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매일 밤 만나는 고막 메이트, ASMR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9.0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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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Killed Radio Stars”?


 

“Video Killed Radio Stars”.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 즉 영상 문화가 라디오 스타와 문화를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었다는 의미를 가진 유명한 팝송은 한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와 같은 라디오와 오디오, 즉 ‘청각’을 활용한 콘텐츠는 시장을 키우며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았고, 오히려 다양한 플랫폼을 타고 여러 형태로 변화하며 콘텐츠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그 가운데 직접적으로 청각을 자극하며 새로운 콘텐츠의 영역을 만든 장르가 있다.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나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라 들으면 어색하지만, ‘ASMR’이라 표현한다면 단번에 이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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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R은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네이버 지식백과 정의 참조)’이다. ASMR의 각기 다른 소리가 개인에게 트리거(trigger)로 작용해, 팅글(tingle, 기분 좋게 소름 돋는 느낌)을 느끼게 만든다.


흔히 ASMR 콘텐츠라 하면, 바람이 부는 소리나 글씨를 쓰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의 소리 녹음본을 떠올리기 쉽지만, 유튜브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와 시장이 주류 영상 콘텐츠의 입지를 갖게 되면서 ASMR의 양상도 다양해졌다.

 

 

 

‘청각’ 메인의 영상 콘텐츠 스트림을 형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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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위주로 진행되는 ASMR / 출처: asmr soupe의 유튜브

 

 

근래 다양한 플랫폼에 등록되는 ASMR은 창작자의 기획력을 보여준다. 팅글을 발생시키는 특정 소리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특정 상황을 가정하여 해당 시공간에 등장할 만한 소리들을 직접 기획하고 연출함으로써, 청취자들에게 ‘청각’을 활용해 그 상황에 몰입하게 만들고 상상을 통한 시각화를 꾀한다.


특히 ASMR 콘텐츠들이 주로 유통되는 유튜브는 영상이 주류인 플랫폼이다. 때문에 주로 유튜브에 등록되는 ASMR ‘영상’들은 청각이 메인이지라 할지라도 종종 시각 콘텐츠를 포함하기도 한다. 그 예시 중 하나가 ‘RP’, 즉 ‘롤플레이 ASM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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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과 시각이 결합된 RP AMSR / 출처: ASMR 몽실언니, ASMR 나라의 유튜브

 

 

ASMR의 창작자들은 해당 양식에 맞춰 콘텐츠의 내용을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며, 자신이 만든 상황극의 등장인물이 된다. ASMR의 시청자들은 콘텐츠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영상의 소리와 부수적인 요인으로 활용하는 시각적 팅글에 반응하며 ASMR 콘텐츠의 ‘일부’가 된다. 미용실, 메이크업숍, 귀 청소 등의 실제에 입각한 상황부터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 바닷속 세계관 등 콘텐츠 창작자가 고안한 가상의 상황 RP ASMR 콘텐츠들도 다수 존재한다.

 

한편 창작자 본인이 구축한 ASMR 콘텐츠 속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기도 한 경우도 있다. 바로 개그우먼 강유미의 ASMR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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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R 콘텐츠로 구축된 강유미 ASMR 유니버스 / 출처: 강유미 좋아서 하는 채널 유튜브

 

 

강유미의 ASMR 콘텐츠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 청각적이고도 시각적인 영상을 기획하고 연기하는 것은 모두 강유미 혼자다. 하지만 창작자의 뛰어난 연기와 스토리텔링으로 각 영상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이를 통해 영상의 시청자들은 적극적으로 콘텐츠들 사이에서의 인물 연관성을 찾고, 콘텐츠 서사적 타임라인, 혹은 복선을 맞추며 콘텐츠를 즐긴다.

 

 

 

새로운 '힐링' 콘텐츠의 탄생


 

그 동안 힐링을 목적으로 한 콘텐츠는 대다수가 시각을 주류로 하는 영상 콘텐츠이거나, 시각적 효과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가운데 어디까지나 '청각'을 메인으로 하여 진행되는 최근 ASMR 콘텐츠의 입지는 큰 새로움을 만든다.

 

개인이 각 ASMR 영상을 통해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낄 때, 팅글로 대표되는 힐링은 발생한다. 다양한 플랫폼을 타고 영상 형식과의 결합을 통해, 익숙지 않았던 감각을 깨우는 ASMR 콘텐츠 장르의 또 다른 변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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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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