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지나가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한 번 들어볼래요?

스물 두 살 대학생 정소미라고 합니다.
글 입력 2021.07.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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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안녕하세요,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오셨지? 심심하셨거나 했나 보다. 요즘은 집 밖도 나갈 맛이 안 나죠? 공기를 들이마시기가 꺼려지니까. 혹시 커피 드세요? 괜찮으면 제 글 읽기 전에 한 잔 타 오셔도 될 것 같아요. 아니면 페퍼민트 티나, 찬장에 있는 믹스커피도 괜찮은데.

   

 

 

“누구세요?”


 

음. 저는 오늘 저의 기호와 취향에 대해 당신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동네 이디야 커피 아르바이트생, 남들은 모르는 브런치 작가, 재학 중인 학교의 총학생회의 기획국장, 스물두 살 대학생 막무가내 정소미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너무 수식어가 치렁치렁한가요? (웃음)


 

 

“어― 아니에요, 나쁘지 않아요.

그런데 왜 굳이 본인의 기호와 취향을 말하고 싶어 해요, 우린 초면인데.”



당돌하게 고백하자면 제가 말하는 걸 좋아해서 그냥 털어놓듯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는데요, 타인의 기호를 들여다보면 문득 자신은 어떤지 생각해 보게 되거든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늘어놓는다는 건 제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주제인 것 같아요. 이게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생각거리를 가져다주는 일이라고 믿고요.

 

이 글을 통해 저는 제가 알게 모르게 그려왔던 자신을 이야기하고, 지나가는 당신은 본인의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를 알아가는 건 자신에게 많은 이점과 역량, 그리고 멋진 이정표를 안겨주는 일이거든요. 우리 같이 각자에 대해 알아가 보자는 거예요! 상부상조를 제안하고 있는 셈이죠. 당장 몇 시간 뒤에 먹고 싶은 식사 메뉴도 생각하기 바쁜 우리잖아요? 결국 집히는 대로 눈에 들어오는 대로 먹는 날도 많고. 그러니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잠깐의 계기가 되어 드려보고 싶어요. 어때요? 저에 대해 궁금해보실래요?

 

 

 

"그래요. 뭐. 오래 걸리지도 않는데. 그래도 제 시간은 귀하니까 어서 시작해볼게요.

질문하면 되는거죠? 뭘 좋아해요?"


 

쉽게 생각나는 것부터 말해 볼까요? 저는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절 꾸미는 걸 좋아해요. 미용실 펌보다는 매일 덜 마른 머리를 요령 있게 묶어놓았다가 다 말랐을 때쯤 풀어 늘어뜨리는 걸 좋아하고요, 옷은 무엇을 입든 스스로가 최대한 불편해하지 않을만한 걸로 골라 입어요. 통 넓은 바지와 굽 편한 신발을 즐겨 착용하고, 테니스 스커트나 구두 같은 건 정말 기분 날 때만 찾는다는 뜻이죠. 널찍한 원피스도 좋아해요.

 

지금보다 어릴 땐 하나도 안 친하거나 앞에 서면 떨리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행동거지가 죄다 어색해지곤 했었는데요. 그런 날이면 꼭 제가 불편한 옷을 입고 있더라고요. 또 저는 몸동작을 크게 하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성격인지라, 최대한 저를 자유롭게 만들어줘야만 행동거지가 자연스럽고 예쁘게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럼 말과 행동이 움츠러들거나 경직될 일이 없고 타인에게는 그만큼 저에 대한 설득력도 생기는데요, 상대방의 눈에서 저를 향한 어느 정도의 믿음을 확인하면 자신감은 덤으로 얹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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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들의 공통점을 발견하셨나요? 첫째, 제 옷들은 대체로 하의의 통이 넓습니다. 둘째, 상의가 타이트하면 하의는 꼭 와이드하고, 하의가 짧으면 상의는 꼭 펑퍼짐해요. 특별히 더 예쁘고 싶을 때도 최소한의 편안함은 확보하는 거죠. 셋째,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일 수 있겠지만 상·하의가 모두 펑퍼짐하면 포인트 아이템을 착용하는 편입니다. 비니, 펜던트가 큼직한 목걸이, 프린팅 및 디자인이 특이한 상의나 가방 같은 거요. 마지막으로 넷째, 무채색을 좋아하나 파란색만큼은 특별 대우해줍니다. 저는 파란색 계열의 옷을 입으면 얼굴이 환해 보여요.

