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흥'에 '한'이 맺혔다 [음악]

우리는 흥의 민족, 모두가 아티스트잖아요
글 입력 2021.07.2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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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많은 아파트의 거실에서 '아리랑'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MSG 워너비'의 인기로 역주행 스타 반열에 오른 'SG워너비(이석훈, 김진호, 김용준)'의 '아리랑'이다.

 

SG워너비는 '놀면 뭐하니?' 7월 17일 방송분에서 '톱100귀 콘서트'를 위해 국악적 색깔을 더한 편곡을 선보였고, 그들의 무대는 국가무형문화재 김혜순 매듭장의 작품과 전통악기 연주자들로 인해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완성되었다.

 

SG워너비의 '아리랑'은 전통적인 선율을 이용했을 뿐 아니라 '이별길을 넘어 가시다 발병이라도 나신다면', 벌써 십리밖을 지나서 돌아오시기 버겁다면'과 같이 가사에서도 전통민요 '아리랑'의 내용을 활용했다.

 

우리나라 문화원형의 특성은 종종 '한'으로 대표된다. 그리고 '아리랑'은 한을 표현한 작품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아리랑의 가사까지 활용한 SG워너비의 '아리랑'은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우리 가락 특유의 벅참과 감동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국악과 발라드의 조합은 적절한 흥겨움과 애틋함의 감정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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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나의 하루하루는 '크로스오버' 그 자체였다. 우연의 일치였지만 준비하던 콘텐츠 기획안은 역사 문헌을 활용한 것이었고, 진행하고 있던 영상 프로젝트를 위해 수도권에 위치한 한옥 답사에 나섰다. 동시에 국악 크로스오버 음악, 퓨전 국악들도 많이 찾아보았고 이 과정에서 작은 아쉬움을 느꼈다.

 

우리에게 '한'의 정서가 돋보이는 훌륭한 전통문화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의 크로스오버 작품들에는 유독 '전통=한'으로 연결된 음악들이 많고 나는 우리 전통문화의 더 다양한 매력, 특히 '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창작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대한민국은 예로부터 '한'의 민족임과 동시에 '흥'의 민족이었다. 현대의 젊은이들이 빠른 힙합, EDM 비트에 맞춰 춤을 추며 즐기듯 우리 선조는 국악 리듬에 맞춰 신명 나는 춤을 즐겼다.

 

물론 지금까지 흥의 민족, 한국인을 자랑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시도가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IDOL'이다. 본격적인 세계 무대로 진출한 방탄소년단은 국악 장단과 '얼쑤' 등의 추임새, 두루마기, 부채춤 등을 이용해 우리의 흥을 알리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들은 이후 경복궁에서 무대를 꾸미는 등 전통문화와 현대 대중문화의 조화를 꾀했다.


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CL 역시 국악적 멜로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이용한 재치 있고 한국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HWA+'의 무대를 종친부를 배경으로 최초 공개한 바 있다. 역주행에 성공했던 빅스(VIXX)의 '도원경(桃源境)', 트랩 비트와 국악 리듬의 조화, '늴리리야 옹헤야 얼쑤'와 같은 추임새까지 더한 원어스(ONEUS)의 '가자(LIT)' 등 많은 아이돌 그룹들도 한과 흥을 넘어 우리의 다양한 색채를 더한 크로스오버 문화 확산에 힘을 더하고 있다.

 

'범 내려온다'로 전 세계에 한국의 흥을 알린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월 28일, JTBC에서 '슈퍼밴드2'의 방영을 시작했다. 시즌2에서는 여성의 지원 제한이 풀리면서 시즌1보다 더 다양한 무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는데, 남녀노소의 지원자들이 보여 준 다채로운 악기 퍼포먼스는 처음부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중 눈에 띈 이가 바로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참가자이다. 그는 거문고를 활용한 다양한 리듬을 선보였고,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거문고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처럼 현대의 많은 젊은 예술인들이 여전히 전통음악을 계승해 주고 있음에 나는 늘 감사한다. 또한, 우리 문화를 계승하고 새로이 자신만의 분야를 만들어나가는 모든 예술인을 응원한다. 물론 꼭 '흥'을 다룬 음악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예술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다만 더 다양한 시각에서 우리의 문화원형을 해석하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혹자는 크로스오버 작품들이 전통문화의 본질을 해칠까 우려하기도 하고, 전통 그대로의 계승을 강조하며 이를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전통문화가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숙제는 바로 '무관심'이 아닐까?

 

대한민국에는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지 않더라도, 끼 많고 흥 많고 감정까지 풍부한 예술인들이 참 많다. 유튜브를 잠시만 둘러봐도, 재능 넘치는 사람들의 동영상을 수도 없이 많이 찾을 수 있고 그 영상들의 높은 조회수는 음악 및 예술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을 증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음악을 듣고 퍼포먼스를 감상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즐기는 모든 이들이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그들에게 들려주자. 드라마 OST 속 국악 리듬을, K-POP 속 우리의 추임새를.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탐구로 이어질 것이다. 또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자. 우리의 한을, 흥을, 더 나아가 더 다채로운 우리 예술의 색채와 감성을. 이토록 많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아티스트들이 해외 팝, 아이돌 음악뿐 아니라 우리의 가락과 장단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이건하 컬처리스트 tag.jpg

 

 

[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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