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속죄의 진정한 의미 - 어톤먼트 Atonement [영화]

어톤먼트 Atonement
글 입력 2021.09.02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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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몽환적인 색감의 영화를 좋아한다. 내용도 달콤하거나 씁쓸하다면 더 좋다.

 

최근에 반복해서 본 이 분위기의 영화가 있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어톤먼트 Atonement>이다. 평소와 같이 미리 보기를 통해 영화를 고르고 있었는데, 초록 빛깔의 드레스를 입은 키이라 나이틀리를 보고 매료되어 바로 감상한 기억이 있다.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했으나 알고 보니 씁쓸한 인물들의 감정 소모의 끝을 담아낸 영화였다. 지금 다시 감상한다면 아마 7번째일 것이다.

 

계속 반복해서 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더 씁쓸하고 특정 인물에 대한 생각이 항상 달라지기 때문이다. 첫 감상평은 답답함과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고, 마지막 감상평은 감정의 아이러니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속죄’다. 이를 중심으로 인물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 의문을 갖고 감상하면 좋다.
 
영화에 대한 나의 이해와 감정을 나누고자 글을 쓴다. 사실 감상자의 평이 모두 다르겠지만, 나만의 마지막 감상평을 간단히 글에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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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세실리아와 로비, 브라이어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세실리아와 로비는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가서지만 결국 함께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비운의 연인이다. 그리고 세실리아의 동생인 브라이어니는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고,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관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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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어니는 로비를 향한 강렬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로비가 세실리아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우연히 롤라가 어두운 정원에서 어떤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할 뻔한 광경을 목격하고, 어른들에게 그 남자가 로비였다고 모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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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전쟁이 터지자, 군인이 되면 감옥에서 나갈 수 있는 제안을 받아들인 로비는 군인이 되었고, 세실리아는 로비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은 식구들과 인연을 끊고 집을 나와 간호사 일을 한다.
 
다시 만나게 된 세실리아와 로비는 그간의 갈등을 풀고 전쟁이 끝나면 같이 여행을 가자는 약속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전쟁터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어 그날 이후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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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어니는 자신의 잘못된 증언으로 로비의 미래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언니 세실리아도 인생의 진로가 완전히 변해 버렸다. 브라이어니는 책임을 통감하며 대학에 진학하는 길을 포기하고 전쟁터에 나가 간호사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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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어니는 노년이 되어서야 그 일에 대해 고백할 용기를 낸다.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브라이어니는 소설가로서 발표하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을 예상하고 <어톤먼트>를 출간한다. 그리고 TV 토크쇼에 출연하여 공개적으로 이 소설이 자신의 과오에 대해 털어놓은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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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어니의 문제는 마음속에 이성을 사랑하는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마주 대하기 어려운 사춘기 소녀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브라이어니는 감정에 사로잡혀 나중에 후회하게 될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청년기로 접어든 브라이어니는 자신의 과오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성숙해 있었다. 그러나 세실리아나 로비에게 직접 찾아가 잘못을 빌지는 않았다. 두 사람을 찾아가 잘못을 고백하면 원망을 듣게 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용서를 빌지 않고 그들이 죽은 이후에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기 위한 브라이어니의 행동에 화가 났다. 당사자가 알지 못할 텐데 이제서야 용서를 비는 행동이 간사해 보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때의 브라이어니는 아직 그것을 감당할 시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브라이어니는 노년이 되어서야 그 일에 대해 고백할 용기를 낸다. 자전적 소설에는 자신이 세실리아와 로비를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이는 자기가 한 행동으로 일어난 최악의 결과까지 어떠한 미화도, 변명도 없이 드러낸 고백이다. 브라이어니는 질투로 괴로운 적도 있었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힌 적도 있지만 그 사실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긍지로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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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영화는 브라이어니의 문제를 드러내고, 나름의 해결책까지 보여주고 있다.
 
브라이어니는 관찰자이면서도 심경의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화의 제목인 ‘어톤먼트’의 의미인 ‘속죄’ 또한 브라이어니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노년의 그녀가 자전적 소설을 통해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 했던 행동을 고백한다는 것에 적합하다.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를 받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든 감당해 나가야 한다. 어쩌면 세실리아와 로비를 향한 죄책감이 매 순간 브라이어니를 짓누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인생도 불행하게 바뀐 것이다.
 
모든 상황을 다시 보면 인간의 행동을 좌지우지하는 ‘감정’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평생을 걸고 그에 대해 속죄하는 한 인간의 고뇌를 다루고 있는 영화 <어톤먼트>, 오늘도 함께할 것 같다.

 

 

[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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