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캐릭터 간 이야기 하나 만으로도 100점 -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 [게임]

글 입력 2021.08.3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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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간 이야기 하나 만으로도 100점

무지성 게이머 1편 :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

 

*스포일러 주의*

 

 

1. 전투시뮬레이션+JRPG



'파이어엠블램 풍화설월'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세 반장 캐릭터의 매력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캐릭터 자체보다는, 각 캐릭터를 둘러싼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전반부의 분위기를 후반부에서 뒤집는 방식은 이미 클리셰에 가까운 전개방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많이 사용되는 만큼 디테일과 연출만 잘 살린다면 플레이어를 끌기에 충분한 전개 방식이란 뜻입니다. 유려한 그림체도 그림체지만, 이처럼 스토리가 좋다는 호평도 이 게임을 사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먼저 제가 이 게임을 완전히 클리어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저는 청사자반 노말 클래식, 흑수리 하드 클래식을 클리어했고 교단 루트 루나틱을 하고 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선택한 반에 따라, 난이도에 따라 이 게임에 관한 경험이 다릅니다. 하지만 이미 길어질대로 길어진 이 리뷰에서 더 자세한 설명을 하진 않겠습니다. 따라서 이 글은 각 경험이 섞여있다는 것을 고려하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시점에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우선 이 게임은 전략 시뮬레이션 자체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육성에 초점을 둔 게임입니다. 육성 보다는 다양한 환경적 요소를 활용한 역동적인 전투시뮬레이션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매력은 전투보다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플레이어의 몰입에 있습니다. 유려한 그림체 만큼이나, 이 캐릭터야 말로 이 게임의 최고 매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전략시뮬레이션'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적으로 파이어엠블램 시리즈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각 캐릭터에 사연을 부여하는 식으로 게임을 기획된 바 있습니다. 사실 전략시뮬레이션을 JRPG보다 많이 플레이해본 저로서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 TRPG나 워게임, 컴퓨터로는 디비니티 시리즈나 배틀 브라더스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충 5*5 정도의 격자를 이동하면서 각 유닛의 공격, 스킬, 기타 행동을 역동적으로 선택하게 될 줄 알았죠. 그런 맥락에서, 풍화설월은 제가 경험한 `전투 시뮬레이션`과 비교해 뭔가 전투 합 중 계산할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디비니티 2 오리지널 씬` 같은 경우에는 상태 이상과 상태 이상을 거는 조건이 세세하게 나누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공격 한번에도 X,Y,Z축을 계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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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변 기물이 있다면 맞거나 맞지 않을 수도 있고, 궁수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더 높은 데미지를 줄 수 있죠. 이동도 상태 이상에 따라, 장비에 따라, 스킬에 따라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군뿐만 아니라 적군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전략`이라는 면에서 더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풍화설월'에서 전투에서 환경이나 소모품을 활용하는 방식은 좀 더 직관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 게임에서도 각 지형에 맞게 전투에 이점을 주거나 불리함을 줄 수 있습니다. 특정 진영을 따라야 유리한 전투 지형이나, 회피율을 올려주는 풀숲, 회복하게 만드는 특수 지형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뿐이고, 맵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특정 지형을 잠깐잠깐 활용하는 데 그치게 됩니다. 반대로 각 맵에따라 진형이 바뀔 수 있는 요소를 배치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맵 자체가 다양하지는 않다는 점이 꽤 아쉽게 느껴집니다.

 

상대와 합을 계산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 자체의 스텟이나 특성을 떠나 고려해야 할 것은 무기 간 상성, 무기의 특성, 명중률이나 위력 같은 것인데, 퍼센티지에 따라 맞고 피하고가 정해집니다. 우선 무기 간 상성 부분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각 무기간 상성이 포켓몬스터처럼 더 강하고 약해지는 것이 두드러졌다면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할 것같지만, 기존 시리즈에 있던 것을 제외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게임의 특이한 전투 시스템으로 `천각의 박동`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지나간 턴을 로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이 시스템으로 인해 루나틱 난이도도 그 난이도에 비해 비교적 쉽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맞은 것을 맞지 않은 것으로 하도록 확률을 재계산한다는 기능은 없다는 점은 개인적인 이유로 아쉬웠습니다. 명중 주사위를 다시 던지는 것도 또 다른 재미거든요. 반대로 게임이 '다른 선택'을 유도한 다는 점에 강조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눈치챘겠지만, 비슷한 게임과 비교해 비교적 전투 시뮬레이션으로써 난이도가 높지 않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장 루나틱 모드를 플레이하면 숨막히는 명중률에 경악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전투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전체적인 스펙이 조정된 느낌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전투 시스템이 비교적 간단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의 많은 분량이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본 게임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파워빌딩을 하고 다양한 전략 요소를 활 하기보다는 각 유닛 자체의 특성과 개성을 살려 덱을 만드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선 캐릭터마다 성장할 수 있는 한계나 루트가 정해져 있고, 그것을 잘 이용하는 것이 이 게임의 플레이 방법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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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계획적인 육성이 요구되는 유닛


