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상에서 탐사로, 그림에 숨겨진 비밀 파헤치기 [도서]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글 입력 2021.07.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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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에서 탐사로, 그림에 숨겨진 비밀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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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반 레인 <야경>, 1642년

캔버스에 유채, 379.5×443.5cm,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작품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흥미로운 만큼 두꺼운 책의 시작을 알리는 질문이다. 책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세상에서 오직 눈으로만 관람해야 하는 또 그래야 한다고 전해지는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를 파헤쳤다.


모든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의 문화를 담기도 하며 후원자의 취향을 반영하기도 한다. 혹은 예술가 개인의 미적 감각을 드러내며 그만의 미술 세계를 확립하기도 한다. 작품에서 이러한 이야기는 비밀스러운 상징으로 은밀하게 표현되거나 덧칠한 물감 아래 숨겨지기도 한다. 따라서 작품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우리는 작품에 더 깊이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작품에는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로 렘브란트 반 레인(1606-1669)의 <야경 The Night Watch>을 들 수 있다. 작품의 제목에서부터 많은 비밀을 가진, 그렇지만 지금은 거의 대다수가 알고 있는 <야경>의 공식적인 이름은 <프란스 바닝 코크 대장이 이끄는 2지구 민병대 Civic Guardsmen of District U under the Command of Captain Frans Banning Cocq>이다.


지금의 제목은 어떻게 붙여진 것일까? 하는 질문이 자연히 뒤따른다. 작품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지금의 제목이 1797년 바티비아공화국 국회가 ‘De Nagtwagt(영어로 Night Watch)’의 에칭 판화를 만들기 위한 수령증을 등록하면서 처음 등장했다는 기록을 찾아내었고, 사실은 밤의 그림이 아닌 낮의 그림일지도 모른다는 그럴듯한 가설까지 세우게 되었다.


이름뿐만 아니라 작품의 역사에도 얽힌 이야기가 많지만, 뒤에 이어지는 작품들을 생각해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혹시라도 위의 내용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면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홈페이지를 찾아보거나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익숙한 작품은 비밀스러워지고, 작품을 보는 우리의 태도는 감상에서 탐사로 바뀌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질문하게 된다. 이 작품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물감 속을 꿰뚫어 보다


 

작품과의 만남은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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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1489-1490년경

나무 패널에 유채, 54.8×40.3cm, 크라쿠프 차르토리스키 미술관

 

 

작품을 마주했을 때 무엇이 눈에 들어오는가? 아무래도 캔버스 표면 위에 있는 그림의 형태, 선, 색채, 붓질 등의 시각적 정보가 먼저 눈에 띌 것이다. 다음으로 개인적인 지각을 통해 작품과의 관계를 확장해나간다. 이와 같은 시각과 사고만으로도 즐거운 감상을 할 수 있지만, 작품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비밀이 있기도 하다.


모든 작품에는 그 나름의 역사가 있다. 그 역사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으며 우리는 그 비워진 틈새를 기술과 문헌 연구, 과학적 분석으로 메우고 있다. 20세기에는 엑스선과 자외선 분석으로 그림의 표면 뒤에 숨은 정보들을 찾아냈다. 또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다중 스펙트럼 스캐닝과 영상 장비 같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물감층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랜 호기심으로 발견한 사실들을 통합하면 익숙한 작품도 새롭고 풍부한 의미를 얻는다. 가령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이 그러하다. 2014년 프랑스의 엔지니어 파스칼 코트는 층간증폭법LAM을 활용해 다중 스펙트럼 카메라로 해당 작품의 자세한 작업 과정을 추적해냈다. 그 결과 완성된 초상화 밑에서 두 개의 초안을 발견했다.


초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담비가 첫 번째 초안에서 등장하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과 함께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에 겹겹이 쌓인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세워졌다. 작품의 주인공인 체칠리아 갈레라니(Cecilia Gallerani)는 통치자의 삼촌이자 섭정이었던 루도비코 스포르차(Ludovico Sforza)의 정부였다. 둘의 인연이 시작되기 전 루도비코는 1488년 흰담비 기사단에 가입했으며, 1년이 지나기도 전에 다빈치에게 체칠리아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다빈치는 두 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본을 건네주었다.


