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주같이 음악하는 사람 [음악]

색소폰 연주자 웨인 쇼터의 [Emanon]
글 입력 2021.06.1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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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사물이 가지고 있는 물성을 비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앨범이라는 사물을 만드는 제작자로서의 음악가들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하고, DVD같은 영상물을 더하는 시도를 하곤 한다. 사실 이는 ‘비틀기’라기보다 덧붙임의 개념에 가깝고, 이 덧붙인 것들에서 간혹 탁월한 요소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웨인 쇼터가 [Emanon]이라는 앨범(사물)에서 보여준, 혹은 들려준 시도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물성의 중심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음악의 특질에 대해 주로 얘기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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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쇼터의 음악은 매번 세련된 면모에서 반 발짝, 혹은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전위적인 행보를 보여주곤 했다. 신선함과 난해의 경계에서 균형감각을 발휘하는 그에게 [Emanon]은 여전히 확장되고 있는 음악적 운신의 폭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앨범이다.

 

게다가 에마논(Emanon)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에 둔 대서사의 부분요소로서 음악을 활용하는 동시에 개별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대범함과 섬세함 모두 엿볼 수 있다. 웨인 쇼터의 2002년 앨범 [Footprints Live!]에서부터 함께 해온 퀄텟의 음악적 조화 역시 그 균형감에 일조한다. 심지어는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트랙들과 퀄텟만의 연주를 견주었을 때도 그 완력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우주나 신화적 배경의 서사를 개진할 때 고려해볼만한 전자음이나 전자악기를 이 앨범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역시 새삼스레 눈여겨보게 된다. 웨인 쇼터는 장대한 음악적 표현의 실마리가 테크놀로지(전자음, 전자악기)에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어쿠스틱 악기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어쩌면 애초에 위의 요소들이 현재 웨인 쇼터에게 고려할만한 대상조차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웨인 쇼터가 [Emanon]에서 그리는 서사는 오히려 시원(始原)이나 본질, 혹은 고대의 주술적인 경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Adventures Aboard the Golden Mean’에서 중용(The Golden Mean)에 대한 탐닉적인 표현이나, ‘Lotus’에서 종교적인 이미지의 연꽃(Lotus)을 연상케 하여 에마논의 행동 동기가 되는 듯한 맥락 역시 놓치기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이런 부분들이 구성에 몰두하는 ‘구상음악’처럼 모종의 경직성을 지닐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 역시 지나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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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감상의 폭을 넓히려한 시도도 돋보인다.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트랙이자 퀄텟 연주의 마지막 트랙인 ‘Prometheus Unbound’는 두 트랙에서 모두 음악적 완결성을 지닌다. 영화 속의 시퀀스(내용상의 단위)로 대변할만한, 서사에 속한 이야기로서 명확한 맺음을 이뤄내는 것이 앨범의 색깔을 한 층 더 뚜렷하게 자아낸다.


상술한 음악적 특질과 더불어 에마논에 대한 만화가 함께 실려 있는 본 앨범이 그 물성을 충분히 비틀었는지, 아니면 덧붙임에 머물렀는지는 청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음악가에게 자기표현의 장은 ‘소리’가 아닐까. 자기 소리에 대한 확신, 수 십 년간 해체와 조합을 반복하면서 만들어온 청각의 우주. 그것을 청자들과 획기적으로 공유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가시적인 물성을 뛰어넘는 가치일 것이다.

 

웨인 쇼터는 여전히 고민하며 그 우주를 넓혀가고 있다.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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