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발칙한 예술가들'에 대한 5가지 질문

글 입력 2021.08.0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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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 발칙한 예술가들.jpg

 

 

 

무엇에 관한 책인지?


 

이 책은 창조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더 구체적으로, 이것은 창조성을 찾아가는 일종의 가이드이다.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한 이름의 예술가들은 어떻게 성공적인 작품활동을 펼쳤는지. 어떻게 대중을 설득하고, 오늘날의 우리 마저 설득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는지. 작가는 그 힘이 되어준 창조성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창조성에 관한 이야기는 언뜻 거창하게 느껴진다. 재능의 문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예술가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몹시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나와 같은) 보통의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해낼 수 없다. 예술은 마치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듯,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영감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흔한 오해들을 뒤집는 것에서 시작한다.

 

미술책과 미술관에서 마주했던 대단한 예술가들에게도 여전히 창조성은 어려운 문제라는 것. 창조성은 끊임없는 노력과 호기심의 결과물이라는 것. 과정에 놓인 수많은 장애물을 피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간 결과물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시도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거나, 얼마 안 가 포기해버리는 것일 뿐이다. 저자는 예술가와 예술의 ‘창조'를 우리의 눈높이로 가져온다. 그래서 자칫 멀게만 느껴지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기를 설득한다.

 

이 책은 창작 활동의 여러 과정을 나누어 소개한다. 영감은 어떻게 떠올리고, 아이디어는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 창작에서 실패는 어떤 의미가 있고, 아이디어를 내놓는 일에는 어떤 용기가 필요할지. 이러한 과정들을 미리 거쳐 간 예술가들의 사례를 함께 소개하면서, 창조성을 발견하기 위해 떠나는 독자들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창조성은 왜 중요한지?


 

사실상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이 책의 가장 앞부분과 뒷부분의 두 파트를 할애하여 창조성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다. 우리는 기술이 가져다준 풍요를 마음껏 누리지만, 때로는 삶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속도는 그만큼이나 강력한 것이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상을 이루는 방식들이 빠르게 바뀌어 간다. 우리는 변화를 즐기기도 하지만, 변화가 일으킨 문제들 앞에서 당황하기도 한다.

 

환경은 파괴되고, 일자리는 없어지고 또 생기고. 우리는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또 우리의 일상을 쫓아가기 위해서 가장 인간다운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기술도 동물도 가지지 못한 것, 바로 창조성이 미래의 어려움을 해결해 갈 열쇠라고 이야기한다.

 

 

 

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예술을 일종의 성공적인 사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법한 관점이라고 생각했다. 다소 자극적으로 적어서 그렇지만, 책에서 무례한 의도는 전혀 읽히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간단명료한 표현을 찾을 뿐이다. 그렇지만, 예술을 사업과 같은 틀에서 놓고 보는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다소 언짢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 예술가들은 대중을 설득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비단 현대미술의 일만은 아니다. 고흐도 생계로 인해 의뢰한 사람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예술 활동을 하기도 했다. 미켈란젤로도 의뢰받은 내용을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직장’에서 고군분투한 것이다. 대중을 설득하는 일은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만 있지 않다. 그것으로 작품을 팔고, 계속해서 예술 활동을 이어 나갈 토대를 만든다. 성공한 예술가를 성공한 사업가에 비유하는 작가의 표현은 이런 점에서 설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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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앤디 워홀의 “돈을 버는 것은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 예술이며, 좋은 사업은 최고의 예술이다.”라는 말에 한 문장을 더하면 좋겠다. ‘그리고 최고의 예술가는 좋은 사업가이다.’라고 결론을 더 하면 어떨까.

 

p. 37

 


그러니 예술의 성공을 단순히 재능의 승리, 우연한 성패로 볼 것이 아니다. 이를 분석하고, 예술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갔는지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도움이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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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파트는 실패에 대한 파트였다.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어서 실패는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과정이다. 실패 없이 성공적인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어쩌면 로또보다 더한 운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를 이겨내는 것은 무엇인가? 그저 재능의 힘일까? 저자는 그것이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근거로 많은 예술가의 성공이 플랜 B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든다.

 

예술가들은 처음부터 천부적인 재능으로 모두의 인정을 받을 작품세계를 구축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그림을 찾을 때까지 걸리는 과정은 다소 인간적이다. 옵아트에서 성공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 브리짓 라일리는, 거기에 도달하기 전까지 수많은 모방과 실패를 거쳤다. 그녀에게 언제나 재능은 있었지만, 그것이 단박에 성공을 가져다주진 못했다. 재능을 담을 단순하지만 명확한 표현 방법을 찾으면서, 그녀의 작품활동은 날개를 달았다. 물론 그 표현 방법에는 그동안의 시행착오에서 겪은 탐구의 과정들이 녹아있다.

 

실패로 겪어낸 경험은 언젠가 어느 순간에 유용한 도구처럼 쓰인다. 실패와 함께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뜻밖의 길을 찾아낸다. 길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는 너무 익숙하지만 무서운 존재다. 창조의 길을 걷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꾸만 멈춰서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실패가 별것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는 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대신에, 대단한 누군가도 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길을 걸었다는 건 위로가 된다. 이 책은 이런 방식으로 나에게 창조성의 벽을 낮춰주는 도움을 주었다.

 

 

 

끝으로,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예술가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이 책은 창조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에 대해 길고 상세한 소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 모른다. 대신에 그것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예술가에 대한 조금은 새롭고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무엇이든 ‘만드는 사람들’이다. 무엇이든 사실 상관은 없다. 나처럼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일 수도 있고, 영화를 만들거나, 악기를 다루거나, 진지하게 예술가의 길을 고민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만드는 과정의 막막함, 때로 찾아오는 좌절감은 무게는 조금씩 달라도 반드시 찾아올 테니. 아무도 함께해줄 수 없는 고민에 대해 심심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당장에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 혹은 작은 용기를 얻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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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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