 

이렇게 이야기하니 약간 나름의 철학이 있어 보이지 않나요? 엄청 화려하지는 않지만요. 항상 비슷한 스타일의 범위 안에서 옷을 골라 입는데도 외출 전마다 옷장을 부여잡고 고민하는 제가 웃길 때도 있어요. 어차피 만나던 사람들을 만나거나, 아르바이트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거거나, 매일같이 다니던 길을 거닐 예정인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일이나 과제를 하러 카페에 가는 게 일주일 일과의 거의 반을 차지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한참 고른 옷을 입고, 조금 신경 써서 머리를 말리고 나가면 평범한 외출도 조금은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그러는 것 같네요. 오, 지금 말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에요.

   

 

 

“뭔가 보기보다 꾸미는 데 진심이네요….

그럼 좋아하는 분야라든가, 전공 같은 거 있어요? 대학생에게는 중요한 거잖아요.”



음, 이런 이야기라면 말을 줄일 수 없죠. 저는 고등학교 때 누구보다 연극과 국어과목에 진심인 학생이었어요. 공부를 좋아하는 어른들만의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모범을 다하려고 노력했었죠. 특히 제 국어 선생님은 정해진 작품과 내용을 가르치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꾸만 시나 소설, 작품의 뒷이야기 등을 지어오라 하셨어요. 거기에 마음을 쏙 빼앗겨 입시를 앞둔 고3 때 교내 백일장에 하루 이틀 정도를 몽땅 쏟았던 기억이 나네요. 대상을 안 탈 수 없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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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는 연극 동아리를 3년 내내 떠나지 못했는데, 파면 팔수록 재밌는 것들이 쏟아져 나와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 안에서는 이야기도 쓸 수 있고, 연극무대 하나를 기획할 수도 있고, 처음 연극을 해보는 친구들을 데리고 처음 한 연극 집단의 장으로서 리더십을 배워나갈 수도 있고. 심지어 저는 연기도 했어요. '영화'의 '영'자도 모르면서 안양국제청소년단편영화제에 낼 단편영화를 쓰고, 찍고, 편집해보기도 했는데, 정말 하고 싶은 모험은 다 해본 것 같네요. 이러다 보니 저는 글을 쓰는 거나, 콘텐츠를 제작하는 거라면 무슨 일이든 다 좋아했어요.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정할 수도 없을 만큼 광범위한 분야에서 허우적거렸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지금은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를 재학하고 있어요. 생소하죠? 문화콘텐츠 앞에 '한영'이 왜 붙나 하고 말이에요. 국어국문학과와 영어영문학과를 문화콘텐츠학이라는 실용 학문과 결합하여 탄생한 학과라서 그래요. 어떻게 보면 전공계의 별종 같기도 한데요, 기본적으로 말과 글을 어느 정도 잘할 줄 알아야 콘텐츠도 양질의 것이 나온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공부하면 이 학과가 꽤 바람직한 기준을 가지고 굴러간다는 것을 느껴요. 글쓰기와 콘텐츠를 모두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저로서는 마음에 꼭 드는 전공이기도 하고요. 자세히 설명하면 홍보가 될 것 같으니까, 생각보다 좋은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 전공이라고만 말씀드릴게요. 하여튼, 저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기획하는 걸 정말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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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짓는 것도, 무대나 영상, 전시, 행사를 만드는 것도, 집단의 슬로건과 로고를 제안하는 것도, 주변 사람들이 창업하는 데 한두 마디씩 얹어주며 <이태원클라쓰>의 조이서를 따라 하는 것도, 왜 이렇게 좋아하나 싶더니만 사실은 모두 기획이었던 거예요. 어쩐지 기획 과제만 생기면 온 정신을 다 거기에 두더라니!

   

사실 학교 과제나 공모전 같은 건 좋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적당히 수행하는 게 요령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활동을 위한 완급조절 능력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저는 아무리 마음을 가볍게 먹고 시작한 과제라도 마무리는 그렇게 하질 못해요. 정신 차리고 보면 항상 다크서클과 함께 성대한 포트폴리오용 작업물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징글징글 완벽주의자가 된 저를 발견한답니다. 여담이지만 이게 저에게 아직은 부족한 점 중 하나예요. 그렇다고 대충하는 게 좋은 거라는 말은 아니고, 무슨 이야기인지 아시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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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금은 그렇게 열심히 해왔던 것들을 버리지 않고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여러 가지 활동에 도전하고 있어요. 제가 다니는 학교 총학생회의 기획국장이 되어 다양한 온택트 기획을 펼치고도 있고요. 여기, 아트인사이트에서도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기획하고 글로 풀어내고 있죠. 대학교 내 공모전은 물론 브런치도 그렇게 시작한 플랫폼이고, 그 안에서 했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작가 활동도 마찬가지예요. 대충 이런 식으로, 어제를 내일의 발돋움으로 활용해 가면서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답니다. 언젠가는 제 다음 이야기를 저만큼 궁금해해줄 사람도 생기겠죠?