첫 번째 초안에서는 체칠리아가 혼자 있지만, 두 번째 초안부터는 담비가 등장한다. 이때 완성본의 유연한 근육질 담비보다 훨씬 온순해 보이며 회색빛이다. 이러한 두 번의 수정 과정에서 보이는 담비의 변화로 우리는 체칠리아와 루도비코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의 주인공과 후원자의 사이가 친밀해질수록 그림에서 중요한 상징인 담비가 생명력을 가지게 되며 여인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표면 아래


 

미술 작품은 관람객에게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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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드릭 판안토니선 <스헤베닝언 해변의 풍경>, 1641년경

나무 패널에 유채, 56.8×102.8cm, 케임브리지 피츠윌리엄 박물관

 

 

그림의 표면은 작품을 더 가까이서 바라보도록 끌어당기는 창이 될 수 있다. 미술 작품은 관람객에게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마주했을 때 캔버스 표면의 형태와 모양, 색채를 먼저 바라보고 그것들이 우리의 상상 속에서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표면이 예술가의 의도를 가리거나 초기 단계의 노력을 숨기는 문으로 작용하면 어떻게 할까? 헨드릭 판안토니선의 <스헤베닝언 해변의 풍경>처럼 말이다. 박물관 소장품이 되었을 당시 그림은 전형적인 바닷가 풍경처럼 보였으나, 2014년 미술 보존전문가 샨 쿠앙에 의해 덧칠된 부분의 물감이 제거되면서 비밀의 문이 열렸다.


해안에 사람들이 모인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하늘을 향한 작은 돛이 있던 부분을 걷어내니 엄청난 크기의 고래가 밧줄에 묶여 해안가에 누워있었다. 그림 속 사람들은 해안가로 떠밀려온 고래를 구경하려 모여들었던 것이다. 주의 깊은 관찰과 섬세한 묘사는 화가도 그 현장에 있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아직 풀리지 않은 두 가지 의문이 있다. 그림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고래를 왜 지웠을까? 그리고 언제 지웠을까? 작품의 출처에서 고래에 대한 기록이 없었기에 우리는 어쩌면 질문에 대한 답을 영원히 모를 수도 있다.

 

***

 

그럼에도 우리는 지치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작품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비밀을 찾기 위해 문헌 연구로 작품의 준거 기준을 만들고, 과학적 분석을 통해 작품의 물리적 속성에서 의미를 끌어낸다. 작품 속 오랫동안 숨어 있던 비밀들이 드러났을 때 우리는 또다시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작품의 비밀은 예술가가 의도적으로 작품 속에 숨겨놓은 것도 있고, 자연스러운 환경의 영향으로 남은 것도 있으며, 검열 같은 사회역사적 요인 때문에 생겨난 경우도 있다. 창작자가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이 흔적들은 작품이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사회를 드러내고 예술가의 진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명작’이 되게 한다.

 

그러므로 미술사와 과학기술로 밝혀진 비밀은 작품의 외형을 바꾸지 않지만, 우리가 작품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 우리의 시선은 그림의 비밀을 파헤치고 알아갈수록 확실하고 선명해진다.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은 우리의 감상을 더욱 흥미롭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고전 명화부터 현대미술까지 아우른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은 큼직한 컬러 도판으로 비밀이 담긴 부분을 확대해 담아내었다. 덕분에 전문가들이 연구실에서 분석하고 전자기파를 쬐어 새롭게 밝혀낸 진실을 우리 눈앞에서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세계의 명작에서 흥미롭거나 놓치기 쉬운 정보를 정확하게 짚어 관객의 이해를 돕고, 때론 관계자들의 전문적인 현장과 성취를 엿보게 해주어 풍성하고 유익한 내용을 알려준다.


비밀 미술관의 특별 도슨트 같은 책으로, 독자들을 감상에서 탐사로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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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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