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이주, 이동, 식민, 이민의 세계사 - 본질은 연결이다 [도서]

글 입력 2021.06.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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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부대껴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소음이나 부스럼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의 일에 너무 예민해도 지나치고 너무 관심이 없어도 문제가 생긴다. 아주 작은 소음에도 극도로 예민해져 쪽지 붙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옆집의 누가 없어졌는지도 몰라 고독사하는 일도 생긴다.

 

적당한 정도를 찾아 서로 배려하면 좋겠지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적당히’라 이걸 해내는 사람이 드물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안타깝게도 그건 평생이 지나도 불가능하다. 사람은 이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로 단 한 번도 다른 사람과 연결되지 않고 산 적이 없다.

 

 

 

인류의 역사; 연쇄 작용의 로그(Log)



도미노를 세울 때 눈이 빠질 정도로 집중하지 않으면 잠깐 한눈판 사이에 와르르 무너진다. 결국, 넘어뜨리기 위해서 세우는 일이라 도중에건 마지막이건 상관없이 결과적으로는 넘어진다. 도미노의 핵심이 ‘넘어짐’이다. 갑자기 왜 도미노 이야기를 하느냐면 인류의 역사가 끝도 없이 넘어지고 있는 도미노 같아서다. 가장 먼저 넘어진 역사의 출발점에 있는 그 도미노가, 그 앞의 모든 조각을 넘어뜨리며 지금까지 길게 이어진 행렬이 인류가 쌓아 온 역사다.

 

도중에 다리를 놓아 그 위에 세워둔 도미노도 있고, 원을 그리며 도는 것도 있고, 이상한 모양을 해 둔 것도 있고, 정갈하지 못하게 약간 어긋나서 넘어지는 것도 있다. 역사적으로 인류가 싼 똥이 한두 개가 아니라 모난 부분이 좀 많지만, 아직 멈추지 않고 넘어지고 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이 무너짐의 연쇄는 끊어지지 않는다. 끝에서 멈출 때쯤이면 도미노를 하나씩 더 놓는다. 세상에는 인류의 숫자만큼 아직 새로 놓을 도미노가 존재한다.


역사는 인간과 인간, 이 전에 살던 인간과 이후에 살던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연쇄적인 작용을 모아놓은 일종의 로그(log) 기록표이자 아카이브다. 선조가 미리 닦아 둔 길이 있었기에 알렉산더 대왕이 왕의 길을 만들 수 있었다. 흉노는 훈족을 쫓아냈고, 게르만족이 훈족을 피해 유럽으로 밀려와 유럽의 역사가 뒤흔들렸다. 몽골의 대륙 제패로 흑사병이 유럽을 집어삼켰다.

 

설탕을 발견한 탓에 평화롭게 살던 흑인은 백인의 노예로 전락했다. 노예라는 계급의 출현이 가져온 생산 능력의 향상은 시장을 포화시켰고, 포화된 시장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수요를 불러 제국주의 식민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종미에는 세계대전을 일으켜 피의 강을 만들며 산을 쌓았고, 국제사회의 패권 자체를 뒤집어놨다. 모든 것은 하나의 사건에서 일어나는 연쇄적인 사건들이었으며, 그 작용이 모여 역사를 만들었다.


인류와 역사의 시작은 ‘이동’이었다. 먼 옛날 아프리카에서 처음 인류가 모습을 보인 뒤로 계속 그 대륙에만 머물렀다면 지금의 역사는 존재할 수 없다. 전 대륙으로 뻗어 나간 인류가 그 지역에만 머무르고 움직이지 않았더라도 지금의 역사는 없다. 결국, 문명이 탄생하고 지금 우리가 사는 인류 사회를 만들어낸 원천은 ‘이동’이다.

 

이웃끼리의 교류가 없었다면 마을 간의 교류도 없었을 것이고, 마을끼리 단절됐다면 도시, 국가 간의 이동도 있을 리 없다. 작디작은 것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의 그 모든 이동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이주를 만들었고, 이주의 흐름이 이민을 만들어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뛰어넘는 지구촌을 이루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면 이동하지 않는 우리에게 앞날은 없다. 우리는 어디로든 이동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에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이동했는지 배워두는 것은 앞으로의 생존을 위한 칼날을 가는 일이다.

 

 

 

개인으로 살 수 없는 사회



이동으로 시작해서 이동으로 이어지는 인류의 역사는 ‘연결’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지구촌이나 세계화라는 말에 익숙해진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하나로 연결된 존재였다. 하나의 대륙에서 이동했기에 우리의 시작은 같은 하나의 집단이다. 무리를 벗어나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여 그곳에 정착한 후 하나였던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가려 할 뿐이다. 비행기나 기차, 배는 물론 인터넷의 발명 덕분에 거짓말 좀 붙여서 1초면 한국에서 미국까지 이어지는 시대라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다. 세상과 사회는 이미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준비를 끝냈다.


그 속에 사는 사람은 아직 준비가 덜 된듯하다. 돌아가야 할 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떨어져 사는 시간만큼의 깊이로 오해가 뿌리를 단단하고도 깊게 내려버렸다.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 보니 자기가 함께하던 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의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거부를 넘어 혐오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어떤 이는 나 혼자 살 수 있다며 아예 집단 자체를 거부한다. 잘못된 지식이나 자신이 세계라는 도미노의 행렬에 놓인 하나의 조각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알지 못한 것은 죄가 아니지만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죄다. 자신을 위험 속에 내버려두고 안전하다 믿으며 눈만 가리고 있을 뿐이다.


무지는 오해를 낳고,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는다. 아는 것은 힘이다. 힘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살아남기 위해 배우고 알아가야 한다. 인류의 역사가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이동’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본질인 ‘연결’을 배워야 한다. 편하게 이동하고자 닦아 두었던 길 하나가 대륙 제패와 제국의 탄생을 불러왔듯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가져온다.

 

나라는 조각 하나만 신경 쓰느라 저 멀리서부터 넘어지며 파도처럼 몰려오는 다른 조각을 눈치채지 못 한다면, 내가 그 파도에 휩쓸리고 나서야 나도 그저 하나의 조각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내가 인류의 최초가 아닌 덕분에 더 앞서 휩쓸려간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남겨둔 기록도 역사라는 조각 일부다. 그저 그 기록을 배워 휩쓸리기 전에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마음을 가다듬으면 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사회에 헌신하거나 나라를 위해서라거나 하는 거창한 게 아니다. 인류는 연결로 살아왔고, 연결로 살아남았으며, 과거는 현재와 연결되어있다. 그 연결을 배워 다음의 연결을 대비하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역사를 배워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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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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