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 안에 있는 어린아이 : 청소년극 '지수가 누구야' X '신의 보물'

글 입력 2021.08.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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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청청로 축제가 열렸다. '청청로'는 '청소년이 하는 연극과 청소년이 만든 청소년극과 로봇 인형극의 이상한 결성'의 준말이다. 청소년극 <지수야 누구야>, <신의 보물>과 아동극 <포맷_FORMAT>으로 구성된 이번 축제는 8월 6일 금요일부터 8일 일요일까지 대학로 서완소극장에서 진행된다.

 

"청소년극, 누가 더 잘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이번 축제를 위해 'Dream&Theatre 살뮈'와 '문산수억고등학교' 그리고 '보이저런처'가 모였다. 축제는 총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PART 1.]에는 청소년극을 전문으로 하는 성인 창작진들이 모여서 만든 청소년극 <지수가 누구야> 작품과, 실제 청소년들이 창작한 청소년극 <신의 보물>이 공연된다. [PART 2.]에서는 정크아트를 활용한 로봇 인형극 장르인 아동극 공연 <포맷_FORMAT>이 공연된다.

 

필자는 [PART 1.]과 [PART 2.] 공연을 이틀에 걸쳐 모두 관람하였다.

 

본 글은 [PART 1.]의 청소년극 <지수야 누구야>와 <신의 보물>에 대한 관람 리뷰이다.

 

공연에 대한 구체적인 관람 후기를 늘어놓기 이전에, '아동청소년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동청소년극'이란 아동 · 청소년 관객을 위한 공연 또는 아동 · 청소년이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 그리고 아동 · 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 · 청소년이 하는 공연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용어의 혼란 때문에 일부 성인 관객들은 아동청소년극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동청소년극은 아동, 혹은 청소년이 봐야 재미있을 것이라는 편견이다. 또한 아동청소년극은 유치하고, 상업성에 치우쳐 있어 작품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큰 오해다. 매년 국내에서는 작품성이 매우 뛰어난 아동청소년극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다. 국립극단에서는 2011년부터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를 출범하여 올해 10주년을 맞이했으며, 현재까지 아동청소년극에 대한 많은 연구와 작품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작품성이 훌륭한 아동청소년극을 제작하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예술 창작의 주체로서 설 수 있는 예술교육 또한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에서는 매년 '아시테지 축제'를 개최하여,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을 라인업하여 공연한다.

 

더불어 어떤 극단은 아예 아동극만을 개발하여 공연하기도 하고, 어떤 배우들은 아동청소년 작품만을 주로 연기하는 전문 배우이기도 하다. 심지어 일부 예술 대학에서는 '아동청소년극 전공'이 있기도 하다.

 

일반 성인 연극과는 사뭇 다른 감동을 전하는 아동청소년극의 매력을 더 많은 성인 관객들이 나눴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본격적으로 <지수가 누구야> X <신의 보물> 공연에 대한 후기를 담아본다.

 

 

 

어른 청소년이 만든 청소년극, <지수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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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지수가 학교에 안 나오자 올해 초임 교사이자 감성 충만한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을 나무란다. 교과서를 건네면서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오라는 선생님. 아이들은 반강제적인 이 심부름 때문에 지수가 일하는 곳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지수를 기다리면서 지수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소문인지 거짓인지 진실인지 상상인지 모르지만, 지수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청소년극 <지수가 누구야>는 [지수]가 학교에 갑자기 나오지 않자 같은 반 친구 네 명이 [지수]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지수를 찾아 지수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피자집으로 향하고, 그러면서 '꼰대'같은 피자집 사장님, 지수를 짝사랑하는 은우,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언니인 스무 살 현정, 지수의 오랜 단짝 친구 등을 만난다. 그리고 지수가 남긴 영수증을 발견하면서 지수란 어떤 아이였고, 어떤 상황에 처했길래 갑자기 학교에 오지 않는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상적인 물건을 활용한 역할 놀이성


 

<지수가 누구야>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역할 놀이성'이다.

 

작품에서는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모두 지수의 같은 반 친구들이다. 지수를 찾아 떠난 네 명의 아이들은 지수와 관계된 인물들과 상황들을 추측하며 역할 놀이 방식을 활용해 무대에 재연해낸다.

 

특정한 소품(모자, 가방 등)을 착용하며 지수가 일하던 피자집의 사장님이 되기도 하고, 커다란 쓰레기통 뚜껑을 가면처럼 활용하거나 쓰레기통을 뒤집어 쓰면서 담임 선생님이나 지수를 짝사랑하는 은우가 되기도 한다. 아래 첨부된 <지수가 누구야> 작품 연습 사진 스틸컷에서 드러나듯이 말이다.

