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넷플릭스 인생작들만 모아서 - 문콘이 EP.4 [문화 전반]

화이트 칙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글 입력 2021.08.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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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문콘이 시리즈의 전편이 궁금하다면?

 

1. 문콘이 Intro

2. 문콘이 EP.1 (Right Away, 더블 캐스팅, 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

3. 문콘이 EP.2 (팬텀싱어 올스타전, 스키니 브라운)

4. 문콘이 EP.3 (All Mine, 수탉)

 

 

 

넷플릭스 특집으로 돌아오다


 

한여름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문콘이(문화콘텐츠를 모아놓은 이야기) EP.4는 넷플릭스 특집으로 준비해보았다. 사실 넷플릭스에서 작품을 고르는 시간이 더 긴 사람인지라 폭넓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드라마를 섭렵하고 있진 않다. 그러나 그만큼 신중한 선택이 있었기에 더욱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다룰 콘텐츠 역시 각 장르에서 내가 좋아하는 순위 TOP 3 안에 드는, 인생작으로 꼽을 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영상들이다. 무수히 많은 작품 속, 내가 볼만한 작품은 없어서 방황하던 넷플릭스 이용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작품들을 지금부터 소개해보겠다.

   

 

 

Movie #COMEDY

: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 포인트가 가득한, 화이트 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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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 2004.11.17.

장르 | 코미디, 범죄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08분

국가 | 미국

 

  

<화이트 칙스>는 FBI의 허당 콤비, 케빈과 마커스 코플랜드 요원(숀 웨이언스/말론 웨이언스)이 자선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온 재벌 윌슨가의 자매(브리트니&티파니)의 경호를 맡다가 어이없는 사고 때문에 그녀들로 변장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냈다.

 

극 중 실제 흑인 남성인 두 배우는 백인 여성인 윌슨 자매처럼 분장한다. 전신화장, 바디페인팅, 하이힐 등으로 여성의 외형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만 12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물론, 키도 크고 근육질인 두 남성의 얼굴과 몸에 실리콘을 붙인 턱에 부자연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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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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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장 후

 

 

그러나 코미디 영화에서 이보다 더 정교한 분장은 오히려 재미를 떨어뜨리는 반감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무언가 이질적이고 어떻게 보면 괴기하기도 한 두 사람의 모습 자체로 웃음을 자아내는 효과가 있다.

    

영화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실직 위기에 놓인 코플랜드 콤비가 윌슨 자매로 변신해 자선행사에 참석하고, 그 안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 사고를 해결하며 다시 복직의 기회를 잡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정말로 단순한 스토리지만 어느 한 장면도 놓치지 않은 코믹한 연출과 신들린 연기가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다.

 

이처럼 <화이트 칙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크고 자잘한 웃음 포인트가 가득하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두 남성이 공주병에 걸린 두 여성으로 변신해서 그녀들과 똑같이 행동하려는 모습이 얼마나 유쾌한지 모른다. 숀과 말론이 함께 펼치는 투맨쇼를 영화 내내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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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장면으로는 윌슨 자매의 친구들(카렌, 리사, 토리)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헤더, 메간 자매의 만남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이 있다. 서로의 가족을 건드리는 저급한 언행을 구사하지만, 사이다를 통째로 마시는 듯한 시원한 애드리브의 향연에 두 손 두 발을 내려놓게 된다. 실제로 해서는 안 될 패륜적인 말들을 이기적이고 무례한 이들에게 던지니 그보다 통쾌할 수가 없다. (넷플릭스 자막은 원본 자막보다 훨씬 순화되어 있다는 점 참고하길 바란다.)

 

이렇게 두 라이벌은 나중에 댄스파티에서 다시 붙게 되는데, 처음에는 지고 있던 카렌 파가 자매들(본체 코플랜드 요원)의 도움으로 대결의 승자가 된다. 그들은 수준급의 비보잉 실력을 뽐내면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고, 보는 이로 하여금 희열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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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스트리퍼를 괴한으로 오해하고 제압하는 장면, 꽉 끼는 옷을 억지로 입힌 친구 때문에 결국 옷이 터져버리는 장면, 자신을 유혹하는 NBA 선수에게 벗어나고자 저질스럽게 행동하는 장면 등 남성과 여성의 자아를 오가면서 연기하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로 유머러스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여성을 비하하거나 깎아내리지 않고, 남성이 여성의 입장이 되었을 때 발생하는 일들을 코믹하게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두 요원은 어딜 가든 동행하기, 기분이 안 좋을 때면 함께 쇼핑하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자 머리를 바꾸고 예쁜 옷을 입기 등의 행동을 취하는 여성들의 심리에 대해 파악하고, 그들의 감정에 진심으로 공감하게 된다.

 

마커스 코플랜드 요원 역을 맡은 말론 웨이언스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남겼다.

 

 

"<화이트칙스>를 통해 여자가 되면서 마치 여자 핸드백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 속은 온갖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로 가득하죠. 무엇보다 여자들은 철부지 남자들보다 작은 일에도 더 신나게 잘 웃는다는 게 좋았어요."

 

 

영화 속 마커스뿐만 아니라 현실 속 말론 역시 여성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여장남자'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여성의 외면만이 아니라 내면에도 집중한, 이를 통해 기분 좋은 웃음을 이끈 코미디 영화. 두 시간 남짓 동안 박장대소할 수 있는 인생 작품 <화이트 칙스>였다.

