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빌어먹을 놈들에게 짓밟히지 마라 - 핸드메이즈 테일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1.08.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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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즈 테일

The Handmaid's Tale

 

원작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

 

출연

엘리자베스 모스(오브프레드 역), 조셉 파인즈(프레드 워터폴드 역), 이본느 스트라호브스키(세레나 조이 역), 맥스 밍겔라(닉 블레인 역)

 

줄거리

전쟁과 환경오염, 각종 질환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한 미국. 전국이 혼란한 틈을 타 가부장제와 성경을 근본으로 한 길리어드 정권이 집권한다. 그리고 여성을 여러 계급으로 분류해 통제하고 착취하기 시작하는데... 폭력과 차별이 만연한 디스토피아에서 살아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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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은 마거릿 애트우드가 1985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 〈시녀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오늘 소개할 첫 번째 시즌은 원작의 틀을 그대로 가져와, 평화롭게 살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이름과 가족을 뺏긴 채 사령관의 시녀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길리어드'는 앞서 줄거리에서 언급한 대로 가부장제와 성경을 근본으로 한 전체주의 국가이다. 특히 '길리어드'는 여성을 약 네 계급으로 분류해 통치한다. 극 중 주요한 역할을 맡은 계급은 다음과 같다.

 

 

사령관의 아내(ex. 세레나 조이)

청록색에 가까운 원피스를 입으며, 집에서 사령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시녀가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키운다. 사령관의 아내인 만큼 겉으로는 꽤 높은 지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길리어드의 피해자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같은 여성을 착취해 길리어드 사회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단순히 피해자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하녀(ex. 리타)

회색빛이 도는 베이지색에 가까운 옷을 입고 있다. 이들은 사령관의 저택에서 집안일을 하고, 시녀를 돌본다.

 

시녀(ex. 오브프레드(준 오스본))

얼굴을 가리는 하얀 모자와 어깨부터 발목까지 이어지는 붉은 원피스를 입고 다닌다. 작품에 나오는 표현에 따르면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그저 다리 두 개 달린 자궁일 뿐이다.

 

길리어드가 수립되기 이전의 이름은 사라지며 '오브(of)프레드', '오브글렌'과 같이 사령관 '프레드'의 소유, 사령관 '글렌'의 소유 등으로 불린다. 그렇기에 시녀가 머무르는 집이 달라지면 이름 또한 바뀌게 된다.


시녀는 무언가를 읽거나, 듣거나, 소유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전기 고문부터 시작하여, 손이 잘리거나 눈이 뽑히는 등 가혹한 형벌을 받아야 한다.

 

시녀들 간에 허용된 말은 대개 '결실의 축복이 있기를(Blessed be the fruit)', '주님의 은총이 있기를(May the Lord open)', '그분의 시선 아래(Under his eye)', '주께 감사드립니다(Praised be)' 등뿐이다. 물론 아예 대화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곳에서 누가, 어떤 대화를 듣고 벌을 내릴지 모르기에 시녀들은 말 한마디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아주머니(ex. 리디아 아주머니)

카키 혹은 갈색에 가까운 옷을 입고 다니며 '레드 센터(라헬 앤 레아 센터)'라고 불리는 곳에서 예비 시녀들을 교육하고, 시녀들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레드 센터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이세벨의 집'에 있는 여성들이나 '이코노 아내'로 불리는 여성들도 있으나, 이들은 '기능'별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이코노 아내의 경우 드라마에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여성들 중 아이를 낳을 수 없거나 지식수준이 높아 반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사람들(ex. 대학교수, 노인, 동성애자 등)은 대부분 '콜로니'로 가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하며 평생 살아간다. 원작의 경우 '콜로니'로 가는 자들은 '비여성'으로 분류한다.

 

 


'우리의 단합이 두려웠다면 제복을 입히지 말았어야 했다'


 

세 번의 종소리는 '구제 행사'를 뜻하며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이다. 아마 공개 처형이라고 이야기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구제 행사는 시녀들이 모자를 벗고 둥글게 원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죄인은 그 원의 중앙으로 들어가 시녀들에게 둘러싸인 채 그에게 내려진 형벌을 받는다.


이를테면 수십 명의 시녀들이 죄인을 때려죽이거나, 그에게 돌을 던져 죽이는 식이다. 돌을 던져 죽임. 소위 '석살'로 불리는 이 형벌은 본인이 낳은 아이를 위험에 빠트린 재닌에게 내려진 형벌이다. 즉 시녀들은 친구를 본인의 손으로 죽여야 했던 것이다.


오브글렌은 원에서 벗어나 리디아 아주머니에게 이건 미친 짓이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결국 무장 군인들*에게 끌려나간다. 그 뒤 주인공인 오브프레드가 손에 쥐었던 돌을 떨어트리며 '죄송합니다, 리디아 아주머니'라고 이야기하자, 모든 시녀가 그를 따라 하며 석살은 취소된다. 이는 같은 처지에 놓여있음에도 서로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할 수밖에 없었던 시녀들이 처음으로 함께 이뤄낸 저항이다.

* 정확한 명칭이 나오지는 않으나, 아마 원작의 길리어드 군인 중 '수호자' 혹은 '천사'일 것이다.

