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달의 아이였을 어른들을 위한 동화 - 뮤지컬 '문스토리'

지구로 이주해온 달의 아이 이야기
글 입력 2021.05.28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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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만화가였지만 돌연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택시 운전사가 된 ‘이헌’, 그는 매일 밤 택시를 몰고 손님들이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방황하고 있었다.

 

모두가 잘만 견디는 것 같은 지구의 중력은 그에게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고, 홀로 집안에서 밤을 지새울 때면 외로움과 공허함에 사무쳐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다른 행성에 두고 온 것만 같이 말이다.

 

그런 이헌의 앞에 자신을 ‘달의 아이’라고 소개하는 ‘용’과 여자가 되어 찾아온 그의 오랜 친구 ‘린’이 등장하며 이 이야기의 서막이 열린다.

 

 

 

잔혹한 현실 속 어른들을 위로하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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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뮤지컬 <문스토리>를 관람하면서 극의 초반부에는 나도 모르게 현실과 상상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자 애를 썼던 것 같다.

 

이헌의 차에 부딪힌 후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나 자신이 달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용’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분명 세상을 떠났다고 했던 이헌의 오랜 친구이자 영혼의 단짝이었던 ‘린’은 어째서 여성의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 것인지, 이헌은 이들의 모습에 별로 놀라지도 않고 왜 자신의 망상으로 치부해버리는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 드는 스토리 속에서 줄자를 들고 경계선을 찾고 있던 나는 문득 이 극은 ‘동화’였다는 점을 깨닫았다. 동화에서는 애써 그 안의 현실을 찾아볼 필요가 없다. 동화는 그 자체로 현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완벽한 상상의 결과물이니까.

 

결국 이헌, 린, 용의 이야기는 엄격하고 때론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 속에서 누구나 해보았을 법한 상상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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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헌의 말대로 그의 앞에 나타난 용과 린의 모습은 그저 그의 상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정말로 저 멀리 지구를 돌고 있는 달에선 살던 아이들이자,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쉬는 존재일수도 있다.

 

사실 무엇이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현재를 살고 있는 이헌에게 이들의 존재는 그 자체 만으로 위로가 되고 삶의 원동력이 되어 준 것처럼, 때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상상이 현실을 바꿔 놓기도 한다.


때로는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동화 같은 상상이 필요하다. 비록 그것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거나 이미 현실에서 놓쳐버린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동화 없는 현실은 너무나 차갑고 잔혹하다. 아무도 상상을 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영화 속에서나 접한 디스토피아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현실에 숨통을 틔워 주는 역할을 하는 동화는 어린이들보다 어른에게 더욱 필요하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 달의 아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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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린이 살던 곳은 지구의 이웃 위성, 바로 달이었다. 달에는 토끼도 살지 않고 어린 왕자도 살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달의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걱정 없이 행복해 보이곤 했는데 마치 우리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함께 놀이를 하고 뛰어다니다 지치면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평화로운 나날은 평생 이어질 것만 같았지만 그들은 어느새 자라 버리고 말았고 점점 커가는 그들의 눈에는 지구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지구로 가는 길을 그들 중 누군가 알아낸 이후, 많은 이들은 지구를 동경하다 못해 그곳으로 건너 가 살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그들은 순수하고 해맑았던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로 이주한 이들은 달에서의 기억을 잊고 바쁘게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은 추억으로 묻어둔 채 우리는 항상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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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이헌의 기억을 되돌리고 더 많은 달의 아이를 찾기 위해 수연과 함께 인터넷 방송을 하는데 그가 말한 달의 아이의 특징들이 마음속에 너무나 깊이 와 닿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달의 아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무거운 지구의 중력이 익숙하지 않아 발걸음이 무겁고 너무나 빠른 지구의 자전 속도에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당신은 달의 아이이다. 지구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다.’라는 용의 말은 우리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것만 같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한번씩은 느껴 보았을 증상일 것이다. 누구나 반복되는 삶에 지치는 순간이 있고 뚜렷한 목적지도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현실에 발을 떼기 무서워 주저 앉아 본 적이 있다. 그런 우리 모두는 어쩌면 어린 시절 달에서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았을 달의 아이일지도 모른다.

 

달과는 너무 다른 환경인 지구에 적응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가 조금씩 느리고 힘든 것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

 

 


소외된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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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이헌의 오랜 친구이자 고아원 동기인 ‘린’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린은 신체적으로는 남성이었지만 여성이 되고 싶어 했고, 때문에 현실에서의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그녀는 달의 아이였을 자신을 동경했는지도 모른다. 성별도, 그 어떤 선천적 조건도 무의미한 자유로운 그 곳에서는 아무도 ‘린’의 존재 자체로 탓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지구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이 사회는 때로 선천적인 이유를 잣대로 사람을 재단하고 그들의 세상을 잔혹하게 만들곤 한다. 현실에 지쳐 달의 아이 이야기를 생각해낸 린을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린은 지구를 떠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유일하게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던 이헌조차 그를 완전히 이해해주진 못했다.


결국 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더이상 지금의 자신으로서 이 사회에서는 견딜 수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존재가 영원히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린은 이헌의 기억 속에 완벽한 여성의 모습이 되어 멋지게 되돌아왔다. 어떠한 제약도, 제한도, 린을 구속하는 그 무엇도 없는 자유로운 그 곳에서, 이헌이 린을 기억하는 한 린은 ‘아무데도’ 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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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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