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 물, 바람의 이야기 - 앨리스 달튼 브라운 : 빛이 머무는 자리

글 입력 2021.08.1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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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전시를 보러 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같은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앨리스 달튼 브라운 전시가 열리게 되었다.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는 작가이지만 [달튼]이라는 같은 이름을 엮어서 전시를 진행하다니, 이는 우연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열린 전시인 걸까?

 

무엇이든 간에 이번에 가게 된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전시는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전시회를 보러 갔을 때 아트숍으로 나오는 입구 벽면에 이름과 그림이 걸려 있었던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다음 전시로 예정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법 했지만 벽면에 작게 걸려진 작품을 보니 그림이 주는 이미지 느낌이 너무 좋았다. 약간 끌렸다고 할까?


푸르른 하늘과 물, 그리고 햇살, 바람, 그림자가 조화롭게 그려진 풍경 그림을 보면서 느껴지는 감성이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전시회가 열리면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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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무색하게도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이 금세 끝이 났고 방문해야겠다고 여겨졌던 전시회가 오픈하게 되었다. 과연 잠깐 봤던 그 끌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지 궁금증을 품으며 좋은 기회로 마이아트 뮤지엄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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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달튼 브라운이라는 작가는 인공적, 자연적 소재에 관심을 두어 두 요소가 만나는 지점의 빛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1939년 미국 동부 펜실베니아 댄빌에서 태어나 뉴욕 주 이타카에서 청소년기를 보낸다. 특히 이타카에서 삶이 그녀의 작품 활동에 큰 영감이 되는데 이타카 지역은 지리적 위치로 인해 구름이 많이 끼는 날씨로 인해 가끔씩 뜨는 빛과 그림자가 더욱 특별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 것 같다.


초창기 그녀는 가정을 꾸리고 주부로서 살아가며 부엌에서 장난감 블록에 비친 그림자를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며 작업을 하였다. 그러던 중 1970년 뉴욕 중심부로 이사를 가 소호의 여러 갤러리에 전시된 포토리얼리즘 작품을 접하고 지금의 극사실주의 화풍을 확립하게 된다. 건물의 드리운 빛, 그림자를 탐구하다 1980년대 기점으로 건물 외부와 내부를 나눈 경계로 시선을 옮기고 1990년 중반부에서는 내부에서 외부를 보는 장면을 그리고 2000년대에 완전히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이러한 작품 활동의 발전대로 섹션을 구성해 놓았는데 총 4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빛과 그림자], [집으로의 초대], [여름 바람], [이탈리아의 정취] 작품의 순서대로 그녀가 그린 작품을 보며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휴식의 감상을 느끼게 해준다.

 

 


1.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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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Dalton Brown


 

1960년대부터 78년까지 제작된 작품들로 이루어진 섹션이다. 건물 밖에 비친 그림자를 탐구하던 작가의 초기작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1960년대 후반에는 뉴욕 근교로 이사하여 헛간이나 사일로(곡식 저장고)를 소재로 작업하기도 하고 포토 리얼리즘 작품을 보며 그녀만의 화풍을 확립해 나가는 시기이다.

 


1) 나무 그림자와 계단, Tree Shadow with Stairs.jpg

나무 그림자와 계단 Tree Shadow with Stairs 1977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67.6 X 127 cm

작가 소장 Collection of the Artist

Location: near Cayuga Lake, NY

©Alice Dalton Brown

 

 

이 시기에 작품은 건물에 묘사된 빛의 흐름을 쫓는다 그 대표 작품 가운데 하나인 나무와 그림자와 계단이라는 작품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들어오던 작품이기도 하다. 붉은색이 주는 강렬함에 끌리게 된 걸까?


이 작품은 같은 장소에서 그린 세 점의 연작 작품이다. 빨간 평면 구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흰 선과 나무의 그림자로 공간감을 주고 있다. 마치 뒤에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공간이 느껴지게 만든달까?


그리고 특이한 점은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본다면 테이블이 그려져 있지 않다. 원래의 그림을 그리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배경을 칠하고 그 위에 그림자만을 그려 그림자를 통해 사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멀리서는 붉은색의 테이블이 있구나라고 보고 왔는데, 가까이서 보면 테이블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착시효과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어 독특하다.

 

 

 

2. 집으로의 초대


 

이 섹션은 1979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탐구했던 주택을 다룬 작품들이 있다. 특히 그녀는 점차 작가로서 작업에 몰두하게 되던 시기다.