 

 

 

'여성의 온순함을 나약함으로 착각하지 말라'


 

브라질 부대사가 길리어드와 협약을 맺기 위해 워터폴드의 집에 방문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부대사는 세레나에게 "그때에는(길리어드 이전) 이런 사회(길리어드)를 상상이나 하셨나요?"라고 말한다. 여기에 세레나는 "3년 동안 탄소 배출량을 78%나 줄인 사회 말이신가요?"라며 빠른 어투로 이 상황을 빨리 넘기려는 듯 엉뚱한 답변을 내놓지만, 부대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집요하게 "여성들이 더는 당신의 책을 읽을 수 없는 사회요. 아무것도 읽지 못하죠."라고 말한다.


세레나는 워터폴드와 함께 길리어드를 구상한 설립자 중 한 명이나, 아이러니하게도 길리어드 사회가 실현되기 직전에 배제되고 만다. 학자이자 활동가로서 그 누구보다 길리어드 수립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세레나는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부인' 역할을 맡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대목에서 길리어드는 인간으로부터 촉발된 환경 오염과 같은 재난적 상황을 인류의 약 절반인 여성을 억압함으로써 해결하려는 사회임을 암시하며, 나라를 '구하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결국 세레나 자신에게도 독이 되어 돌아왔음을 알 수 있다.

 

 

 

'그 빌어먹을 놈들에게 짓밟히지 마라(Nolite te bastardes carborundorum)'


 

 

라헬이 자기가 야곱의 아이를 낳지 못함을 보자 제 자매를 투기하여 야곱에 이르되 나로 하여금 아이를 낳게 하지 아니하면 내가 죽겠노라.

야곱이 라헬에게 노하여 가로되 네 자궁이 열매 맺지 못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는가.

라헬이 가로되 나의 여종 빌하를 보아 그에게로 들라.

그가 아이를 낳아 내 무릎에 놓으면 나도 그를 통해 아이를 갖게 되리라.

 

- 창세기 30장 1~3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수립된 길리어드의 시녀들은 '의례(ceremony)'라는 이름 하에 한 달에 한 번씩 사령관 아내의 다리 사이에 누운 뒤, 팔을 위로 뻗어 아내에게 팔목이 잡힌 채 사령관과 관계를 가져야 한다.


이 행위 자체로도 아주 끔찍하지만 불임의 탓을 오롯이 여성에게만 돌려 임신을 오래도록 하지 못하는 시녀는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며, 아내의 폭력과 압박을 견뎌내야만 한다. 길리어드는 공식적으로 불임인 남성이 없다고 보지만 막상 불임인 사령관은 수두룩했고, 그중 하나가 워터폴드이다.

 

즉, 아무리 매달 '의례'를 치러도 사령관이 불임이기에 그 행위는 모두에게 고통일 뿐 아이는 절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녀들은 '콜로니'에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임신을 해야 하므로 암암리에 사령관 몰래 다른 남성의 아이를 갖는다.


또한 길리어드에서 시녀는 아이를 낳아야 하는 도구이기에 혹 시녀를 대상으로 강간 및 살인죄를 범하거나 누군가 시녀와 바람을 피우는 경우, 또는 동성애자임이 발각되는 경우 그들을 사형에 처한 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장벽'이라는 곳에 얼굴을 가리고 목을 매단 채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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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즈 테일〉은 내용뿐 아니라 다른 요소들 또한 짜임새가 좋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며 특히 주인공 오브프레드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모스의 목소리가 드라마에 한층 더 빠져들게 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독백이 많기에 만약 그의 톤이 어색했다면 드라마의 균형이 깨졌을 것이다.


거기에 계급별로 의복의 색을 나눠두었듯 드라마의 색감 또한 도드라진다. 누가 봐도 전혀 생기가 없는 칙칙한 회색빛 도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오로지 여성들의 의복뿐이다. 또한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던 나로서는 글을 읽으며 상상했던 이미지가 드라마에 그대로 펼쳐져 있어 감탄했다.

 

*

 

〈핸드메이즈 테일〉은 최악의 상황을 그린 디스토피아물임에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들을 혹사한다는 면에서 묘하게 현실감이 느껴져 더 무섭고, 끔찍했다. 그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남의 일이 아니라 이 상황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내가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거기서부터 길리어드는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온다. 소위 말하는 호러물이 아님에도 그 어떤 공포 영화만큼이나 무섭다.


그렇기에 〈핸드메이즈 테일〉은 결코 킬링타임용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도 아니며, 누군가에게 '이 드라마 재밌어!'라고 말하기에도 어렵다. 아마 추천을 한다면 '재미있는'이 아니라 '좋은' 작품이라고 하고 소개할 것 같다.


첫 번째 시즌은 원작과 같이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다. 열린 결말을 썩 싫어하지는 않지만, 이 작품만큼은 여성들이 이 사회를 무너트리는 과정이 보고 싶었기에 사실 원작의 결말은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드라마의 경우 이미 시즌 1에서 원작의 내용이 모두 나왔기에, 어떤 이야기들로 새 시즌을 채웠을지 기대가 된다.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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