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덕질은 이렇게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글 입력 2021.05.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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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모습이 크게 박혀 있는 전시 포스터는 작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구미를 당기게 한다. 대중성이란, 대중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대중 예술,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영화다. 나 역시 맥스 달튼과 그의 전시를 그렇게 만났다.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 전시는 맥스 달튼과 그가 사랑했던 영화와 각종 이야기들을 설명한다. 1부에서는 <스타워즈>를 비롯한 SF 영화를, 2부에서는 그 외의 각종 영화들을, 3부에서는 그와 웨스 앤더슨의 만남을, 4부에서는 영화광 맥스 달튼이 만들어낸 자신만의 이야기를, 5부에서는 음악과의 조우를 보여준다.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너 이 영화 알아? 이건 어때? 이건 당연히 알지? 하고 말을 거는 작품들에게 답을 하느라 하나도 그냥 지나쳐가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빈티지가 영화를 만날 때,


 

이 전시에서 맥스 달튼이 소개하는 영화는 천차만별이다.

 

우주 공상 과학 영화에서 로맨스, 스릴러까지 장르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옛날 옛적 30년도 더 된 영화부터 최근에 나온 <기생충>까지 시기도 다양한 영화들이 한 군데 모였다. 어쩌면 이곳이 종이들로 모인 국제 영화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색채가 뚜렷한 영화 일러스트들이 맥스 달튼의 작품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그 특유의 화풍이었다. 그 화풍에는 묘한 빈티지스러움이 담겼다. 나 역시 빈티지스러운 작품을 좋아하고, 작년 한 해는 미술부터 음악까지 레트로가 주요 트렌드였다. 물론 지금까지도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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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나온 영화도, 정말 옛날에 나온 영화도 결국은 모두 과거가 된다. 4K의 화질이 나오고 몇백 배의 줌 인이 되는 카메라가 개발되어도 먼 훗날엔 저화질의 낡은 감성이 될지 모른다. 과거의 것이 주는 매력은 그 시대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현재의 사람들에게는 새로움을 전한다는 묘함에서 온다.


본래 있던 것이 어떻게 새로움이 될까. 이미 나올 것은 거의 다 나왔다. 지나간 것과 새롭게 유행하는 것들은 서로 순서만 바뀌며 돌고 돌 뿐이다. 맥스 달튼의 빈티지함도 그렇다. 누군가는 3D로 있는 그대로의 부다페스트 호텔을 옮겨낼 수도 있다. 확대를 하고 들어가면 그 안에 내가 사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게 한다.


그러나 맥스 달튼의 평면적인 일러스트와 들쑥날쑥 정돈되지 않은 타이포는 이 영화가 그 시절에 나왔다면 이런 포스터였겠구나,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하는 상상력을 더하며 영화 그 자체가 아닌 맥스 달튼의 영화로 느껴지게 만든다.




환상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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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만큼 내 마음을 확 사로잡은 것은 전시장 그 자체였다.

 

어느 한 곳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영화는 말 그대로 환상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지만은 않는다. 그것은 다큐다. 사실에 허상을 섞거나 아예 환상이거나, 혹은 앞으로 이런 세계가 올 거다 하는 망상을 늘어놓은 것이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장 자체가 하나의 영화였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이미 이라는 영화 제목을 보여주며 시작되는 극 초입에 놓인 기분을 느꼈다. 3D 영화가 되기도 하는가 하면, 작품 옆에 표시된 QR코드가 BGM까지 깔아준다.


(물론 그 음악을 모두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다간 영화가 네다섯 시간 정도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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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테마에 맞는 벽 색깔과 인테리어 소품들, 마지막에 있는 영화 MVTI까지, 모든 것들이 영화다웠고, 맥스 달튼스러웠다. 전시 내내 나는 환상 속에 머물렀다. 이 전시는 제목처럼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 좋아하는 감독과 함께 일을 하고, 자신이 직접 동화를 쓰는 작가가 되는 마치 한 편의 영화 속 순간들을 보여주었다.




성덕이 된 맥스 달튼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 대문 역할을 하는 포스터와 전시장 입구부터 주인공이라 말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웨스 앤더슨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3부 전시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 진짜 성덕이네.

 

성덕은 성공한 덕후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웨스 앤더슨을 좋아했고, 그의 작품을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켰고, 끝내 그와 함께 작업을 하였다. 누가 봐도 이 사람은 완벽한 성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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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 책, 만화, 게임 등 다양한 예술의 장에서는 종종 2차 창작들이 일어난다. 누군가는 극 속의 캐릭터들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음악을 듣고 느껴지는 감정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하기도 하고, 가수나 배우로부터 영감을 받기도 한다.


맥스 달튼도 그렇다. 좋아하는 영화 속 캐릭터, 분위기, 장소 등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가지고 자신만의 작품으로 재해석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었다. 덕질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단순히 호감을 갖고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첨가하고, 다른 방식의 작품들을 파생시키는 힘은 애정, 빠져듦에서 비롯된다. 그런 사랑은 때로 꿈을 키워주기도 하고, 돈을 부르기도 하며 맥스 달튼처럼 원작자와 연결해 주기도 한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온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덕질은 이렇게 해야지. 좋아함에 실천력이 더해지면 이렇게 멋진 작품이 탄생하는구나, 그것들이 나를 더 발전시키고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비틀즈는 도대체!

 

여담으로 비틀즈의 대단함을 느껴 추가로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비틀즈가 한참 인기를 끌던 시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비틀즈의 명성이 대단했다는 것은 어렴풋이 들었으나 피부로 느낄 수는 없었다. 이미 우리에겐 전설이 된 과거의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비틀즈의 대단함을 현재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은 이런 작가들의 전시장이다. 이전에 앤디 워홀 전시에서도, 기억은 안 나지만 다른 작가의 전시에서도 언제나 음악 부문이 나오면 항상 비틀즈가 나왔다. 어떻게든 나왔고 그들로부터 받은 영감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비틀즈가 엄청났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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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이 진정한 명성이구나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사람 자체의 수명이나 이름이 닳아 사라지더라도,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후대의 사람들이 기억하고 존경하며 그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 자신만의 방식으로 팬심을 전하게 만드는 것, 전해져 내려온 누군가의 덕질이 계속해서 그 사람을 추억하게 만드는 것 같다.


결국 마무리하는 말은 ‘멋진 덕질을 하자!’가 되겠다.

 

가수든, 작가든, 무형의 예술이든 사랑하고 좋아하며 그것을 내 방식대로 남겨보려 한다. 그것들이 그저 한때의 추억으로 남을지 맥스 달튼처럼 성덕이나 성공으로 이끌지는 모르겠다만, 과거가 될 순간들에 남긴 것들이 훗날 내가 좋아했던 것을 오래 기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도 나는 충분한 성덕이 아닌가.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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