 

이 게임에서는 각 캐릭터의 특별한 능력인 `문장`과 각 캐릭터에 맞는-성격이나 배경에 의한- `특성`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이 게임의 사기 캐릭터로 꼽히는 리시테아는 마법사 캐릭터로, 위력이 상승한다는 문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캐릭터는 `천재`라는 특성이 있어 획득 경험치가 남들보다 더 높습니다.

 

게다가 캐릭터 자체의 `성장률`과 `기본 스텟`, 특기`. 게다가 각 캐릭터가 배울 수 있는 스킬도 다릅니다. 앞서 말한 리시테아는 마법,기술,속도 스텟과 성장률이 높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특기는 이론학, 신앙, 지휘로 소위 말하는 `마법사 유리대포`로 키우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플레이어로서는 고화력 마법사를 육성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영입해야 하는 캐릭터가 됩니다.

 

특정 개성에 맞게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은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주인공이 교사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개발사의 이러한 선택이 더 몰입하기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어떤 문제가 눈에 띄게 됩니다. 몇몇 캐릭터의가 적폐 캐릭터가 된다면, 몇몇 캐릭터는 벤치워머 캐릭터가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플라잉 자물쇠 따개 애쉬나 애매한 탱커 힐다가 그랬습니다. 물론 난이도에 따라 재조명되는 캐릭터가 있지만, 몇몇 캐릭터가 유독 강해 영입이 요구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계획에 따라 초기부터 캐릭터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은 전략 게임에서 전투 방식이 단조로워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난이도가 높아질 수록 써야 하는 전략이나 진형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죠. 앞서 말한 디비니티 2 같은 경우에는 언제든 스텟을 바꾸고 직업을 바꿀 수 있어 전투 포지션 변경이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것이 파이어엠블램의 포기할 수 없는 개성이고, 후술하겠지만 그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의 결과이기 때문에 지적할만한 일은 아닙니다. 사족을 달자면, 루나틱을 깨기 위해 제가 성능에 너무 초점을 맞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육성이 중요한 게임에, 육성과 관련된 프롤로그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게임 화면이 바뀌는 순간 줄글로 설명이 제공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각 클래스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과 성장률을 더 명확한 방식으로 표기하면 직관적이었을 것 같은데, 깔끔하게 UI를 디자인하다 보니 설명이 부족해지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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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캐릭터를 두드러지게 하는 전투 시스템



여기까지 쓰고보니 단점만 쓴 것 같고 충분히 전략시뮬레이션으로써 즐기지 못한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는데, 그건 전혀 아닙니다. 게임은 각 캐릭터마다 역동적인 컷신을 제공하고, 각 행동마다 특정 대사를 하도록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전투 상황'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된 것이죠.

 

개인적으로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한 것은, 5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각 캐릭터의 공격, 계략, 처치, 사망 대사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할 뿐만 아니라, 대사 몇 개만으로 박진감을 느끼게 합니다. 게임의 목표가 몰입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런 소소한 연출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중요한 연출요소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반복해서 기술하겠지만 풍화설월은 이런 '몰입의 장치'가 잘 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제가 경험한 이 게임은 '어려운 전략시뮬레이션' 자체에 초점을 둔 게임이 아닙니다. 사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난이도를 낮추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천각의 박동이나 노말 모드의 난이도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이었고, 플레이어에게 이 게임이 치밀하게 쌓아올린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죠. 그리고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고 했지만, 노말 모드라 하더라도 후반부로 갈수록 아무런 생각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여타 육성이 강조되는 게임이 그러듯 '노가다 구간'이 있었습니다. 특히 하드 난이도부터는 두드러졌고, 루나틱 난이도에서는 피로가 몰려올 정도였습니다. 좀 더 맵이 다양하거나, 다양한 전략이 활용될 수 있는 요소들을 끼워넣었으면 이런 피로감이 좀 더 적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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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잘 짜인 캐릭터 간 서사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 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은 유닛의 개성을 살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본 게임에는 한 반당 8명으로 적지 않은 유닛이 등장합니다. 게임은 캐릭터들의 개성과 서사를 조금도 놓치지 않습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 집요할정도로 깔끔했습니다.