이렇게 저는 제 머릿속의 생각과 상상들을 실현 및 표현 가능한 구체적 계획과 내용 구성으로 실체화시키는 일이,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너무너무 재미있고 행복해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배우는 점도 참 많고요. 다음에는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전시나 축제, 라디오 콘텐츠도 구체적으로 기획해보고 싶네요.

 

 

 

“라디오 콘텐츠 재밌겠는데요? 조만간 기획해주세요, 기대할게요.

음, 그럼 보통 어떤 사람들을 좋아해요? 대인관계는 참 쉽지 않잖아요.

이쯤 되니까 본인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조금 궁금해요.”



어……. 이건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에요. 아무래도, 긴장할 필요 없는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 누가 저에게 필요 이상의 배려를 보이면 미안해져요. 저에게 꽤 많은 에너지를 쏟아 신경을 써주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게 바로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고요. 물론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깊고 좋은 관계는 보다 편안하고 솔직할 때 만들어져왔기도 하고요.


아, 참고로 제가 말하는 필요 이상의 배려라는 건, 본인이 불편함을 호소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그걸 참으면서까지 상대방에게 건네는? 그런 호의인 것 같아요.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독이 되는 배려죠. 그런 호의는 또 묵묵해요. 아니, 외롭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이게 처음 건넬 때는 뿌듯하고 정말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줘요. 살짝 나의 불편한 부분을 감수하며 건네는 좋은 마음이니까. 또, 아무나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내가 감내한 결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대방의 모습은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바로 이게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는 거예요.


하지만 이런 배려가 거듭되면, 슬슬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 감내하고 있는 것들을 본인에게 쉽사리 말할 수 없게 되어요. 상대방 앞에서 생기는 은근한 긴장은 덤이고, 가끔은 답답해서 넌지시 힌트를 주고 싶은 날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티끌만한 증거를 단번에 알아보는 게 당연히 어려운 일일 거고, 그럼 별 반응을 할 수 없겠죠? 그때부터 몰래 속상한 마음이 쌓이기 시작해요. 상대방은 그것도 모르고 ‘얘는 참 착한 애구나’라고 생각하거나, 그 배려를 더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렇게 이 빠져나오기 애매한 악순환은 언젠가 쓸 수 있는 마음의 한계치를 꼭 건드리고, 그러면 반드시 ‘펑’하고 터져요. 그 순간 나는 상대방에게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감내하면서 널 배려해왔는데 너는 왜 나처럼 해주지 못하니?’ 같은 이야기를 하며 내가 해온 것만큼의 배려를 요구하게 되어버리고요.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내가 잘못된 사람인가?’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자신은 자신대로 ‘걔는 왜 그러지’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서로의 속은 속대로 곪고. 그간의 노력이 완전 무색해진답니다. 그래서 이런 배려는 항상 끝까지 훌훌 털어버리는 자세를 잃지 않을 수 있을 때만 해야겠다고 늘 다짐해요.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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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배려를 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요구당해본 적도 있어요. 하기 정말 힘들고, 해본 적이 있으니까 제가 받을 때도 어렴풋이 느껴지더라고요. 정말 어렴풋이. 이건 멋대로 가늠하기도, 먼저 묻기도 어려워요. 그럼 상응하는 뭔가를 베풀어야 할 것 같아 지나치게 마음이 쓰인답니다. 긴장이 또 배가 되는 거죠. 요구를 하든, 당하든 기분이 정말 안 좋고요.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모든 마음을 잘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어요.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을 것 같네요. 원치 않을 때 다 들켜버리는 거잖아요, 부끄럽게!


그래서 솔직하고 편해버리는 게 나은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에는 늘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차라리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만큼 똑똑해질 수 있고, 사람에 대해 공부하며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게 좋아요. 운동하면 땀도 나고 근육통도 생기잖아요? 그 다음에는 몸이 튼튼하면서도 가뿐해지고요. 그런 것처럼 대인관계에 관한 운동을 하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과 튼튼하면서도 어렵지 않고 싶어서요.


그러다 보면 서로에게 긴장할 필요가 없는 관계가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관용과 안정이 생겨요. 표현하는 게 더 쉬워지고 언제든 보다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으니 외롭지도 않아요. 물론 이게 정말 모든 사람에게 응용할 수 있는 대인관계 방식은 아니지만, 지금은 이런 스타일을 고수하고 싶네요. 용기 없던 관계는 거의 무너지고 말았지만 지금의 방식은 저에게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어주고, 남겨주고 있거든요. 덕분에 이 부분에서 요즘 좀 많이 행복해요.

