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셸 공드리가 연출한 뮤직비디오 플레이리스트 [음악]

미셸 공드리의 정수를 내포하고 있는 뮤직비디오 6편
글 입력 2021.09.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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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Thriller’와 마돈나의 ‘Like a Virgin’ 이후 음악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바뀌었다. 음반의 판매량이 중요하던 시대에서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시각적 매체가 발달함에 따라 영화와 뮤직비디오 분야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활약하는 감독들도 점차 늘어났다.


미셸 공드리도 그중 한 명인데,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로도 잘 알려진 감독이다. 그가 활동하는 범위는 넓다. 뮤직비디오, 영화, 드라마. 유명 배우나 뮤지션과 작업을 많이 해왔는데, 그중에서 몇몇 개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미셸 공드리가 협업한 아티스트들 중 비요크(Bjork)와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의 뮤직비디오를 먼저 2편씩 소개한 뒤, 라디오헤드(Radiohead)와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뮤직비디오를 각각 1편씩 소개한다. 막상 적어놓고 보니 필자가 고등학생 시절 전부 즐겨 들었던 아티스트들이라 제법 감회가 새롭다.

 


 

Bjork – Hyper-Ballad


 

 

 

비요크의 정규 2집인 ‘Post’에 수록된 곡이다. 비요크의 음악들 중 그나마 대중적인 편에 속한다는 평을 받는 곡이다. 나는 고등학생일 때 이 곡으로 비요크에 입문했었다. 처음엔 생소한 사운드 때문에 재생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곡이라 생각했고, 이후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면서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뮤직비디오는 비교적 가사에 충실하여 전개된다. ‘Hyper-Ballad’는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를 실존적으로 고찰하는 곡이다. 실존적으로 고찰한다고 해서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렇진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산꼭대기에 살면서 아침 산책마다 절벽 밑으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던져 자신들이 안전하게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는 것이 가사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비요크는 사랑을 주제로 한 느린 무드의 감상적인 발라드를 전자음과 조화시켜 ‘Hyper-Ballad’라는 명곡을 탄생시켰다. 후반부로 갈수록 테크노 비트와 현악기가 중첩되며 곡의 스케일이 증폭된다. 미셸 공드리가 모델링한 미니어쳐 도시의 모습과 비요크의 모습에 2차원 영상을 덧입혀 비요크의 상상을 전자적 이미지로 구현해냈다.

 

 


Bjork – Bachelorette


 


 

 

비요크의 3집 수록곡에 해당하는 ‘Bachelorette’의 뮤직비디오는 마치 신비한 동화 같다. 영화 인셉션에서는 꿈속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나온다면, 이 뮤직비디오에서는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나온다. 그들은 도시에서 살아가며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실재적인 특성을 지니지만, 비요크의 상상 속 이미지라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환상적인 특성을 갖기도 한다.

  

뮤직비디오에서 비요크는 시골에서 살다가 대도시로 올라와 작가로서 대중적인 명성을 쌓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연인이 그녀의 곁에서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지만 둘의 관계가 중간에 틀어지며 작가로서의 명성은 전혀 없던 일처럼 되어버리고 과거로, 자연으로 회귀한다. 자연과 도시, 비문명과 문명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폭넓게 감상이 가능한 뮤직비디오이다.


비요크와 협업할 때 미셸 공드리는 앞으로 다룰 케미컬 브라더스나 다프트 펑크처럼 무용가들을 뮤직비디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진 않았다. 다만 비요크의 요구에 맞춰 단편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묘미를 영상 속에 담아냈다. 비요크와 공드리의 합작품에는 서사성이 있고 완결성이 있다. 단순히 음악만 듣는 걸 떠나서 비요크의 뮤직비디오를 꼭 감상해야 하는 이유이다.