 

이 게임의 많은 분량을 '지원회화'가 차지합니다. 각 반의 학생들은 주인공을 포함해 서로 특별한 관계를 맺습니다. 지원회화에서 각 캐릭터의 성격, 고민, 변화가 드러납니다. 게임은 억지로 메인 스토리에서 학생의 개성을 드러내는 대신, 학생 간 관계를 플레이어에게 노출시킴으로써 자연스럽고 몰입하기 쉬운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합니다.

 

지원회화가 해금되는 방식도 설득력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전투에서 함께 협공하거나, 함께 밥을 먹거나, 행동함으로써 친해집니다. 나아가 캐릭터 간 성격이나 특성에 따라 페어 엔딩이나 커플엔딩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엔딩에서는 주인공의 끝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녹여냅니다. 이 게임이 캐릭터를 어떻게 다루는지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지원회화의 질입니다. 사실 추억이나 유대를 강조한 게임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텐션으로 우정을 부르짖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비교적 캐릭터 간 이야기를 담백하게 끌어냅니다. 각 캐릭터의 숨겨진 비밀이나 속사정이 자연스럽게 얽혀 두 사람의 관계가 견고해지는 것을 보면서 플레이어는 쉽게 악성 우결충이됩니다. 사실 이 부분이야말로 정말 시나리오 라이터의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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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교단, 세력 간 갈등이라는 흥미로운 배경 소재



스토리도 뭔가 엉성한 부분이 있지만, 충분한 즐거움을 줍니다. 중간 중간 삽입된 애니메이션은 높은 퀄리티를 유지합니다. 두 루트를 끝낸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스토리는 청사자반 스토리였습니다. 어떤 반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각 반장이 아주 매력적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어떤 루트를 타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다회차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도 각 루트의 개성이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에델가르트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피의 길을 자진해서 걷는 인물이며, 디미트리는 복수자와 성군으로서의 혼돈이 있는 인물입니다. 클로드는 뛰어난 책사입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에델가르트와 함께 냉혹한 침략자이자 신의 복수자가 되거나, 디미트리의 마음을 다 잡게 하는 선생님이 되거나, 클로드와 함께 요동치는 포드라를 이끌 인물이 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에델가르트를 따라가는 흑수리 반 스토리는 썩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의도적으로 불쾌감을 주는 스토리를 선호하는 편인데, 에델가르트 스토리는 설득력이 좀 떨어진 편이었습니다.특히 청사자반을 클리어 한 후, 청사자의 성능좋은 캐릭터를 영입해서 플레이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보통 다른 반에서 영입한 학생들은 선생님을 믿고 모든 걸 포기하고 왔다는 설정이 붙습니다. 이에따라 기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가 아네트를 크리티컬로 산화시킬 때나 펠릭스가 아빠랑 친구들을 문장까지 발동하면서 죽일 때 저는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왕 캐릭터를 살리는 방향으로 게임이 개발되었다면, 이런 요상한 상황에 이벤트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이런 학생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보다는 에델가르트가 말하는 `피의 길`자체가 뭔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이건 그 길을 따라가는 주인공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똑같이 생체실험을 당하긴 했지만,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곧바로 받아들이는건 뭔가 요상했습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무개성함과 엮여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에 친구들을 다 썰어대니 기분이 영 좋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에델가르트가 알렉산드로스처럼 정복왕의 길을 걸었으면 괜찮은데, `왕` 있는 평민 평등 사회를 건립한다거나 인간의 시대를 운운한다는 점도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왕 적국의 스토리를 다룬 거, 인간을 위한 이상사회를 운운하기 보다는 고뇌하는 모습을 비쳐 극적으로 연출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터넷을 보니 일반적으로 흑수리반 먼저 하라고 하던데, 저는 그럴 바에는 그냥 성능 좋고 무난한 스토리의 청사자반을 추천합니다.

