프닝>(1967)

 

 

소주제 '행위미술 창작의 발흥'에서는 행위미술가가 행위미술 작업을 시작하게 만드는 창작 욕구의 발원에 대한 지점을 탐구한다. 행위미술가는 종합예술가, 즉 감독형 예술가이며(이어야 하며), 시대정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예술가 자신으로부터 출발한 창작이나 배설론, 유희론, 구도론에서부터 비롯된 창작을 살펴본다.

 

 

 

제2장 : 행위미술의 전개


 

이렇듯 제1장에서 행위미술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면, 다음 장인 제2장에서는 행위미술이 갖고 있는 특징과 행위미술 작품에서 다루는 주제를 살펴본다. 필자는 도서에서 이 장이 가장 흥미로웠던 것 같다. 가장 먼저 다룬 행위미술의 주제는 바로 '몸'이다. 한 사람의 몸은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이자 역사이며, 더 나아가서는 그의 일생뿐 아니라 그 개인의 원류인 인류 초기부터의 역사가 담겨있다는 설명으로 대화의 장을 연다.

 

 

이혁발 : 메를로퐁티는 "우리는 우리의 몸 그 자체다. 몸으로 살고 몸으로 존재한다. 몸 역시 하나의 기호고 언어"라고 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몸은 도구나 수단 그 이상이다. 그것은 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표현이며 우리 의지의 시각적 형태이다"라고 했습니다. (....) 이렇게 몸을 도구화, 매개화하여 작품을 만들어내는 행위미술가들에게 몸은 자기 탐색과 자기표현의 이상적인 도구가 됩니다.

 

도서 《행위미술 이야기》(이혁발 지음) 117 페이지 中에서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자신의 몸, 그중 발가락을 통해 시를 써 내려가는 등의 행위를 하는 작가 강성국, 물을 마시며 동시에 소변을 보는 방효성의 <몸>(2002) 작품, 자신의 몸을 고깃덩어리같이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하는 듯한 과정을 보여주는 유지환의 <육체를 신선하게 포장하는 방법>(2006) 작품에 대한 사례가 이어진다. 더불어 행위 하는 몸, 인식하는 몸, 몸과 세계(물체), 고행과 사유의 몸, 몸과 성이라는 소주제를 통해 몸이 행위미술에서 어떻게 상호 작용하고 해석되는지를 여러 작품들을 예로 들며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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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환, <육체를 신선하게 포장하는 방법>(2006), 사진©=이혁발

 

 

그중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고행과 사유의 몸'의 작품 예시인 박이창식의 <들숨과 날숨>(2010)이다. 이 작품은 공연장의 한쪽 끝에서 A4 종이 한 장을 입으로 불기 시작해서 반대편 A4용지가 쌓여 있는 곳까지 날숨으로 이동시킨 후 그 용지 위로 종이를 올리는 퍼포먼스이다. 반대편에 쌓여 있는 A4용지에 쓰여 있는 것은 자갈치시장 상가번영회에 등록된 상호와 전화번호다. 이 행위는 자갈치 상가번영회의 모든 상인들의 노고와 고된 삶에 대한 '헌행'이라고 한다. '헌시'가 지어 바치는 시라면, '헌행'은 지어 바치는 행위인 것이다. 살아있음의 증거이기도 한 '숨'으로 종이를 부는 행위를 통해 시장 상인들의 고된 삶에 대한 지지 않는 생명력을 표현하였다. 종이 한 장과 '숨'만으로 삶과 죽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매우 기발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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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창식, <들숨과 날숨>(2010), 사진©=이혁발

 

 

도서는 '몸' 외에 '발언들'을 주제로 한 행위미술 이야기로 이어진다. 일상에서 출발한 행위부터 사회문화운동이나 행동주의적인 예술, 더불어 인간성 회복과 소통에 이르기까지, 행위미술 전반에 있어서 다뤄왔던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주제들과 그에 따른 작품 예시들 속에서 필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인간성 회복과 소통에 관련된 행위미술을 다룬 대목이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에서 출발한 문정규의 <관계>(1994) 작품에서는 작가 자신의 입술에 루즈를 칠한 후 사람들의 볼에 입술 자국을 남기는 행위를 하였다. 당시 작품을 관람하던 한 여성 관객은 작가의 볼에 입술 자국을 남기는 반사 행위를 한다. 이 모습을 통해 이혁발은 성공적인 의미의 소통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문정규의 <관계(소외)>(1991) 작품에서는 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강제로 포대로 덮어씌워 극장 안으로 끌고 들어와 테이프로 둘렀다. 소외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과 교감을 강조한 퍼포먼스인 것이다. 오상미의 <제3자의 페르소나>(2009) 작품은 이어폰을 끼고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홀로 서서 중얼거리다가, 사람들의 얼굴을 빤히 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 사람이 고개를 돌리면 또 다른 사람에게도 이동하는 이 행위는 소통이 잘되지 않는 인간 간의 관계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어찌 보면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표현 방식으로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예시들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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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미, <제3자의 페르소나>(2009), 사진©=이혁발 

 

 