 

 

 

Movie #ROMANCE

: 한 남자의 모든 청춘을 담아낸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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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12.08.22.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국가| 대만

 

  

아련한 첫사랑, 학창시절의 빛나는 청춘, 안개가 깔린 듯한 먹먹한 감성이 배어있는 대만 하이틴 로맨스 영화. 그중에서도 시초로 꼽히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이는 대만에서 2011년 전체 흥행 영화 3위에 오르며 첫사랑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로, 국내에서도 두 번이나 재개봉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또한, 이는 감독인 구파도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배경과 장소, 섬세한 감정 표현과 심리 묘사,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대사들이 돋보인다. 게다가 실제 인물과 비슷한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그 당시 유명하지 않았던 가진동과 천옌시를 출연시켜 풋풋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러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이야기는 커징텅(가진동)과 션자이(천옌시)의 그 시절을 보여주기 위해 현재에서 과거로 되돌아가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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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6살의 망나니 커징텅과 그의 친구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모두 모범생 션자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커징텅이 처음부터 션자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친구들이 션자이에게 작업을 걸 동안, 사부로 여기는 이소룡을 따라 몸을 단련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커징텅은 수업 시간에 책을 깜빡한 션자이에게 자신의 책을 빌려주고, 그녀 대신 벌을 받는다.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모범생-양아치)이라고 여겼던 둘 사이에도 그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션자이는 커징텅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특별한 데이트는 없었지만, 둘만의 공부 시간을 가지면서 함께 의지했던 둘.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둘의 인연은 계속된다. 그 이후로 커징텅은 션자이에게 총 세 번의 고백을 한다. 대학 시험을 망쳐 슬퍼하던 션자이에게 한 번, 첫 데이트에서 기찻길을 걷다가 두 번, 함께 등불을 날리면서 세 번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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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자이는 커징텅의 진지한 고백을 원했기에 초반에는 거절했지만, 마지막 고백에서 그의 진심을 느끼고 이에 답하고자 한다. 그러나 커징텅은 계속된 거절에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믿었고, 고백의 답은 듣지 않을 테니 계속 좋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고백이 흐지부지된 후에도 쭉 연락을 이어왔던 둘이지만, 커징텅의 격투대회 이후로 둘 사이는 좁힐 수 없이 멀어지고 만다. 온몸을 다쳐가며 싸우는 커징텅을 이해할 수 없는 션자이와 싸움의 즐거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션자이에 실망한 커징텅. 둘 다 어른이 되었음에도 커징텅은 여전히 유치했고, 션자이는 여전히 성숙했다.

 

그토록 뜨겁게 요동치던 둘의 감정은 과거에 묻어둔 채 끝난 것일까? 아니면 현재도 계속해서 불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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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참신한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해피와 세드가 정해지지 않은 열린 결말이기에 감독의 현실과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몇몇 선택을 바꾼다면 완전히 색다른 결말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는 영화 중반에 언급된 평행세계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직접 감상하는 게 이해가 빠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전체적으로 노란 색감의 화면에 시끌벅적하게 뛰노는 학생들, 곳곳에 때와 얼룩이 묻어있는 교실, 디테일한 의상과 소품을 통해 학창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청순가련한 외모와 반듯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의 션자이, 강아지 같은 귀여운 외모에 장난기 많고 다정한 성격의 커징텅으로 하여금 첫사랑이 기억 조작되는 효과도 있었다. 덕분에 지난 추억이 조금 더 아름다운 시간으로 바뀐 듯했다.

    

로맨스 영화의 서정적인 감성에 맞게 카메라 구도나 전환 역시 상당히 자연스러운 편이어서 보는 내내 눈이 편안했다. 인물의 상체를 강조함으로써 표정과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보여주고, 점프 컷으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고, 교차편집과 평행편집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클라이맥스에 다다르게 하는 등의 촬영이나 편집 기법도 눈여겨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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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춘기 학생들의 왕성한 성적 욕구를 카메라에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 많아서 약간 불쾌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실화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현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장면인 것 같은데, 15세 관람가치고는 낯뜨거울 정도로 민망한 장면들이 많으니 유의하며 감상하길 바란다.

 

이는 대만/중국 로맨스 영화 입문작이었다. 웬만해서 재관람을 하지 않는 편인 내가 3번이나 봤을 정도면 말 다 했다.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이 영화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고도 아픈 감정을 잘 녹여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감독의 모든 청춘, 커징텅에게 청춘이었던 션자이를 오롯이 담아낸 영상이라 더욱 뜻깊었다.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마지막 구절을 남기면서 마무리하겠다.

   

 

"서로 앞뒤 자리에 앉은 소년의 교복 셔츠에 파란 잉크 자국이 배어났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소녀의 미소는 오래도록 소년을 황홀하게 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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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천작이자 나의 인생작, <화이트 칙스>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두 작품은 아직도 넷플릭스에서 둘러보기만 하는 사람들의 손가락을 멈춰줄 것이다. 정말로 좋아하는 작품들의 좋은 점을 가득 담아서 소개할 수 있음에 기쁘다. 이번에 다룬 콘텐츠가 누군가의 시선을 오래도록 끌만큼 매력적이었길 바라면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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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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