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녀의 시선이 머무른 자리 - 앨리스 달튼 브라운

글 입력 2021.08.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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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전시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미디어 아트나 조형작품을 주제로 하는 전시를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모든 예술과 미술의 분야에서 해당되는 이야기이겠지만, 특히나 회화작품 감상에 있어서는 더욱이 이론적인 정보들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실제로 대면하는 순간에서의 직관적인 감상과 개인적인 해석만으로는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하여 회화작품과의 교감이 덜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이러한 진입장벽으로 인해 은근히 기피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이번 앨리스 달튼 브라운 전시는 오랜만에 관심이 가는 회화 전시였고, 사전에 그녀의 대표 작품 몇 점을 보며 무언가 특별한 감정을 느껴 관람하게 되었다.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그녀의 사실주의 화풍 속에서 미묘한 온도가 느껴졌다.

 

그것은 단지 아름다운 풍경에서 오는 감동이 아닌, 그 풍경을 옮겨내는 작업을 통해 빚어진 온도가 느껴지는 그림들이었다.

 

* 본 전시는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나, PRESS 자격으로 촬영 허가를 받아 진행하였습니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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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림자와 계단, Tree Shadow with Stairs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그녀의 초기작들과 더불어 그녀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화롭고 단조로운 풍경 속에서도 빛과 그림자가 화려한 존재감을 드러내 보인다. 계속해서 이어지게 될 그녀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한 준비 운동과도 같은 단계인 것이다.

 

아울러 그녀의 그림이 집과 같은 건축물을 중심으로 하는 만큼, 그녀의 이주 경로에 대해서도 지도를 통해 살펴볼 수가 있다. 그녀의 이주 경로나 그림의 경향으로 미루어 볼 때, 빛과 그림자를 사랑했던 그녀에게 호수나 강과 같은 '물'이라는 요소 역시 특별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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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룽거리는 분홍빛, My Dappled Pink

 

 

두 번째 섹션에 들어서면서, 이제 그녀의 자취를 따라 건축물들과 어우러지는 빛의 자리를 본격적으로 감상해볼 수 있다. 주택에 비추어지는 빛과 그로 인한 그림자, 그리고 주택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물들에 빛이 내려앉은 풍경이 주는 생동감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녀의 그림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단지 생생하게 풍경을 담아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의 시선과 손을 거쳐 탄생한 저마다의 그림은, 그녀가 바라보는 풍경에 대한 애정과 남기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캔버스라는 1차원의 공간에 남겨진 풍경이 우리에게도 이렇게나 생생하고 따뜻하게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은 새삼 놀라운 경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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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My Pool

 

 

그녀의 작품을 감상하며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묘미는 바로 실체가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상상을 자아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물과 빛이 만나 필연적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되고, 어떤 표면을 만나 사물의 형상이 반사되기도 한다. 그렇게 드리워진 그림자와 반사된 풍경은 때로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그림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림에 표현된 부분만을 보며 실체에 대해 상상을 하는 과정에서 그림은 캔버스와 액자의 범위를 넘어 더 풍성해지게 된다.

 

작품 '수영장 My Pool'에서 하늘의 실체는 그려져 있지 않다. 단지 물 표면 위에 반사된 마당 정원과 하늘의 모습을 통해 그림에서 드러나는 실체 그 이상을 비추어 보이며, 보여지는 것을 넘어 공간을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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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고요함, Afternoon Calm

 

 

그녀의 지역적인 이동과 더불어 관심을 쏟는 대상을 인지한 채 흐름을 같이해보는 것 또한 이 회고전의 묘미이다. 그녀의 관심은 빛과 그림자에서부터 시작하여, 주택 건물 외관에서 내부의 시점으로, 또 커튼과 같은 오브제에 대한 관심으로 향하는 등 그녀의 애정 어린 시각을 함께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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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바다의 경계 너머, Nor Earth, nor Boundless Sea

 

 

세 번째 섹션에 접어들어서는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 대표작들과 대형 원작, 그리고 마이아트뮤지엄의 커미션 작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내부를 잔잔하게 채우는 파도 소리와 함께 그녀의 작품은 평면을 넘어 좀 더 입체적인 감각으로 전해진다.

 

*

 

본 전시 후기에 사용된 사진들은 모두 전시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자료들을 활용한 것인데, 그림의 생동감과 온도를 사진으로 전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이나마 그 아름다움을 공유해보고자 촬영 이미지들을 일부 확대, 크롭한 형태로 게시하게 되었다.

 

전시의 대표 섹션과 대표 시리즈 작품들이 여름을 주제로 하고 있는 만큼, 올여름이 다 가기 전에 직접 감상해보시기를 추천해 드리고 싶다. 회화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가장 산뜻하고 따스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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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리스 달튼 브라운
(Alice Dalton Brown)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뉴욕을 기반으로, 사실주의 기법에 가까운 세밀화 작업을 해온 화가이다. 그녀의 주로 인공적인 소재와 자연적인 소재의 관계에 관심을 두며, 두 요소가 만나는 지점의 빛을 탐구한다. 지난 50년간 작가는 건물의 외부와 실내의 경계, 그리고 실내를 옮겨와 빛이 머무는 자리를 그려냈다. 특히 작가가 예순에 접어든 시기부터 친구의 집에서 본 창가의 풍경은 그녀의 인생의 하나의 전환점으로, 작가가 커튼이 있는 물가의 풍경을 그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여름 바람(Summer Breeze) 시리즈라 불리는 이 시리즈들은, 현재 앨리스 달튼 브라운을 대표하는 작품들로 알려져 있다. 여동생의 집 베란다에 뒷배경으로는 이타카에 위치한 카유가 호수 풍경을 합쳐 새로운 장소로 재해석한 [Long Golden Day]를 비롯하여 아예 작가가 새로이 창조해낸 물가의 커튼 한 자락이 휘날리는 [Late Breeze]등은 현재 우리나라에 아트 프린트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작가는 여든인 지금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작품을 제작할 때마다 여러 차례의 습작을 그리면서 본 작품에 제작에 몰두하곤 한다. 사진과 같은 섬세한 붓 터치를 한 땀 한 땀 캔버스에 수놓는 앨리스의 화풍은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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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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