이어지는 내용에서 소재와 구성 형식들(자연요소, 소리, 영상, 과학기술, 쌍방향 미디어, 음악적, 연극적, 기록적, 제의적, 설치미술, 게릴라적, 조형성)을 띄고 있는 행위미술을 폭넓게 정리하여 다뤘다. 이를 통해 행위미술의 특성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도서에서 이야기하는 행위미술의 특성은 일회성, 우연성, 즉흥성, 현장성, 참여성(직접적 소통), 현존성, 실연성, 수용성, 총체성이 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무엇보다 '일회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여기'에서만 진행되는 퍼포먼스는 행위미술의 커다란 특성이자 타 장르와의 구별점이다. 한번 '벌어지고'나면 사라진다는 점에서 행위미술의 진정한 가치가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행위미술은 관객 참여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현존하는 예술이라는 특징이 있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건, 행위자 자체를 작품화시켜 현존 개념을 더 확고하게 고착시켜버리는 경우도 있다. 행위미술의 특성인 현존을 일시적으로 멈추며 역설적으로 그 현존을 더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윤진섭의 <숨 쉬는 조각>(1986)이 그 예시다. 열세 명에 달하는 행위자들의 벗은 몸에 청색을 칠하고, 윤진섭이 그 위에 먹물을 묻혀 추상적인 선 드로잉을 한 작품이다.

 

 

 

제3장 : 행위미술의 전망


 

책의 마지막 장인 제3장에서는 행위미술의 전망에 대해 다룬다. 행위미술에 있어서의 관객의 중요성과 함께, 관객과의 괴리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이 부분은 국내 행위미술계에서 작가로도 활동한 이혁발과 윤진섭의 솔직한 대담이 돋보이기도 했다. 이혁발은 예술적 수준이 대중의 이해 수준을 지나치게 앞서가면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고 말한다. 작가가 살아 있을 당시에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나름의 보상(작품성의 인정)을 받으려면, 예술은 대중과의 수준 차이가 '한 발짝'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모든 사람이 다 즐기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일상으로 전락한 것이라면서, 윤진섭의 의견을 묻는다.

 

윤진섭은 전위라고 부르는 아방가르드는 군대 용어에서 비롯되었다며, 행군을 할 때 맨 앞에서 걸어가는 척후조를 가리킨다고 한다. 총알받이가 될 가능성과, 그와 반면에 무공훈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 둘 다 높은 척후조. 이는 예술에서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전위는 예술의 경계를 확장시킨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으므로, 가장 앞서 있으니까 '경계의 가장 끝 지점', 즉 최전선에서 영역을 개척하고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 그러고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윤진섭 : 전위주의자들은 일종의 '선택된 소수'입니다. 종교적으로 이야기하면 신의 부름을 받은 자들입니다. 세상을 개혁하거나 대중을 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사명감을 지닌 자들이에요. 그러니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이 남달라야 하고 굳은 신념이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애초부터 돈과는 거리가 멉니다. 돈은 대중에게서 나오는데 대중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하면서 무슨 돈을 벌겠다는 겁니까? 그럴 생각이면 차라리 대중예술가가 돼야죠.

 

도서 《행위미술 이야기》(이혁발 지음) 236 페이지 中에서

 

 

뒤이어서 행위미술을 감상할 때의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들에 대한 윤진섭의 의견 또한 엿볼 수 있다. 퍼포먼스에서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은 작가나 관객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콘셉트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작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관객은 미술사적 지식이나 작품에 대한 정보, 보는 눈이 부족한 상황에서 작품을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작가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 할 때 발생한다면서 말을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회적 퍼포먼스, 모두가 주체가 되는 시대'라는 소주제에서는 한젬마의 "세상의 모든 사람은 예술가이며, 또 그 각 분야에서 예술을 할 수 있다"라는 어록, 어빙 고프만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곧 퍼포먼스"라는 어록과 함께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행위만이 행위미술이 아니라, 촛불 시위, 붉은 악마의 응원 모습, 혹은 2000년대 유행했던 프리허그, 불특정 다수의 군중이 모여 안무하는 플래시 몹 등이 그 자체로서 예술적 아이디어들이 넘쳐나는 하나의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하고 있을지 새삼 잠시나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 단락이었다.

 

곧이어 맞이한 도서의 끝자락에서는 행위미술들이 가진 힘과 쟁점들, 그리고 미래의 행위미술에 대해 살펴본다. 행위미술이 주는 특유의 쾌감과 치료 효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좋은 행위미술 작품이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더불어 타 장르와 구분되는 행위미술은 무엇일지에 대한 쟁점, 행위미술가의 자격 논란 쟁점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미래의 행위미술은 어떠할지 예측하는 대화 또한 삽입되어 있다. 도래하게 될 다원예술의 시대, 상호작용의 시대, 그리고 과학기술의 시대에 발맞춰 발전하게 될 미래의 행위미술을 예측해 본다. 필자는 특히 '유목민 사유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부분이 매우 인상 깊었다. 미술관, 박물관의 회화나 조각이 '정주민 사유방식'의 결과라면, 행위미술은 '유목민 사유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윤진섭은 1999년 전국의 행위예술가들이 부산-전주-수원-부천 그리고 마침내 서울로 한데 이용하며 로드쇼를 벌였던 일을 회상한다. 그는 미래의 행위미술은 좁은 의미의 미술에서 벗어나, 인문학적인 지평을 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통섭적인 차원에서 삶의 궁극적 본질을 캐는, 즉,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의 지평을 풍부하게 만드는 일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진섭의 힘 있는 강조의 메시지는 책의 말미에서 행위미술을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남기는 말에도 듬뿍 담겨있다.


