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I - 연극 '지수가 누구야' X '신의 보물'

글 입력 2021.08.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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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지수가 누구야>와 연극 <신의 보물>은 모두 청소년극이다.

 

청소년극은 청소년을 위하여 제작되고 상연되는 극을 말한다. 전자의 연극은 전문 성인 배우들에 의해 그려지는 청소년극인 반면, 후자의 연극은 청소년에 의해 그려지는 청소년극이다.

 

청소년극은 청소년을 위한 극이라 하지만, 극을 보다 보면 단순히 이것이 청소년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메시지가 아님은 쉽게 알 수 있다.

 

 

 

1. 지수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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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고 연극은 혼란스럽게 시작된다.

 

“걔가 걔야” “얘가 걔야” “걔가 누군데” “네가 생각하는 걔가 걔야” “아, 걔가 걔야” 등등 계속해서 고유 명사는 나오지 않고 인칭 대명사만이 나온다. 이런 대화의 끝에, ‘걔’와 ‘얘’가 ‘지수’라는 인물임이 밝혀진다. 배우 5명을 지칭하는 이름은 없다. 그들은 무명(無名)이었다가, 지수나 지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된다.

 

그들은 지수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피자집 뒤에 있는 쓰레기장에서 재활용품 쓰레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기서 왜 연출가는 장소를 쓰레기장으로 했으며, 왜 재활용품을 이용해서 인물을 표현하고 소품으로 사용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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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진 상태를 재활용품 쓰레기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재활용품은 깨끗이 씻어서 버려진다. 즉, 내용물이 담겨있지 않다. 배우들이 사용하는 쓰레기통, 맥주병, 캔 등은 모두 비어 있는 상태이다. 그 비어 있는 것들이 특정한 것으로 둔갑한다.

 

맥주병과 캔은 핸드폰이 되고, 쓰레기통에 배우들이 들어가면서 그 배우는 익명에서 누군가로서 변해서 나온다. 지수 또한 복잡한 인물이지만, 그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워진 상태 즉 미정의 상태이다. 즉, '비워진 상태'를 나타내는 재활용품 쓰레기는 이 작품 전체의 메시지를 내재하고 있는 소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창작팀은 “사람이 만나야 서로를 알 수 있고, 그것도 그냥 만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만나야 하고… 그 일이 꽤 힘든 과정이지만, 그래야만 어떤 관계가 새기는 거 아닐까요?”라 말하며 이 작품의 창작 의도를 밝혔다.

 

이런 의도처럼 지수는 미지의 인물이지만, 5명의 배우들을 통해 지수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그들은 관심 없던 지수라는 인물과 점점 관계를 맺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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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지수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던 지수의 물건에서 그들은 5개의 영수증을 발견하고, 그 영수증 내역들을 통해 각자 마이크를 잡으며 지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5개의 영수증. 그리고 5개 알파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상관없다. 단지 그들이 영수증의 내역을 보고 지수의 생활을 추론하면서 지수와의 관계를 맺어가며, 항상 말이 없던 지수를 이해하고 지수라는 인물의 정체성을 규명해 나가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가 ‘나는 누군인가’라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할 때, 자신과 타자를 관계 시키는 것보다는 단절시킨다. 나는 나이고 타자는 타자이다. 나는 결코 타자가 될 수 없으며, 타자 또한 결코 나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타자가 없으면 인식될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정체성은 보통 이야기되는 정체성의 규명 과정과는 다르다. 여기서는 ‘나’가 ‘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나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타자와 타자의 관계, 그리고 타자에 의해 만들어져 갈 뿐이다. 비슷한 듯 하나 방향이 다르다.

 

 

 

2. 신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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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보물은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청소년극이다. 학생들이 만들어 나가는 극인만큼 ‘지수가 누구야’와는 다른 매력과 분위기가 형성된다.

 

전문 성인 연극배우들과는 달리 실수도 있고, 조금은 어설프기도 하지만 날 것 그 자체로의 매력이 있다. 또한, 배우들이 자신 또래의 역할을 하고, 그 시기의 고민을 주제로 연극을 만들어 나가니, 하나의 현실적 상황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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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의 제목인 ‘신의 보물’은 극에서 등장하는 ‘푸르티도더 증후군’을 이야기한다.

 

푸르티도더 증후군은 극 중 2명의 인물에게 나타나며 꿈에서 자신에게 벌어질 미래를 보며, 자신의 죽음까지도 보는 병이다. 이들이 꿈속에서 봤던 장면을 현실에서 바꾸려 해도 동일하게 일어나며, 자신이 죽는 상황을 끊임없이 본다. 그렇다 보니, 태훈은 자신이 곧 죽는다는 공포감이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미래를 바꾸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에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점점 낙담한다. 하지만, 공포를 떨치고 자신의 죽음을 직면했을 때 비로소 그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삶의 의미를 찾아낸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우리는 모두 대학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기계처럼 공부만 해왔다. 하지만, 태훈은 자신에게 닥친 죽음의 공포 속에서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게 된다. 즉, ‘살아지는 삶’이 아닌 ‘살아가는 삶’으로서 이행한다.

 

그가 방황하는 과정에서 자살하려는 친구를 잠깐 멈추게 하고, 왜 죽으려고 하는지에 대해 물어본다. 자신은 죽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고 있는데, 어떤 이는 죽으려고 발버둥 치다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 속에서 그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고, 태훈은 그의 친구와는 다른 길을 갈 것이며, 어떠한 길도 비난하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없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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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서 푸르티도더 증후군은 ‘신의 선물’이라고도 하고, 10대에서만 나타난다고 한다. 왜 10대에서만 나타나고 신의 선물이라고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답이 있다. 10대는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립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즉, 어른 또는 체제에 의해 수동적으로 이끌려 다니는 존재이다. 이러한 시기에 푸르티도더 증후군이 발생함으로써 그들은 삶의 의미를 찾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게 된다.

 

소극적 자유에서 적극적 자유로 그들을 이끈다는 점에서 푸르티도더 증후군은 신의 보물이 되는 것이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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