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느끼는 예술

눈이 아닌 마음으로
글 입력 2021.06.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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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문화, 예술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교훈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어떤 드라마를 보고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연극을 봐도 모두 교훈이 담겨 있고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죠. 어렸을 때는 그러한 교훈을 제 인생의 가치관, 나침반으로 삼은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은 남의 교훈 하나 제대로 받아들이기 벅찬 세상이라 요즘은 문화, 예술하면 위로가 가장 먼저 떠올랐으면 싶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제가 이번에 여러분께 소개드릴 문화, 예술은 마음으로 느끼는 문화, 예술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너무나 많은 책임을 개인에게 떠맡겼고 요즘 현대인들은 그런 세상에 지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근거를 들지 않아도 당장 주위에 있는 서점을 방문해 가장 잘 팔리는 책을 보면 주로 심리와 관련된 책이 많고 단순히 일반인들이 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된 내용들을 엮어서 출판된 책도 많다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18년쯤에 자기계발서가 서점에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3년간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따뜻함을 원하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여러분들께 머리로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문화, 예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여러분들께 소개드리는 문화, 예술의 기준은 교훈이 없는가, 즐거움이 있는가, 위로가 있는가입니다. 먼저 처음으로 여러분께 소개드릴 문화, 예술은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중에도 교훈이 있는 드라마가 있고 없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또 교훈이 있더라도 지키기도 힘들 정도로 벅찬 교훈도 있고 한 번 보고 나면 힘이 생기는 교훈도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소개드릴 드라마는 후자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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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2018년 7월 23일부터 방영해 2018년 9월 18일날 종방한 16부작 드라마로 주연 배우로는 신혜선 배우와 양세종 배우가 출연합니다. 내용은 17살에 혼수상태에 빠져 서른이 돼 깨어난 여자 주인공(우서리)와 17살 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세상을 향해 마음을 굳게 닫은 남자 주인공(공우진)이 동거를 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드라마 시청률은 11%로 당시에 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은 인생 드라마로 꼽을 만큼 따뜻하고 재밌는 드라마입니다.

 

일명 3017이라고 불리는 이 드라마에는 가장 큰 장점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개연성이 탁월하다는 점입니다. 남자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여자 주인공에게 반하지도 여자 주인공이 갑자기 남자 주인공에게 반하지도 않습니다. 둘이 쌓아가는 서사가 충분히 시청자에게 공감을 불러옵니다. 두 번째는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이 드라마는 한 번 닫힌 문을 보고 있는 것보다 새롭게 열릴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면 다시 한 번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짱짱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시청자에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조연에 대한 이야기가 주인공과 다를 바 없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감초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3017은 당시 제가 고3때 방영된 드라마였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8시까지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저녁 10시 30분까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야간 자율학습실에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렇게 10시 30분에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다시 학교 운동장에서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10시 45분이었습니다. 10시부터 시작했던 이 드라마를 30분은 놓쳤지만 늘 한강을 지나는 풍경을 바라보며 이 드라마를 봤습니다. 고3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요란스럽게 힘든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이 시기를 이 드라마로 버텼습니다. 실제로 당시에 "우서리처럼 살고 생각하기"라는 수첩을 들고 다닐 정도로 저에게는 큰 치유이자 위로였습니다. 제가 당시에 받았던 위로와 치유를 느끼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저는 세상이 더 빛나보였으니까요. 그래서 여러분께 소개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David Ja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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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데이비드 자민이라는 작가를 아시나요? 이 작가는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진행했고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아 2021.02.05부터 02.31까지 재전시를 진행한 전시의 작가입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늘 즐거움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작가는 이 세상의 예술은 즐거움보다 슬픔과 분노에 더 주목하지만 본인은 즐거움이 가장 큰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그림은 슬픔과 분노가 아닌 즐거움을 표현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자민의 [NEW JOURNEY]라는 전시는 전체적인 전시의 주제를 "여행"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시장 입구 역시 공항에서 우리가 비행기를 탈 때 지나는 톨게이트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그렇게 톨게이트를 지나면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챕터는 여행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여행의 시작에 있어 많이 설레고 떨리는 것처럼 이 챕터에서는 밝은 색채를 활용해 설렘과 기쁨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챕터인 여행의 시작을 지나 두 번째 챕터로 가면 광장이 나옵니다.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우리가 그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이 챕터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직업과 광장에서 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다양한 공연(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장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신나게 광장을 돌아다니고 어둑해지면 사람들은 하나 둘씩 광장을 벗어나 본인들이 예약한 숙소로 가는데 세 번째 챕터는 바로 호텔, 쉼터입니다. 이 챕터에서는 매우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가가 아이를 좋아해서 아이와 관련된 그림이 많은데 바로 이 세 번째 챕터에서 그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사람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듯이 마지막 네 번째 챕터는 일상입니다. 일상에 돌아와 여행의 기분과 여운을 정리하는 것처럼 이 챕터에서는 여운과 행복한 잔여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전시를 관람하면서 "엄마와 함께 오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걸 보고 맛있는 걸 먹으면 저절로 가족이 떠오르는데 좋은 그림을 보자 그림을 좋아하시고 실제로 미술을 전공하기도 하신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정말 전시를 보는 내내 재밌었고 여행을 온 것 같이 신났고 눈이 너무 즐겁고 머리는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은 전시였기에 다음에 또 재재전시가 열린다면 그때는 반드시 어머니를 모시고 가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분과 같이 가고 싶으신가요?