뉴욕 근교에 위치한 '웨스트필드 저택'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을 그렸는데 1979년부터는 건물의 바깥에서 서양식 현관(포치), 대문, 창문 등 외부와 내부를 이어주는 공간으로 시선을 옮겼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소재가 있는 집을 찾아다닌다.


한 주택을 몇 년간 여러 구도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같은 장소도 빛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그리기도 하고 일부 주택은 실제 공간의 배경을 지우고 다른 풍경을 합치기도 하며 다양하게 연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공적인 소재, 자연적인 경치가 어우러져 반대되는 요소의 조화로움을 담아내고 있다.


여기서는 특히 [저택(집)]이라는 키워드를 잘 살펴보면서 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총 4개의 집으로 나누어져 있는대 저택마다 가진 특징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저택의 디자인, 양식을 살펴보며 관람하는 게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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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을 관람하기에 앞서 음악과 함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놨는데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서 전시 작품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다른 섹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시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청각적인 부분까지만 만족하면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웨스트필드 저택 (뉴욕 주 웨스트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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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Dalton Brown


 

웨스트필드 저택은 빛을 향한 본격적인 탐구가 시작되던 저택이다. 이 시리즈는 총 34점이나 있다고 하는데 그중 4점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특히나 저택을 보면서 건축 디자인이나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 웨스트필드 저택은 콜로니얼 리바이벌 양식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이주민이 정착하면서 본국에서 가져온 건축물 디자인을 다시 되살린 양식으로 여러 나라의 문화가 뒤섞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하얀색 배경의 집이 단조롭게 보일 수 있지만 화려한 문양, 그리고 그 문양이 비춰져 지는 그림자 또한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평면처럼 보일 수 있는 집 외벽에 입체감, 공간감을 주는 것 같았다. 첫 섹션에서 봤던 그림자를 활용한 공간감의 숙련도는 상당한 것 같다.

 


키웨스트 섬의 집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 섬)

 

3) 어룽거리는 분홍빛, My Dappled Pink.jpg

어룽거리는 분홍빛 My Dappled Pink  1992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98.1 x 154.9 cm 

개인 소장 Private Collection

Location: Key West, FL

©Alice Dalton Brown


 

키웨스트는 플로리다 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1년 내내 따뜻한 기후를 가지고 있어서 아열대 식물과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공간이다. 그녀는 여행차 이곳을 방문하였다가 분홍색 벽으로 된 집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가 지냈던 집의 빛이 아니라 아열대 지방의 강렬한 빛을 탐구하게 되었는데 전시장에 있는 5점의 작품이 이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5) 수영장, My Pool.jpg

수영장 My Pool 1990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11.8 x 195.6 cm

개인 소장 Private Collection

Location: A hotel on Simonton Street, Key West, FL

©Alice Dalton Brown


 

현관에서 바라보는 정원의 야자수를 그린 3점의 작품, 붉은 벽을 배경으로 삼은 2개의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특히나 아열대 풍경 때문일 수 있는데 특히 이 저택은 잎사귀와 나뭇가지의 복잡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몇몇 작품들은 멀리서 보면 야자수인데, 가까이서 보면 복잡한 패턴같이 보이고 이게 내가 봤던 식물의 모습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나 할까?

 


셰리의 집 (뉴욕 주 이타카)


4) 봄의 첫 꽃나무, First Spring Tree.jpg

봄의 첫 꽃나무 First Spring Tree 1988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98.1 x 142.2 cm 

질과 알렉스 디미트리에프 소장 Collection of Jill and Alex Dimitrief

Location: Artist's closest childhood friend's home, Ithaca, NY; tree from Washington Square Park, New York City, NY

©Alice Dalton Brown


 

이곳은 학창 시절 친한 친구가 살던 집이다. 30년간 이 집을 주제로 그림을 여러 차례 그리게 된다. 특히 [셰리의 현관]이라는 작품과 [봄의 첫 꽃나무]라는 작품은 비슷한 구도로 그렸으나 계절과 배경이 다르다.  그림에선 벚꽃이 활짝 피어 있어서 인상적인데 다른 곳의 나무를 옮겨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특히 직접 눈으로 비교해서 본다면 분명 같은 구도이지만 다른 점도 보인다. 실제 집은 오른쪽에 창문이 있는데 여기서는 생략이 된 것 같다. 생략되는 과정에 집의 벽 배경을 그대로 살려 올리고 거기에 그림자 효과를 주어 인공적인 느낌이 드는데, 무척 깨끗하고 깔끔하게 그려져 있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 같달까, 마치 새하얗게 쌓여있는 눈을 보는 느낌 같다. 같은 구도의 작품이어도 다르게 표현하는 부분을 찾아보거나 한 집의 다른 각도를 비교해보면서 저택의 공간을 익혀보는 재미도 있다.

