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쾌한 청소년 국악 음악회 - 소소 음악회 [공연]

글 입력 2021.06.2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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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만 되면 공연계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가 쏟아진다.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라 한다면, 교과서에 수록된 곡들을 실연하거나, 듣기 어렵지 않은 입문 곡들을 해설을 곁들어 진행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 또한, 음악 감상 보다는 교육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입시나 점수를 위해 강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렇기에 교과서에 수록된 곡들이나 친숙하고 유명한 곡들로 구성할 수밖에 없으며, 학교에서 배우듯 정답이 있는 듯한 해설이 감상을 방해한다. 즉,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는 교육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이나, 그 중심은 청소년이 아니게 되었다. 최근에는 교과서에서 벗어나 영화 음악이나 흥미가 있는 대중음악을 편곡해서 연주하는 연주회들도 늘어나고 있으나 결국에는 입시와 성적을 위해, 아니면 누군가의 이끌림으로 억지로 감상해야 하는 음악회라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게다가 음악회를 홍보할 때 “어렵고 따분한”이라는 문구로 홍보하며 음악 장르를 스스로 낮추게 되며, 청소년뿐 아니라 비전공자인 일반인도 클래식한 음악 장르를 재미없는 것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렇기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엔 우려될 부분도 있다.

 

청소년 음악회는 청소년들의 흥미나 관심을 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으며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러한 점에 주목해 공연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음악회를 만드는 데 주목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만든 청소년 음악회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회를 기획했고, 청소년 관객들에게 우리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신개념 음악회,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를 야심 차게 선보였다.

 

 

2021 국립국악관현악단 소소음악회 포스터.jpg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는 단순히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음악회’라기 보다 라이브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콘서트’의 성격에 집중하여 기존 오케스트라 공연과 달리 음향․조명․영상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청각적 스펙터클을 더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전단원이 출연하는 60인조 국악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화려한 무대가 어우러져 국악에 관심이 없는 청소년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라이브 공연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국악과 팝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인 ‘국악 팝’을 선보였으며, 청소년들이 관심 있는 게임 ‘쿠키런’의 음악과 대중 아티스트 ‘BTS’의 소우주를 국악으로 편곡했으며, ‘감정의 강’, ‘이슬의 시간’, ‘신뱃노래’등 국악 창작곡까지 아우르며, 청소년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국악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들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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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 팜플렛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꼈는데, 바로, 팜플렛이 카드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드 형식 팜플렛은 예전에 갖고 놀던 어느 ‘XX왕’ 카드가 생각났다. 마찬가지로 모바일 게임에서 뽑기 후 캐릭터 카드처럼 생기기도 해 처음 카드를 열었을 때 공연 전부터 공연이 재미있을 거라는 묘한 기대감이 생겼다.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알 수 없더라도 팜플렛이 ‘굿즈’처럼 소장하고 싶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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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제공

 

 

공연 속에선 청소년의 눈높이를 맞춰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개인적인 문제와 감수성 예민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한 곡들, 국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창작곡들도 공연을 즐기는 데 중요 포인트가 되었다. 이처럼 기존의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의 곡을 이해하고 기억해야만 하는 국악보다는 재미있고, 감상에 집중한 콘서트로서 음악회를 진행했다.

 

국악 음악회라기 보다는 콘서트를 보고 온 느낌이었다. 언제 끝나나 지루하게 견디지 않아도 되고, 감상을 적어내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무엇보다 관심 있는 현대 음악을 국악으로 들을 수 있다는 색다른 점에서 이번 음악회가 내가 들었던 어떤 국악 음악회보다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 단연 돋보이는 곡은 ‘쿠키런 OST’와 BTS의 ‘소우주’를 국악으로 편곡한 곡이었다. 쿠키런 OST는 ‘영웅의 관문’, ‘오염된 석류의 숲', 그리고 ‘My Kingdom’ 이렇게 세 곡을 합쳐 연주했기 때문에 길어졌으며, 자칫하다가는 관객들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게임을 영화처럼 볼 수 있도록 시각적인 감각에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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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제공

 

 

BTS의 ‘소우주’는 이번 소소 음악회를 관통하는 메시지이자, 이번 음악회의 기획 그 자체를 의미했다. ‘소우주’는 우리 모두 한 명 한 명 그 자체로 소중한 별이며, 그 안에 자신만의 광활한 우주를 담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곡으로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대표 엔딩곡이다.

 

이러한 가사 내용에 주목해 공연의 주인공인 소년소녀를 비롯한 옆 좌석의 친구‧선생님‧부모님, 그리고 무대 위 연주자도 각자 빛나고 있는 별이며 서로가 만나 하나의 우주가 만들어진다는 주제를 표현했다. 거대한 미러볼과 반사되어 빛나는 빛이 별들이 반짝임을 표현했으며, 무대에 하나의 소우주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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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제공

 

 

청소년의 재미와 흥미를 위한 공연이라 할지라도 음악 자체에도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국악관현악의 아름답고 섬세한 선율을 감상할 수 있는 황호준 작곡가의 ‘이슬의 시간’, 엔딩 곡인 '신뱃놀이'는 다양한 특징을 지닌 국악기들이 관현악으로 한데 어우러지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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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음악회는 기존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쾌하고, 과감한 선곡, 무엇보다 청소년이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상태에서 기획이 나왔기 때문에, 청소년 관객이 중심이 될 수 있었던 음악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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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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