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모으고 또 모으자,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 [도서]

블루노트의 음반을 모두 모으기까지
글 입력 2021.09.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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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돌멩이부터 커다란 그림까지 우리는 무언가를 찾아 모은 경험이 있다. 수집(蒐集)은 취미나 연구를 위하여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찾아 모으는 일이다. 세상의 물건들이나 정보들을 취향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분류된 것들을 소유하는 과정이 수집이다.

 

수집이란 행위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수집의 대상과 방법을 고민하고 꼼꼼하게 정보를 탐색해야 한다. 수집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도 하며 때로는 많은 돈이 필요한 때도 있다. 심지어는 수집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별도의 전시장이나 창고를 마련하기도 한다.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수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수집품은 단순히 좋아하는 물건인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르거나 되팔 수 있는 수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물질적 가치보다는 의미가 중요한 물건들이다. 그렇기에 수집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는 일종의 자아실현이다.

 

요즘에도 수집할 것들은 많고 많지만 '레코드'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음원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오로지 공연과 LP를 통해서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LP를 모아야만 했고, 음악 애호가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LP 컬렉터가 되었다.

 

음악의 다양한 장르만큼이나 많은 컬렉터가 있다. 국내 가요만을 모으는 컬렉터, 비틀즈나 롤링스톤즈 등의 브리티쉬 락, 클래식이나 재즈만을 모으는 컬렉터까지 다양하다. LP 수집은 한 장르만을 모으기에도 벅찰 정도로 심오한 깊이로 사람들을 빠져들게 한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재즈 LP 컬렉터의 이야기다. 재즈의 황금기를 이끈 레이블 ‘블루노트’의 모든 음반을 수집한 일본의 컬렉터 오가와 다카오가 쓴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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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은 제목 그대로 LP 수집가를 위한 책이다. '지침서'라는 단어 때문에 자칫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은 LP 수집광인 오가와 다카오의 생생한 경험이 기록된 책이다.

 

저자 오가와 다카오는 일본의 외과의사이자 LP 컬렉터다. 그는 1973년부터 블루노트 레코드를 수집해 1987년 모든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에 감동한 블루노트의 설립자 알프레드 라이언은 그를 블루노트 컴플리트 컬렉터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블루노트의 음반을 전부 모으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과 함께 <맨해튼 재즈 카탈로그>, <블루노트의 진실> 등의 재즈 서적을 집필했다.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의 이야기는 재즈와의 첫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오가와 다카오는 고등학교 1학년 당시 '디 어메이징 버드 파웰(The amazing Bud Powell)'을 처음 구매하며 블루노트와의 인연을 시작한다. 이후 저자는 여건이 되는대로 재즈 앨범들을 사들이기 시작해 재즈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갔다.

 

 

"엘링턴의 피아노 연주를 별로 들을 수 없는 점이 불만스러웠지만 오케스트라와의 조화와 리듬감도 좋았고,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솔로 연주도 만족스러웠어요"

- 57p

 

 

음악도 듣다 보면 귀가 트인다는 말이 있듯이 오가와 다카오 또한 재즈를 통해 성장했다. 음악 감상은 구체적으로 발전하고 레코드를 고르는 안목도 넓어졌다. 특히 그의 목표는 '오리지널반 수집'이었는데, 음반에 적힌 주소지를 보고 첫 프레스를 감정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시리얼 넘버 몇 번부터 몇 번까지가 렉싱턴이고, 다음의 주소는 어떻게 변하는지 따지면서 오리지널반을 모았다.

 

저자는 오래된 경험으로 터득한 '오리지널반 감별 방법'을 책에 기록했다. 디스크의 끝부분의 모양을 보고 '플랫 디스크'인지 '그루브 가드'인지 구분하는 방법, 매트릭스 넘버, 손글씨 서명 각인, 심지어는 귀 모양 로고의 여부에 따른 감별 방법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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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다카오가 음반을 모으며 얻은 것은 컬렉션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음반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그는 재즈를 향한 열정을 키우던 잡지 '스윙 저널'의 필진이 되었으며, 수입반의 라이너노트를 직접 쓸 기회도 얻었다. 심지어 뉴욕에서는 블루노트의 창립자인 알프레드 라이언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신청했다. 저자는 컬렉팅 덕분에 많은 재즈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으며, 오히려 그들이 컬렉션 완성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여기서 사지 않으면 두 번 다시 못 만난다.' 이는 모든 요소를 합리화하는 마법의 문장이다. 원래는 듣기 위해 샀으나, 언제부턴가 모으기 위해 레코드를 산다. 그런 모순에 회의감을 느낀 것도 몇 차례.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순 없는 법. 컬렉션이라는 것은 자신도 아는 부조리에 괴로워하다가도 타당한 이유를 들어 비싼 레코드에 손을 대게 한다. 서글프지만 이러한 밀고 당기기가 컬렉션의 묘미인 거다."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에는 저자의 컬렉팅 철학도 담겨있다. 본업과 관련 없는 재즈에 열정을 쏟으면서 느낀 생각들과 수집이라는 행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드러난다. 저자는 음반 수집에 대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장씩 늘려가는 재미, 컬렉션이 점차 완성되어가는 성취감 등을 이야기한다. 컬렉션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얻는 추억과 친구들도 컬렉션의 가치라고 생각하며 시간과 돈을 쓰는 행위에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즈를 향한 오래된 여행의 끝에는 저자가 직접 만든 ‘컬렉터의 십계명’이 등장한다. 레코드에 시간과 돈을 할애하며 넓어지는 안목과 식견은 경험적 지식으로 기록되었다. 오랫동안 찾고 있던 레코드를 발견했지만 지갑 사정으로 구매하지 못한 경험, 레코드의 컨디션으로 인해 실망한 경험들이 전부 모여 컬렉터의 십계명에 녹아들었다.

 

 

1. 오랫동안 찾고 있던 레코드를 발견하면 고민 말고 사라! 다시 만나리란 기대는 말라.

 

2. 컨디션이 좋지 않은 레코드에는 손대지 말라! 후회하기 전에 참아야 하느니.

 

3. 레코드에 취미를 둔 친구들을 소중히! 정보교환이나 거래할 친구들은 둘도 없는 재산.

 

4. 온라인으로 해외구매할 경우, 컨디션은 설명보다 한두 단계 아래라고 예상하라.

 

5. 레코드점에서는 관계없다고 생각되는 장르라도 눈여겨보라. 생각지 못한 보물이 잠들어 있을지니.

 

6. 위시리스트를 작성해서 반드시 휴대하고 다니라.

 

7. 여행지나 출장지의 레코드점을 사전에 찾아두라.

 

8. 물욕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단, 중심은 지키며. 물욕이 생기더라도 마음은 차분이.

 

9. 여기다 싶은 레코드점에는 어제는 없어도 오늘은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부지런히 들러라! 길게 보면 결고 헛걸음이 아닐지니.

 

10. 손에 들어온 걸로 만족하고 레코드를 잠들게 두지 말라! 들을 때 비로고 레코드는 살아날지니.

 

 

오가와 다카오가 수집한 것은 블루노트의 음반이었지만 진정으로 얻은 것은 열정적인 삶이 아니었을까.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은 저자의 경험이 생생하게 기록된 열정의 산물이다. 그의 삶의 일부를 함께한 컬렉팅을 따라가다 보면 음악 이상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먹고 사는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어딘가에 마음을 쏟는 사랑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느끼고 싶다면,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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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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