 


사우스 스트리트의 집 (뉴욕 주 오번)


6) 늦오후의 현관, Late Entrance.jpg

늦오후의 현관 Late Entrance 1983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39.7 x 213.4 cm

개인 소장 Private Collection

Location: South Street House, Auburn, NY

©Alice Dalton Brown


 

이 저택은 오번 핑거 레이크스에 위치한 저택으로 앤 여왕 양식의 저택을 발견하게 되는데, 넓고 고전적인 현관에 드리우는 빛에 매료되어 그녀는 [늦오후의 현관] 이라는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뒤편 테라스를 소재로 [저녁 빛이 스민 기중] 등 여러 작품을 제작하지만 저택이 방치, 훼손되면서 시리즈가 끝나게 된다.


그러던 11년이 흐른 어느 날 우연히 이 저택을 지나가던 중 주택이 수리되는 현장을  목격한 그녀는 주인을 설득하여 저택 내부로 들어간다. 저택에 큰 흥미를 느낀 그녀는 외부에서 내부로 시선을 바꾸어낸 작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오후의 고요함]이라는 작품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1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같은 공간을 다른 시선으로 그리게 되는 과정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그림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이 된다. 오후의 고요함을 보기 전 이 작품을 진득이 감상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3. 여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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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람 Summer Breeze 1995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78.4 x 127 cm

개인 소장 Private Collection

Location: Friend’s home, Long Island, NY

©Alice Dalton Brown


 

앨리스 달튼 브라운이 2000년대부터 드려온 대표작, 여름 바람 시리즈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1995년 집에서 커튼이 휘날리는 모습을 본 것을 시작으로 시선을 실내로 옮겨 가구를 배제한 집의 풍경을 그대로 그려 [여름 바람]이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이후 여러 차례 다시 그림을 그려가며  창가에 바람이 휘날리는 장면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7) 황혼에 물든 날, Long Golden Day.jpg

황혼에 물든 날 Long Golden Day 2000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243.9 x 147.4 cm

현자 리 에이브론스 소장 Collection of Hyonja Lee Abrons

Location: Cayuga Lake, NY

©Alice Dalton Brown


 

거기에 반투명한 커튼을 구매하여 방문하는 집 창문에 걸어보며 여동생 집의 통유리창에 커튼과 카유가 호수를 합성하여 새로운 풍경을 탄생 시키는데 그게 바로 [황혼에 물든 날]이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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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Dalton Brown


 

특히 이 작품은 작품 앞에 의자가 놓여 있어서 사람들이 앉아서 구경을 했다. 그림의 규모도 크기 때문에 마치 실제 창문가에 앉아서 호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금색의 빛이 커튼에 물들 있는 장면은 황혼이라는 표현밖에 어울리는 게 없을 만큼 완벽하다.


거기에 식물의 그림자 표현까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이지만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물과 바람 같은 소리가 배경음처럼 들려오기도 해서 그 공간을 상상해 보게 된다.

 


11) 느지막이 부는 바람, Late Breeze.jpg

느지막이 부는 바람 Late Breeze 2012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71.1 x 91.4 cm

캠벨 오리코 소장 The Campbell-Orrico Collection

Location: Cayuga Lake, NY

©Alice Dalton Brown


 

2010년부터 바다나 강가에 커튼만 남겨진 [느즈막이 부는 바람]과 같은 완전한 가상의 풍경을 탄생 시키는데 물가 한가운데 바람이 날리는 커튼, 그리고 반짝이는 빛의 물결이 주는 느낌 이 모든 게 보는 관람객에게 시각적인 황홀함을 선사해 준다. 가상의 세계가 주는 편안함, 아름다움. 고요한 감성을 고스란히 그림만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나 가까이서 보면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의 푸른빛은 멀리서 보면 빛과 함께 따뜻하게 변하는데 이런 느낌 자체가 개인적으로 신기했다. 푸른색이 주는 따뜻함이라는 게 이런 느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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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Dalton Brown


 

게다가 이번 전시에는 2020 말부터 차례대로 완성 한 신작 3점을 선보이고 있다. [정적인 순간], [설렘], [차오르는 빛] 이렇게 3가지 분위기는 기존 작품과 또 다르다. 그리고 가장 점점에 나있는 작가의 테크닉도 감상이 가능하고 유일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던 전시 공간이기도 하다.

