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솔직한' 황채현이 되고 싶어서

글 입력 2021.06.0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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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이 되고 싶냐고요? 누구나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학보사 기자로 일한 뒤 그런 다짐을 했습니다. 서열이 있는 곳이고, 내가 위계의 끝에 있을 때는 일부러 나를 바꿨습니다. 내가 물러지면 질서가 무너진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자로서 다양한 위계에 놓인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위치나 환경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이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인간이겠구나, 란 생각이 다 지나고 나서야 들었습니다. 3년 동안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가 깨달은 겁니다. 남은 인생은 나를 바꾸고 싶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위안을 느꼈던 대상은 냉정하고 ‘만만하지 않은’ 어른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에서도 나를 바꾸지 않는 ‘편한’ 이들이었습니다. 나를 포장하지 않는 사람. 가면을 쓰지 않는 사람. 그런 게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행복은 ‘나’를 발견해야 오는 거니까


 

학창시절은 우울했습니다. ‘행복하다’고 느껴 본 일이 잘 없습니다. 우울함의 기원은 막연한 불안이었습니다. 형편이 어려웠던 때입니다. 좁은 곳으로 이사하고 부모님 사이도 좋지 않았습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악화된 시기입니다. 괜한 자격지심이 들고 그 감정에 지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들다가도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마음에 사로잡혔습니다.

 

불안은 기약이 없었습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순간 행복이 도래할거라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대학에 오고 나를 챙기면서부터 행복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학보사·대외활동·연애 등등등 사건과 사람에 섞이며 ‘나’를 발견했습니다. 불안에 파묻혀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도 정의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 행복한지 그동안 몰랐습니다. 그 때부터 오롯이 나에게 집중했습니다.

 

10대 때 겪지 않았던 사춘기가 그래서 20대 초입에 왔습니다. 하고 싶은 건 다 했습니다. 술 먹고 춤추고 연애에 빠지고. 가족이나 환경 같은 나를 둘러싼 여건들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가 제일 중요했습니다. 내가 내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학보사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글을 좋아하는 마음과 막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위치까지 올랐습니다. 원하지 않는 갈등에 놓인 적이 종종 있습니다. 주간 교수와 싸우거나 후배들과 멀어졌습니다. 미숙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나 역시 궁지에 몰려 남을 무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같은 실수를 했습니다.

 

그 경험은 반면교사가 됐습니다. 진로나 방향뿐만 아니라 이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나’를 감각한 때입니다. 이미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데 다른 틀에 맞추려 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성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그 틀에 나를 가뒀고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 웃음을 흉내 냈습니다. 그건 내가 아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고 싶습니다. 내가 지향하는 나와 진짜 나의 간극을 메우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무엇을 지향하는지 의식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나’로 살겠다는 의지를 다집니다. 여기에서도 이렇게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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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로 살기 위해선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하고 섞이고 대면해야 합니다. 구태여 각별한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됩니다. 상사, 동료, 지인 적당히 아는 사이여도 괜찮습니다. 누구한테라도 거울처럼 ‘나’를 발견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발견한 나는 싫은 모습일 때도 있고 좋은 모습일 때도 있습니다. 결국 많은 사람을 만나는 건 진짜 나를 알게 되는 과정인 겁니다.

 

 

 

글쓰기는 여행입니다


 

글쓰기는 보이지 않는 도착지 같습니다. 순서나 절차를 정할 수 없고 정한다 해도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마음으로 출발하는데 어떻게 가다보면 기어이 어떤 곳에 도착해 있는 겁니다. 그런 모든 과정이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미지의 공간을 헤쳐서 결과를 내놓는 것이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때의 보람과 성취감이 좋습니다. 그래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도 좋아합니다. 생각해보면 글쓰기와 비슷하네요. 어딘지 모를 곳에 내던져진 뒤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요. 다른 점도 있습니다. 글쓰기는 독자를 상정하고 써야 하기에 실수가 용인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여행은 다릅니다. 여행은 잘 몰라도 됩니다. 미숙해도 됩니다. 미숙한 나가 용인되는 여정이 여행입니다.

 

나는 자책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사고가 발생하면 지나치게 나를 나무라지만, 여행은 실수하고, 사고가 나고, 무르팍이 깨져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자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게 당연한 겁니다. 다시 정리하면 글쓰기와 여행은 같은 계통이지만 양 극단에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 둘을 모두 좋아하는 게 그래서일까요.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솔직한’의 정의를 내려봅니다. 이미 말한 것처럼 구태여 나를 포장하지 않고, 어떤 태도를 가장하지 않는 사람. 그런 게 솔직한 거고, 저도 거기에 더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요? 음... 사실 아직 잘 모릅니다. 직업을 가지거나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런데 제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건 일관성은 없습니다. 낙하산을 타고 싶기도 하고, 내 이름이 걸린 책을 출판하고 싶기도 하고, 인형을 만들거나 농사를 짓고 싶기도 합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일관성이 있네요.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내 손으로 무얼 하는 것. 주체적인 일을 하는 것. 솔직한 사람이 되기 위해 능동적인 일들을 앞으로 해나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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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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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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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틀러
    • 잘 일었어요~~기자님~~훌륭 하십니다.큰 기둥이  되어 나날이 발전 되시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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