 

 

 

"산책"-표예진


 

최근에 종방을 맞이한 드라마 "모범택시"의 주인공 고은 역의 배우, 표예진 배우님이 부르신 노래 산책을 소개드리는 것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원곡자는 표예진 배우님이 아니지만 저에게는 원곡자보다 또 커버로 유명한 백예린 가수님의 노래보다 표예진 배우님의 "산책"이 가장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배우님께서는 노래를 부르실 때 고은의 마음을 반영하고 고은의 입장에서 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부르셨다고 대답하셨는데 노래를 들으면 고은의 마음이 어떤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산책"은 노래의 멜로디라인도 너무 좋지만 가사가 가장 큰 매력입니다. 실제로 저는 어떤 노래를 듣다가 머릿속에 연상되는 장면이 있으면 꼭 그려보는데 이 노래도 제가 그렇게 그림으로 표현한 몇 안 되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 제가 "산책"의 노랫말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보고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부분입니다. 어렸을 때 목욕을 하면서 물에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는데 그릴 때는 제 손가락을 잘 따라오다가 제 손가락이 지나고 나면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점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계속해서 그렸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에 물로 그림을 그리면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 알고 있는데 사라질 걸 알면서도 물로라도 그려볼 사람을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얼마나 깊고 아플지 상상도 가지 않아서 이 부분을 가장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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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들으면 "나에게도 이러한 사람이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에게 떠오르는 얼굴은 가족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표예진 배우님이 맡으신 역할인 고은이도 언니를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마음에 부른 노래인데 제게도 언니가 있어서 이 노래를 들을 때 정말 많은 걸 느끼며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고은이처럼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기억은 없습니다. 만약 나중에 나에게도 이런 아프고 깊은 기억이 생긴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그 자리에서 몇 분을 운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늘 세상의 사람들은 왜 사라지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세상에는 발견되지 못하고 사라진 별처럼 반짝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빛을 가진 사람들을 떠나보낸 세상의 수많은 남은 것들은 금방 사라질 걸 알면서도 물로 끊임없이 얼굴을 그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게, 그게 참 아픈 일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저라면 못 견딜 것 같습니다. 아마 아주 많이, 아주 오래 또 아주 깊이 아플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고통에 익숙해지지 못한 채로 살 것 같아서 절대 의연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또 너무나 아름다운 노랫말 때문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처럼 문화, 예술은 교훈이 아닌 우리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문화, 예술이 많습니다. 교훈만 주는 문화, 예술에 지치셨다면 제가 소개드린 문화, 예술을 감상해보시고 저처럼 본인이 느낀 점을 생각하거나 그림, 글로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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