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의 악한 본성을 비추다 - 그녀의 이름은 난노 [드라마/예능]

악에는 악으로
글 입력 2021.10.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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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고 복종하면 폭력의 제물이 될 뿐이다. 허울 좋은 학교, 그곳의 비밀과 거짓말을 폭로하는 난노. 이 도도하고 영악한 소녀가 어둠 속 세상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즌 2까지 감상할 수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태국 드라마 <그녀의 이름은 난노>. 이는 총 21부작이며 시즌 1은 13부작, 시즌 2는 8부작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드라마다. 장르는 스릴러, 미스터리, 공포, 고어로 대부분 어둡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무섭고 소름 돋는 연출, 핏빛이 난무하는 미장센, 인물의 괴기한 말과 행동이 두드러진다.

 

이는 청소년 관람 불가인 만큼 굉장히 수위가 높은 편이다. 성폭행, 폭력, 살인, 절도와 같은 중범죄를 다루는 것은 물론, 그 외에도 집단 따돌림, 협박, 고문 등 폭력적이고 선정성 높은 장면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러나 [잃은 것과 찾은 것], [톱 10], [진정한 사랑을 찾아] 등 비교적 가볍게 볼 수 있는 밝은 분위기의 에피소드도 존재한다. 옴니버스 드라마라는 장점을 이용해 보고 싶은 회차만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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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난노는 모든 회차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 악인을 벌하는 집행자역을 맡고 있다. 그녀는 심각한 문제를 덮고 있는 학교들을 찾아다니면서 문제의 원인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제거에 가깝다)한다. 학교의 오점인 악인이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때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를 '악마의 딸'이라고 언급한 제작자의 말처럼 결코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은 아니다. 구원자보다 악인에 가까운 그녀는 어두운 욕망을 품고 있는 인물을 부추겨 악행을 실천하도록 한 후, 그보다 훨씬 끔찍한 벌을 내림으로써 자신의 죄로 인해 파멸하도록 만든다.

   

난노는 불사의 신체를 소유한 것은 물론, 생명뿐만 아니라 세상까지 마음대로 조작하는 능력이 있기에 그 어떤 누구도 그녀가 내린 벌을 거부할 수 없다. 가끔 누가 악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잔혹한 방법으로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 가는 그녀에 섬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는 난노역을 맡은 치차 아마따야꾼의 메소드 연기가 빛났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공포물을 좋아하는 나라지만, 이렇게나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꼈던 건 처음이었다.(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반성하기 전까지 가혹하고 야만적인 행위에 시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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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처럼 악마 같던 난노도 이야기의 끝을 향해갈수록 조금씩 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 [심판]에서는 죄를 저지른 모녀 중 누구를 악인으로 판단하고 벌을 줘야 할지 망설였고, 결국 자신이 희생하고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 여태껏 사회의 추악한 면을 강조하며 인간들은 다 똑같다는 태도로 일관했던 그녀지만, 점차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인간성을 깨우친 듯하다.

    

이때 주목해야 할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이 있는데, 그녀는 에피소드 [유리]에 등장한 피해자 유리다. 그녀는 동급생들에게 하녀 취급을 당해왔고 급기야는 성범죄에 휘말리며 죽음에 이른다. 이에 난노는 자신의 피를 유리에게 줌으로써 되살아나게 한 것은 물론, 일부 능력을 물려준다. 오랜 기간 가해자에게 시달렸던 유리는 죄를 심판한 뒤 그에 맞는 벌을 내리는 난노와 달리 악인이라면 무차별적으로 처단하고자 한다. 오히려 시즌 1의 난노와 비슷한, 어쩌면 그보다 잔인한 결정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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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리는 마지막에 힘을 잃고 쓰러진 난노에게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떠난다. 이는 두 인물의 입장 차가 극명하게 돋보이며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굉장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엔딩이었다. 아직 시즌 3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만약 나오게 되면 대립 구도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거대한 세계관에서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벌써 기대감이 밀려온다.

 

<그녀의 이름은 난노>는 인간의 악한 본성들을 비춤과 동시에 그로 인해 더럽혀진 사회를 비판한다. 대표적으로 [증오의 벽]에서는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증오와 분노가 되어 남의 목숨줄을 끊어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난노는 인간 내면의 욕구를 표출하도록 돕는 조력자이자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변인이 된 듯하다.

 

매 회차가 다른 감독, 출연, 연출, 촬영, 편집으로 이뤄졌음에도 같은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음에 놀라웠다. 물론 시리즈답게 소재, 분위기, 구성 등은 조금씩 달랐지만 말이다. 그 덕분에 더욱 몰입해서 전 회차를 정주행한 듯하다. (이따금 공포단편집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극중에서 모든 걸 악인의 잘못으로 단정 짓진 않는다. 애초에 악인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추악한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한다. 입시 경쟁으로 비롯된 학력주의나 빈부격차로 더욱 심해진 물질만능주의를 배경으로 전개할 뿐만 아니라 돈으로 모든 걸 입막음 하거나 강압적으로 신입생 신고식을 진행하거나 임신한 연인을 버리고 도망치거나 하는 등의 부조리한 현실 역시 낱낱이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보는 내내 진짜 악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난노 역시 이를 구분하지 못해 누굴 벌할지 망설였던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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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시즌 1의 [영재 탄생]이었다. 이는 최우수 학교에서 재능이 없는 학생이 남의 그림을 베낀 후로 학교에서 인정받게 되고, 결국 공식 석상에서 실시간으로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 상황에 마주하는 일을 그려낸다. 자신이 노력해도 이룰 수 없던 일을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 이루게 되었다면, 이를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달콤한 보상에 취해 나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눈 감고 귀 막으며 무시한 게 아닐까.

    

결국, 그 학생이 주변의 압박에 견디다 못해 그린 그림은 청중들에게 의심을 받는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은 이를 덮기 위해 최고의 그림이라는 찬사를 내뱉는다. 최우수 학교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렇게도 부질없어 보일 줄이야. 과연 이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입시 때가 생각이 나면서 괜스레 씁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장 공감도 많이 되었고, 엔딩이 나오고도 깊은 생각에 빠졌던 에피소드라 여전히 기억나는 듯하다.

 

*

 

<그녀의 이름은 난노>는 스릴러나 공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재밌게 볼법한 넷플릭스 드라마다. 옴니버스다 보니 정말 참신한 소재도 많고, 이를 표현하는 방법도 독특해서 마지막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롭게 봤다. 또한, 태국이란 조금은 낯선 나라에서 느껴지는 신비한 언어, 정서, 풍경 등이 더욱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다만 [31번째 학생], [임신], [민니와 4구의 시신]은 고어물에 강한 나도 보기 어려웠을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하니 주의해서 볼 것을 권장한다. 어떤 에피소드를 볼지 고민 중이라면 앞서 다룬 이야기 중에 골라보길 추천한다. 부디 좋은 선택이 되길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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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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