 

이렇듯 일인 다역을 수행해내는 배우들의 에너지로 공간의 변화 또한 설명된다. 공간은 무대 위 벌어지는 역할 놀이에 따라 마트가 되기도 했다가, 피자집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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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작품에서는 쓰레기통, 캔, 비닐, 피자 박스, 테이프 등과 같은 일상적인 물건들이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 전혀 다른 도구가 되기도 한다. 테이프를 쭉 길게 늘어뜨려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캔을 찌부러뜨려 휴대전화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은 '정크 아트'나 '오브제 연극'이 떠오르기도 했다. 쓸모없어 보이는 사소한 물건들이 배우들에 의해 무대 위에서 전혀 다르게 활용되면서 관객들에게 유쾌한 상상력을 부여했다.

 

이러한 오브제의 활용과 역할 놀이는 아동청소년극에서 특히 많이 쓰이는 방식 중 하나다. 연극의 유희적인 면을 어렵지 않고 유쾌하기 풀어내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역할 놀이는 때론 극중극(등장인물에 의하여 극 중에서 이루어지는 연극, 극 중에서 다른 등장인물을 앞에 두고 연극을 한다는 형식) 형태로 확장시켜 여러 연극 작품 안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써 채택되기도 한다.

 

<지수가 누구야> 작품 속 장면을 크게 두 개로 나눈다면, 이러한 역할 놀이의 장면과 네 명의 아이들이 '지수는 이러지 않았을까?'라며 추측을 주고받는 수다 장면일 것이다. 두 장면은 뚜렷한 구분 없이 번갈아 교차되며 작품 전체에서 속도감을 형성한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아쉽다고 느낀 지점은 다소 디테일적인 부분이면서도, 중요한 부분인데, 바로 작품에서의 '리듬감'을 형성에 대한 것이다. 연극 작품에서의 이 '리듬감'을 형성하고 조절하는 것은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들여 일반적으로 한 시간 이상이라는 시간 동안 관객을 객석에 앉아있게 만드는 섬세한 기술이다. 사소한 것 같아 보여도, 관객이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이므로, 어쩌면 '관객 예술'이라고도 불리는 연극에 있어서 전부가 될 수도 있는 기술인 것이다. 이러한 '리듬감'은 배우의 화술이나 동선과 같은 연기적인 측면, 음악이나 조명의 활용과 같은 디자인적인 측면, 작품의 대사나 이야기 구조 같은 희곡의 측면 등, 말하자면 하나의 연극 무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의해 생겨난다. 리듬감이 잘 형성된 연극 작품은 관객을 연극 속 상황에 빠르게 몰입시키면서도, 작품의 연출자와 제작자가 의도한 바에 따라 관객의 시선을 주도하여 이끈다.

 

<지수가 누구야> 작품에서는 관객과 '밀당'하는 기술인 리듬감이 다소 약했다고 느껴졌다. 희곡 텍스트가 가진 작품성은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롭고 인상 깊었으나, 그것을 무대 위에 구현해 내는 디테일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완성도가 다소 아쉬웠다.

 

 

 

그래서 지수가 누구야?


 

<지수가 누구야> 작품에서는 장면은 계속해서 그 아이들의 상상력을 타고 이어져 나간다. 상상력은 점차 지수가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 아픔을 가졌을 것이라는 추측, 그리고 지수가 아이를 임신했을까 봐 홀로 두려운 마음을 안고 산부인과에 갔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이어졌다. 혹은 자해를 하고 자살을 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더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지수가 가졌을 꿈, 즉,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였을 것이라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관객들은 소문에 의한 상상을 거듭하며 지수에 대해 추측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지 궁금증을 갖는다. 그리고 지수에 대한 퍼즐 조각들을 함께 맞춰 나가기 시작하면서 관람을 이어나간다. 그러면서 맞이한 결말에는 결국 지수의 존재가 누군지에 대해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을 안고 극장 밖을 나서며, 지수라는 아이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 본다. 관객은 그 안에서 수많은 '지수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마침내, '나 자신' 역시 '지수였었던' 시기에 대해서 떠올린다. 타오르는 열병처럼 쉽게 달아오르며 크고 작은 것에 쉽게 웃고 울었던 그날에 대해서 회상하게 된다.

 

'나의 청소년기'. 필자의 그 시기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유리구슬'이다. 동글동글 이리저리 이끄는 대로 쉽게 도르르 굴러가면서도 언제든 쉽게 깨질 수 있는 그런 존재. 말랑말랑하지도, 그렇다고 단단하지도 않은 딱 그 상태가 필자의 청소년기었다.