 

청사자 루트의 스토리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디미트리는 죽창 든 노숙자 버전이 더 멋있다는 게 한 몫합니다. 솔직히 바로 급발진 버튼 눌리는 디미트리가 공감이 되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방황하는 왕`을 제자리로 돌리는 이야기는 왕도적이면서 흥미로웠습니다. 맛간 디미트리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구요. 개인적으로는 단도 도로 던지는 에델가르트의 모습은 전 루트 전 캐릭터를 통틀어 제일 멋있었습니다. 미래를 여는 단도를 첫사랑이었던 디미트리에게 꽂는 게 상징적이기도 하구요. 에델가르트는 역시 애매하게 세탁기 돌리지 않는 게 최고입니다.

 

전체적인 갈등 구조도 꽤 매력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 중 하나는 교단의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에서 제시하는 반전이나 설정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일방적인 `세력 간 싸움`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이토록 재밌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주인공의 비밀이나, 교단 사람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도 나름의 반전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레아 정도면 좀 이상하긴 해도 대인배라고 느껴집니다. 이 부분은 최소한의 양심으로 비밀에 부쳐두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캐릭터의 설계는…. 좀 이해하긴 어려웠습니다. 플레이어가 벨레스와 벨레트에 이입하기 쉽도록 어떤 개성을 지웠다는 느낌이 강한데, 몇몇 루트에서는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임은 분명합니다. 학생들은 주인공을 모든 것을 버릴 정도로 따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뭔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게임 내에서는 최대한 평탄하게 묘사되니, 어떤 카리스마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캐릭터 디자인 자체는 예쁘게 뽑혀 벨레스나 벨레트나 얼굴만 보고 있어도 신이 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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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캐릭터 간 이야기 하나만으로 100점


 

게임의 독특한 시스템 중 하나는, 이 게임이 육성과 캐릭터 간 지원회화뿐만 아니라 `산책`과 `수업`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산책과 수업이라 따로 떼어 놓았지만, 육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바로 캐릭터의 기술 능력치를 올리거나, 지원도를 올리거나, 향후 전투에 도움이 되는 버프를 걸어 놓는 것이죠. 주인공의 선생님이라는 캐릭터에 맞춰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 같습니다.

 

`수업`은 학생들의 능력치를 올리는 육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산책`은 분명 개성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산책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수도원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학생들과 상호작용합니다. 앞서 기술했듯 산책 중에는 선생님의 능력치를 올리는 교원연수, 음식 재료를 얻을 수 있는 낚시나 온실 활동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 보다 `산책`이 게임으로서 중요한 부분은 학생들과 상호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등장인물의 개성이 담긴 분실물을 찾아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합창 연습을 하고, 다과회를 여는 등 소위 말하는 `학교생활`의 이야기를 채웁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실제로 생각보다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 자체는 소소합니다. 하지만 일련의 활동을 통해 플레이어는 학교라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게임 풍화설월은 각 개인의 이야기가 엮이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사실 모든 캐릭터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가지고 가는 게임을 아주 많이 보지는 않았습니다. 이 게임에 애정을 가진다는 것은, 이 게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전략 시뮬레이션적 요소에 대한 애정 보단 각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 가까울 것입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은 유닛, 각 유닛의 독특한 특성은 다른 게임에서도 충분히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풍화설월`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각 캐릭터 간 서사를 중요하게 다루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이 두드러진다고 해서, 게임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캐릭터 간 서사가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은, 게임의 서사가 전달되기 위해 각 게임의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게임 `스타듀밸리`도 등장인물과의 서사가 게임의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점이 큰 성공에 한몫했다고 분석합니다.

 

플레이어가 스타듀밸리라는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의 등장인물에 애정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언더테일`과 같은 게임도 성공적으로 플레이어의 애정을 끌어냈고요. 그런 점에서 이 게임은 게임으로서 플레이어에게 대단한 것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모로 애정을 담은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도 이 게임을 별 주저 없이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전략시뮬레이션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평탄하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에 몰입하길 바라는 사람에게 이 게임은 더할 나위가 없는 작품일 것입니다. 저도 신나게 플레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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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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