 

 

 

“많은 생각이 묻어나요. 대체로 불편한 건 지양하네요.

그게 한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재밌어요.

그런데 이제 슬슬 마무리삼아 맛있는 이야기를 꺼내도 될까요?

저, 이래봬도 바쁘다고요.”


 

(웃음) 네, 얼마든지요. 저 음식 이야기 완전 좋아해요. 아, 아직 밥 못 먹었는데 이야기하기 전부터 침이 고이네요.


“그래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어떤 음식 좋아해요?”


음. 어떤 음식을 딱 좋아한다기보다는 저만의 메뉴 패턴이 있어요. 마라탕처럼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가장 먼저 생각나요. 허, 허, 하면서 뜨겁고 매운 걸 먹다가, 다음 끼니는 엄청 담백한 걸로. 이렇게 번갈아 먹는 거 좋아해요. ‘저만의’라고 말하기는 좀 뭐한가요? (웃음) 음식만 나열을 좀 해볼게요. 마라탕, 삼겹살, 육회, 김치요리, 타코야키, 오일파스타, 인도 카레, 초밥, 연어랑 광어회,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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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이 두 번 등장한 걸 보시면 알 수 있다시피 요즘 제일 좋아해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MARATANG’이라는 하이라이트에 모아놓기도 할 정도로요. 육회가 1등이었을 때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술을 잘 안 마셔서요. 치킨은 전 국민 기본 옵션이고, 가끔 먹는 비빔밥이랑 샐러드도 좋아해요. 아, ‘가끔 먹는’이 포인트랍니다.


그리고 카페에서 마시는 음료도 진짜 좋아해요. 제가 이디야 커피 아르바이트생이잖아요. 음료를 엄청 잘 만드는 건 아니지만 만드는 방법과 재료는 많이 알아요. 그만큼 아메리카노가 아닌 음료는 거의 살이 잘 찌는 메뉴라는 것도, 그렇지만 어느 게 맛있는 메뉴인지도 잘 알죠.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오늘은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하고, 다른 음료를 마시면 맛있어 해요. 그러니까 카페에서 마시는 음료는 거의 다 좋아하고 보는 거죠. 특히 아메리카노는 산미가 적은 걸 좋아하는데, 카페마다 고소한 맛이 다 달라요. 제 기준에서 맛있는 ‘아아’는 맛이 진하고, 무거우면서도 고소한 향이 솔솔 나고, 마시기 전에 크레마가 많이 남아 있는 편이에요.

 

 

 

“들어보니 먹는 거에도 진심이에요. 그런데 마라탕, 그렇게 좋아해도 괜찮아요?

제일 적당히 먹어야 할 음식인데. 하여튼 뭐든 진심이다 보니 듣는 이야기마다 재밌네요.”



좋아하는 걸 어떻게 대충할 수 있겠어요. 마라탕은 조금 줄여볼게요. (웃음) 하, 배고프다. 이제 가세요?


“네, 가봐야죠. 당신 이야기는 사람을 가만히 못 있게 만들어요. 덕분에 저도 제가 온 마음으로 좋아하고 있는 게 뭔지 제대로 알고 싶어졌어요. 영감을 받은 느낌? 어서 가서 사진첩이든 클라우드든 다시 둘러 봐야겠네요.”


뿌듯한 생각이다. 고마워요!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하나하나 제대로 톺아보세요. 좋아하는 많은 것들을 나열해놓고, 어느 것을 내일의 징검다리로 쓸 셈인지 이것저것 찬찬히 놓아보세요. 모든 걸음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질 순 없겠지만, 어쩔 수 없이 밟고 건너야만 하는 어려운 것들도 놓여 있겠지만, 그것과 나 사이의 넓은 간격과 내 버거운 보폭을 줄이는 다음 걸음은 당신이 놓느냐 마느냐와 어느 것을 어떻게 놓느냐에 달려 있으니까요. 아, 조금 카리스마 있어 보였나요?

 

 

 

“마지막 대사는 안 치셔도 좋았을 것 같은데 (웃음)”



(웃음) 어서 들어가세요. 또 말 길어질라.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오히려 들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진짜 가보세요!


“네, 어서 밥 챙겨 드세요. 그럼 갈게요.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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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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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ㅇㅅㅇ
    • 생각도 얼굴도 이쁘네요.. 불공평한 세상.. ;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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