 

 


Chemical Brothers – Star Guitar


 

 

 

누구나 한 번쯤 살면서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을 보며 자신이 듣고 있던 음악에 리듬을 맞춰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셸 공드리는 케미컬 브라더스의 ‘Star Guitar’라는 곡을 통해 이를 실현한다. 이렇듯 미셸 공드리는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곤 하지만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시각적으로 재현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Star Guitar’는 케미컬 브라더스의 4집 앨범인 ‘Come with Us’에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은 케미컬 브라더스의 커리어에서도 명반으로 꼽힐 만큼 곡들 간의 유기성과 밸런스가 뛰어나다. ‘Star Guitar’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트랙인데, 인기를 얻는 데 뮤직비디오가 한몫했다. 반복되는 리듬과 비트를 활용하여 지나가는 풍경을 자유롭게 조작하는 편집 센스가 일품이다.

 

 


Chemical Brothers – Let Forever Be


 

 


이 음악엔 그 유명한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가 보컬로 참여하였다. 일전에 2집에서 ‘Setting Sun’이라는 곡으로 케미컬 브라더스와 합을 맞춘 적이 있던 그는 3집에서도 콜라보 작업을 했다. 사실 이 트랙은 비틀즈의 ‘Tomorrow Never Knows’라는 유명한 사이키델릭 곡의 드럼을 샘플링했는데 이러한 점에서 그들의 작업은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뮤직비디오는 한 여자의 악몽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악몽을 다루는 방식이 조금 특이하다. 물이 흐르듯 춤을 추며 일정한 장소를 자꾸만 반복해서 이동한다. 그러나 악몽은 끝나질 않는다. 시퀀스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결국은 비슷한 장면들의 반복으로 정신없이 이어진다. 케미컬 브라더스는 이런 편집 기법과 구성을 활용하여 곡의 분위기를 강조하려 했을 것이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며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를 느끼곤 한다. ‘Let Forever Be’의 뮤직비디오는 영화 ‘트루먼 쇼’처럼 반복되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생기가 없어진 요즘 출근길에선 타임슬립을 하기도 한다. 따분한 생활에 환멸이 나는 사람들은 환각 작용처럼 벌어지는 영상 속 일련의 사건들에 공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Daft Punk – Around the World


 

 

 

미셸 공드리의 뮤직비디오 작품들 중 가장 처음 접했던 작품이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다프트 펑크의 팬이었던 나는 중학생 시절 그들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처음 본 뒤로 매력을 느껴 다른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이 뮤직비디오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역시 ‘컬쳐쇼크’였다. 로봇들이 춤을 추고 리듬에 맞춰서 신기하게 몸을 움직이는데 신나기까지 하다니.


내가 이 뮤직비디오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에는 역시 이 영상이 ‘공드리답다’는 데 있다. 미셸 공드리는 상상력의 천재인 동시에 굉장히 프랑스다운 사람이다. 프랑스는 자유로움에 대한 철학과 아름다움을 다루는 학문과 문화가 발달한 나라이고 시민들의 개성이 강하다는 인식이 있다. 다프트 펑크의 ‘Around the World’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이러한 특성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Radiohead – Knives Out


 

 

 

라디오헤드의 톰요크가 출연하는 뮤직비디오이다. 이 영상에 나오는 여자는 실제로 톰요크의 연인이라고 한다.

 

영상 초중반에 등장하는 기차에서의 장면은 ‘이터널 선샤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톰요크와 미셸 공드리의 색깔이 오묘하게 섞여 영상에 묻어나온다는 점이 흥미롭다. 라디오헤드 5집 특유의 기괴함과 음울함은 미셸 공드리의 동화 같은 영상미와 특이한 조화를 이루었다.


톰요크는 이 노래가 ‘동족포식’이라는 주제에 관한 것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이를 참고해 뮤직비디오를 보면 극한의 상황에 다다른 이들의 절망감 혹은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곡이다. 연인 관계의 단절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동물권이나 사회의 약자를 다루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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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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