 

윤진섭 : 퍼포먼스는 무용이나 연극, 오페라와 같은 공연예술과 달리 대본에 의한 모체(Matrix)가 없이 진행되는 '실연 예술(live art)'입니다. 퍼포먼스 작가들은 이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전위예술의 핵인 퍼포먼스는 예술의 개념과 경계를 확장시키고, 세계에 대한 인간의 새로운 인식을 일깨우는 데 이바지해야 합니다. 사회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으로서의 행위예술가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부디 투철한 사명감과 의식으로 퍼포먼스의 발전을 위해 매진해 주기 바랍니다.

 

도서 《행위미술 이야기》(이혁발 지음) 295 페이지 中에서

 

 

도서는 이혁발 - 윤진섭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행위미술의 다양한 작품 사례와 더불어 사진 자료가 첨부되어 있어 행위미술에 대해 잘 몰랐던 이들이나 행위미술을 더 알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행위미술 서적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 즘에는, 행위미술은 회화나 조각 같은 장르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장르이면서도, 새롭고 독창적인 삶의 시선을 선사하며 깊은 사유와 성찰을 이끌어내는 분야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s Pick !SIEAF 2021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


 

위에서도 설명했듯, 행위미술은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현장에 가서 직접 관람하는 것만큼이나 좋은 관람이 없다. 국내에서 행위미술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대형 미술관에서 종종 이벤트성으로 열리곤 한다. 그런데 필자가 추천해 주고 싶은 행사는 따로 있다. 바로 '국제실험예술제'다. 한국실험예술정신(KoPAS)에서 주최하는 이 축제는 매년 하반기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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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실험예술정신(KoPAS)

 

 

필자는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이 행사 참여를 목적으로 제주도로 떠난 바가 있을 만큼, 매년 굉장히 큰 기대를 안고 있는 축제다. 축제에 참여하며 각국의 행위미술가들이 진행하는 워크숍에 참여하였고,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신선하고 짜릿한 경험을 한 바가 있다. 제주의 어느 숲을 맨발로 뛰어다니고, 바람에 몸을 온전히 맡기는 그런 경험.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해방감과 함께, 처음 보는 사람과의 알 수 없는 유대감까지 경험할 수 있었던 값진 축제였다.

 

한국실험예술정신(KoPAS)는 행위예술가 김백기가 중심이 되어 2000년에 만들어진 예술 단체다. 2002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려 19년 동안 매년 국제적인 규모의 실험 예술제를 개최하였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는 홍대에서 '한국실험예술제(KEAF)'를 개최했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제주도에서 '제주국제실험예술제(JIEAF)'를 열었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작년에 열리지 못했던 예술제를 전라남도 곡성으로 옮겨 '2021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SIEAF)'를 개최한다.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8일 동안 섬진강과 전라남도 곡성 일대에서 개최되는 '2021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SIEAF)'의 올해 주제는 'PANDEMIC... Hello? Goodbye!'다. 팬데믹 시대가 인간에게 건넨 절망적인 첫인사이자, 팬데믹의 종식을 원하는 인간들의 고별인사를 담은 것이다. 팬데믹 이후 인류의 삶은 어떠한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다룬 본 행사는 퍼포먼스를 곁들인 아트 콘서트와 메타버스를 통한 개막 특별 프로그램, 그리고 GPS 라이브 드로잉쇼가 열린다. 더불어 전통시장에서 피아노와 성악, 행위미술 퍼포먼스 등이 진행되는 곡성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도 이어진다. 또한 아카이브관을 통해 미디어전을 연다. 비영리 미술단체 ARTISTRIUM과 협력하여 26개국 38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영상 미디어 전시다.

 

필자가 참여했던 2018년과 2019년 당시에는 각국에서 방문한 행위미술가들의 작품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으나(오히려 시간이 모자라 차마 다 못 보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는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추최측에서 메타버스, GPS, 미디어전과 같은 대책을 꾸린 듯싶다. 올해 축제는 필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지만, 행위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서 자연과 함께 펼쳐지는 공연을 관람하러 떠나보시기를 추천한다.

 

지금까지 행위미술, 그 넓고도 깊은 해프닝이 선사하는 매력 속에 푹 빠진 필자의 글이었다.

 

끝으로, 도서 《행위미술 이야기》(이혁발 지음)에 첨부되어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문장을 첨부하며, 이만 줄이고자 한다.

 

 

윤진섭 : 인간의 상상력은 과학이 증명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 넓이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건 그만큼 위대합니다. 우리는 늘 이 무한대의 상상력을 키우는 연습을 해야 해요.

 

도서 《행위미술 이야기》(이혁발 지음) 277 페이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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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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