 

학창 시절에는 왜 그리도 친구 관계에 집착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친한 베스트 프렌드야!"라는 약속들은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 반대로 "우리는 절교야!"라는 말에는 또 얼마나 큰 결심을 담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아득할 뿐이다. 무엇보다 필자는 친구들에게 나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던 것 같다. 필자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성격인데, 어딘가 같이 놀러 가자는 '베스트 프렌드'의 제의에 거절하지 못하고 매번 끌려다녔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에 잠기다 보면, 또 다른 희미한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유난히 조용하고 소심한 친구가 있었다. 필자는 그저 그냥 내성적인 친구이고, 나와는 거리가 먼 친구이고, 친해지기 힘든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학교가 끝나고 하교하는 길에 마주쳐 같이 걸어간 적이 있었는데, 막상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해봤을 땐 밝고 쾌활한 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그 친구와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필자가 그 친구와 친해지기 이전에는 소문에 의해서만 그 친구를 판단했던 것 같다. 작품 속 등장하는 지수의 같은 반 친구들처럼 말이다. 반대로 필자 또한 누군가에게 지수로 기억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본다. 아마도 여전히 어떤 아이에게 필자는 알 수 없는, 알고 싶지 않은 아이로 기억되거나, 혹은 나쁘거나, 착하거나, 다정하거나, 쌀쌀맞은 아이로 기억될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는 집단을 꾸려 활동하기도 좋아하고, 내 편과 네 편을 나눠서 관계를 맺기도 하는 것 같다. 그 집단 안에서 나 자신이 어떤 아이로 비칠지 고민을 거듭하며 관계와 만남을 이어나간다. 몸과 마음의 성장이 급격히 이뤄지는 청소년기가 특히 혼란스러운 건 불가피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기의 만남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지수야 누구야> 작품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과 고민거리를 남긴다.

 

덧붙여서, 필자는 공연을 관람하며 빠르게 지나가는 되게 사소한 장면들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지수를 짝사랑하는 은우가 지수에게 먹으라며 젤리를 건넨다거나,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걸 가지고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내기를 한다거나 하는 장면들이 그렇다. 사소한 상황들이 마치 필자 자신의 청소년기를 보는 듯해서, 입가에 계속해서 웃음이 새어 나오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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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극 <지수가 누구야> 커튼콜 이미지 - 사진 출처 : 필자 본인 촬영

 

 

 

진짜 청소년이 만든 청소년극, <신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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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실제 청소년이 말하는 <신의 보물>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만약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현재의 나는 뭐라고 말할까?’, ‘혹시 미래의 내가 나에게 잔소리한다면, 현재의 내 선택에 영향을 미칠까?’ 이런 재밌는 상상을 시작으로, 지금 10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그들이 바로 오늘 직접 무대에 오릅니다!


 

시놉시스

 

어느 날부터 태훈이는 꿈에서 미래를 본다. 도대체 왜 이런 꿈을 꾸는 걸까? 그러던 중 태훈이는 10대한테서만 나타난다는 ‘푸르티도더 증후군’에 걸렸단 사실을 알게 된다. 도대체 이 증후군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신의 보물> 작품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19살 태훈이는 어느 날 꿈을 통해 자신이 죽게 될 미래를 보게 된다. 그러면서 평범한 가족과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던 태훈이의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태훈은 오컬트를 좋아하는 친구와 상담을 받기도 하고, 자신과 똑같은 증상을 보이는 친구를 만나기도 하면서 자신이 '푸르티도더 증후군'에 걸렸단 사실을 알게 된다. 태훈이는 죽기 전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서 실천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죽음이라는 삶의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일을 살아갈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극은 막을 내린다.

 

 

 

청소년이 직접 들려주는 청소년의 이야기


 

<신의 보물> 작품 속 배우는 모두 청소년들이다. 문산수억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들은, 담당 교사인 채홍석 선생님을 필두로 모여 연극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신의 보물>은 '2021 제30회 경기도청소년연극제 북부권역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것은 대본 또한 청소년들이 함께 공동창작하며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다. 실제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적고, 몇 단어를 연결하여 한 문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나는 매일 이상한 꿈을 꾼다. 어느 날, 나의 마지막 순간을 알게 되었다'라는 문장이 이번 공연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은 자기가 맡은 역할의 성격을 직접 구축했고, 사건도 만들었다고 한다.

 

작품에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태훈이 죽기 전 하고 싶었던 것을 하던 중에 만나고 싶었던 친구를 만났던 에피소드였다. 그 친구는 결국 태훈을 만난 직후 자살을 선택하였는데, 자살 직전 남겼던 독백이 필자의 가슴을 깊이 울렸다. 독백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어렸을 땐 칭찬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는데, 이제 청소년이 된 본인에게 어른들은 '더 이상 발견할 게 없나 봐'라는 것이었다.