 


10) 정적인 순간, In the Quiet Moment.jpg

정적인 순간 In the Quiet Moment 2021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82.9 x 127 cm 

개인 소장 Private Collection

Location: Artist's cottage, Cayuga Lake, NY

©Alice Dalton Brown


 

이 [정적인 순간] 작품은 [황혼에 물든 날]과 같은 구도로 새롭게 변형 시킨 작품이다. 전 작품과는 다르게 맑은 빛, 하얀 커튼이 보인다. 바닥 부분을 이나 오른쪽 커튼을 자세히 본다면 어떤 거뭇거뭇 한 그림자가 있다. 이는 나무 그림자로 커튼 뒤 어딘가에 나무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맨 처음 봤던 [나무와 그림자와 계단]이라는 작품에서 본 것처럼 나무의 그림자를 통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라서 아트숍에서 카드로도 구매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사람들이 이 작품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데 마치 바닷가 근처 뷰 맛집 호텔에서 사진을 찍는 그런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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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섹션으로 넘어가는 중 발견한 커튼,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시그니처인 커튼을 사용해서 구역을 나눈 센스가 돋보인다.

 

 


4. 이탈리아의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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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가 있는 안뜰 Patio with Wisteria 2019

뮤지엄 보드에 파스텔 Pastel and acrylic on museum board

115.6 x 76.2 cm

작가 소장 Collection of the Artist

Location: Lucca, Tuscany, Italy

©Alice Dalton Brown


 

2015년부터 만든 작업물로 이탈리아 시리즈와 이에 영감을 준 작품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1994년 호지킨병 치료를 마치고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위치한 루카 라는 마을에 거주하는 친구의 별장에 가 이탈리아에 대한 풍경을 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이국적인 장소의 다양한 색감으로부터 영삼을 받게 된다.


당시 친구의 집은 400년 된 농가였고 작품 속 그려진 장소는 안뜰 테라스로 원래는 거대한 대리석 식탁이 있는데 이를 제거하고 테라스 구조와 식물이 잘 보이도록 만들었다. 붉은빛의 테라코타 벽돌, 대리석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건축 스타일을 대표한다.  (토스카나 스타일이 궁금해서 구글링을 하여 찾아봤는데 딱 그림에서 보이는 황톳빛이 도는 컬러의 건축물이다.)


특히나 이 섹션에서는 그전까지 보았던 그녀만의 스타일과는 전혀 달랐다. 건축 양식 때문에 평소 그림과는 다르게 느껴졌나? 하는 생각으로 봤으나 확실히 기존에 그렸던 작품과는 뭔가 달라졌다. 뭔가 깔끔한 느낌이 아니라 살짝 거칠다고 할까?


알고 보니 이탈리아 시리즈는 파스텔로 제작된 작품이었다. 파스텔은 고유의 색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작업이 되고 거칠지만 따뜻한 느낌이 이탈리아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이질적일 정도로 깨끗하고 깔끔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지만 그만큼 색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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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Dalton Brown


 

마지막으로 전시장에서 보지 못하는 아홉 개의 장소를 볼 수 있는 영상 공간까지 해서 이번 전시가 마무리된다.

 

*

 

어떻게 보면 작가가 그린 작품들의 모습은 자신의 일상을 담은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살았던 집, 친구네 집, 지나가다 보였던 저택, 여행을 가서 있었던 장소 등 모두 그녀의 일상 속 장소이다. 다만 평범했던 장소에 잠시 머물다간 빛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냈을 뿐이다.


생각해 보면 내방이나 거실, 화장실 등 집안 모든 곳곳에서는 빛이 들어온다. 빛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빛 때문에 반짝이는 물빛, 흔들리는 커튼에 지는 그림자와 투과하는 빛. 모든 것은 빛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빛을 자세하게 살펴본 적이 없다. 빛의 소중함이라곤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빛의 모습을 캐치하여 섬세하게 담아낸 작가의 작품에는 빛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그림을 집중적으로 빠르게 한번, 뒤이어서 천천히 그림의 의미를 살펴보며 두 번 작품을 보았는데 눈으로 빛과 그림자, 물과 바람의 이야기를 볼 수 있던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우리와 다른 건축 양식, 환경을 가진 여러 지역의 이색적인 장소를 함께 감상해 볼 수도 있어 집과 자연이 어우러진 평화롭고 청량한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느껴보는 걸 추천한다.

 

 

[박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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