 

필자의 청소년 시기도 돌이켜보면, 남들에게 관심을 받길 원했던 부분은 관심을 받지 못했고, 관심받지 않고 싶은 부분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아니, 막상 다시 돌이켜보면, 필자는 당시에 '남들에게 관심을 받길 원했던 부분'이 확실치 않았던 것 같다. 관심받고 싶었지만, 반대로 관심받고 싶지 않았다. 내 이야기에 사람들이 주목해 줬으면 했지만, 반대로 아무렇게나 중얼거리는 나의 말에는 아예 관심을 꺼줬으면 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언제든 필요할 때 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줄 수 있는 존재가 있어줬으면 했다. 그 존재가 없을 땐 깊은 나락에 빠져서 내가 마치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만 같은 극단에 빠지기도 했다.

 

어릴 땐 사소한 일로도 칭찬을 받았었는데, 청소년 시기엔 '너도 클 대로 다 컸다'라는 말과 함께 칭찬받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어른과 아이의 딱 그 중간 지점에 놓인 청소년은 자신이 그 어디에도 속한 방랑자처럼 여겨지며 방황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필자는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다시 아이가 되고 싶기도 했고, 얼른 커서 어른이 되어 독립을 하고도 싶었다. 이런 혼란들 속에서 아파하며, 어느덧 필자는 시간이 흘러서 어른이라 불리는 머리만 큰 아이가 되었다.

 

다시 작품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작품 속 자살을 선택한 아이에 대한 에피소드는 관객으로 하여금 쓰라린 그때 그 시절의 기억들을 하나둘씩 꺼내 곱씹어 볼 수 있게끔 했다. 청소년들이 공동창작한 캐릭터와 사건으로 이러한 에피소드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을 쓰라리도록 아프게 만들었다.

 

자살한 친구를 보며 태훈은 "끝이 좋든 안 좋든 직접 선택하는 건 멋있어"라며, 내일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그리고 해야 할 것들을 하기를 선택한다. 거스를 수 없는 죽음을 향해 맞서는 태훈의 방식은, 자신의 주체적인 선택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태훈의 깨달음 끝으로, 공연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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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극 <신의 보물> 커튼콜 이미지 - 사진 출처 : 필자 본인 촬영

 

 

 

어른이 만든 청소년극 vs. 청소년이 만든 청소년극


 

<지수가 누구야>와 <신의 보물>, 이 두 작품은 인터미션 시간 15분을 간격을 두고 같은 극장에서 공연을 올렸다. 작품만을 떼놓고 보았을 때, 두 작품 사이의 공통점은 '청소년극'이란 것 빼곤 없는 듯하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지수가 누구야>는 아동청소년극 전공자들로 이루어진 어른 청소년 팀이 제작하였고, <신의 보물>은 실제 청소년이 제작하였다.

 

필자는 이 두 개의 청소년극의 대조를 살펴보는 것도 큰 재미였다. 어른이 만든 청소년극인 <지수가 누구야>는 앞서 언급한 역할 놀이 방식을 채택하여 연극적인 재미를 불어넣고, 유쾌하고 발랄한 무드로 공연을 풀어나갔다면, 청소년이 만든 청소년극인 <신의 보물>은 다소 무겁고도 진지한 무드로 풀어나간 것이다. <지수가 누구야> 작품은 관계와 만남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신의 보물> 작품은 삶에 대한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렇듯 두 작품은 매우 흥미로운 대조를 보인다.

 

 


관객으로써 극장 밖을 나오며


 

한때는 청소년이기도 했던, 현재는 어른이 된 필자는 극장 밖을 나오며 이제껏 성인극에서 느낄 수 없었던 형용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필자 또한 중고등학교 시기에 연극 동아리와 뮤지컬 동아리에서 공연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이 이어지며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게 되었다. 치기 어린 마음으로 그저 연극이 좋아서 시작한 경험은 현재까지 이어져 이렇게 틈만 나면 연극을 관극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저 직접 무대에 올라 연기했던 청소년 배우들을 향해 두 손 높이 들고 대단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

 

<지수가 누구야>와 <신의 보물> 두 작품 모두, 한때는 청소년이었던 어른 관객들로 하여금 오늘날의 청소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지, 그리고 해야 할 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긴 질문을 던졌다.

 

글을 마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어느 아동극 관련 연구에서 발췌한 단락을 첨부하고자 한다.

 

더 많은 이들이 아동청소년극을 관람하며 다른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소중한 의미들을 얻어가길 바라본다.

 

 

"당신 안에 있는 어린아이"

 

아동 관객을 위한 연극은 '보편적인 연극'이다. 왜냐하면 당신들 모두 당신 안에 어린아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아이다운 영혼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 영혼과 접촉하는 것은, 그러면서 여전히 성인을 유지하는 것은, 아동 관객을 위한 연극을 하는 예술가들에게 요구되는 특별한 재능이다. 당신에게 있는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본능은 매력적이다.

 

- 아동 관객을 위한 연극(Theatre for young people : A sense of occasion)

(헬렌 로젠버그 외) 中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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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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