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덕후가 되어야 한다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글 입력 2021.05.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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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달튼_포스터_세로형_웹용.jpg

 

 

 

덕후가 되어야 한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둘 중 뭐가 될래?"


치열하게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처음 만나는 누구와도 막힘없이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런 ‘인싸’스러운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했다. 다양한 분야를 얕은 수준 정도로만 알고 있어도 상대와 가벼운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어떤 분야에 대한 관심은 ‘노력’보다는 ‘마음의 동요’가 필요했다. 영화 장르로 치자면, 누군가를 죽이고 쫓는 ‘범죄, 느와르’는 눈살이 찌푸려져 주인공이 총을 들고 있는 포스터라면 피했고,  ‘SF’는 ‘먼 훗날 이야기’라는 생각에 ‘신비한’, ‘00랜드’ 같은 제목의 영화는 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스페셜리스트는 몇 년 전까지만해도 ‘덕후’라는 대체어로 불리며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다. 소위 애니메이션이나 특정 가수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무리를 일컫는 말로 통용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재 한 분야의 ‘덕후’가 되었다. 마음이 동하는 분야에 말이다. 하지만 맥스 달튼만큼은 아니다. 그를 따라갈 자가 있을까.

 

 

Im afraid Dave.jpg


 

맥스 달튼은 ‘영화 덕후’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이다. (뮤지션과 작가로 활동하기도 한다.) 그는 영화 를 본 뒤 영화 속의 모든 오브제를 집합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일러스트로 재탄생시킨다. 전시장에 있는 작품만 해도 220여점이 넘는다.


특히 그는 ‘공상과학 키드’로 자랐다. ‘SF장르 덕후’인 것이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1900년도에 개봉된 영화를 보고 그린 작품이 있다.

 

 

 

“혹시 왓챠피디아 있으신지요?”



맥스 달튼을 만나면 셀카나 사인 요청보다는 질문을 먼저 할 것이다.


“왓챠피디아 있으시면 공유해주시겠어요?”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맥스 달튼과 영화 관람 내역이 동일한 사람이 부러웠다. 맥스달튼도 왓챠피디아를 사용한다면 훔쳐보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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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영화 중 하나인 영화 <기생충>이 전시되어있었다. 그는 박사장(이선균 역)의 저택을 한 프레임 안에 담았다. 영화에서는 각 층과 방을 독립적으로 나열했기에 집 전체 구조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맥스 달튼이 상상력과 약간의 공간감각 능력을 통해 박사장 집의 전체적인 단면을 보여줬다. 케이크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영화의 장면이 하나씩 스쳤다.

 

 

KakaoTalk_20210517_093259884.jpg

 

 

영화 <아멜리에>의 집과 그가 걷던 거리 그리고 파리의 배경과 분위기를 담은 작품이 있었다.

 

 

아멜리는 갑자기 삶의 완벽한 조화를 느꼈다. 모든 게 완벽한 듯 했다. 따스한 햇살, 향긋한 공기, 도시의 소음들조차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삶이 단순하고 명확해 보였다. 타인에 대한 살아과 인류애가 물밀 듯이 몰려왔다.

 

- 영화 <아멜리에>

 


영화의 한 구절과 나란히 놓여있는 맥스 달튼의 작품은 갤러리가 영화의 ‘행인1’이 되도록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맥스 달튼의 작품은 하나같이 갤러리의 세계관을 넓혀줬다. 영화의 한정적인 프레임으로 인해 갇힌 상상력을 그의 작품을 통해 넓혀줬다. 또한 영화의 비하인드를 보는 듯한, 주인공의 오프더레코드를 보는 듯한 은밀한 느낌까지 선사했다.


맥스 달튼이 본 영화를 모두 보고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표지 The Grand Budapest Hotel Cover 2015 아카이벌 페이퍼에 지클리 프린트 Giclee print on archival paper 91.5 X 122 cm.jpg


 

전시장에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등 영화 모티프 작품뿐만 아니라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고 '비틀즈'와 '밥 딜런'과 같은 음악적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한 LP 커버까지 전시되어 있다.

 

 

The Beatles, On The Rooftop.jpg

 

 

영화, 음악 그리고 캐릭터까지, 맥스달튼은 갤러리들의 상상력의 한계를 그림으로 채워주었다.

 

 

 

음악이란 타임머신



노래는 가성비 좋은 일기장이다. 종이, 휴대폰 등 따로 기록해두지 않아도 특정 음악을 들으면 그때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영화 OST 또한 마찬가지다.


전시장 입구에서 직원이 한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를 알려줬다. 작품 아래의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영화의 OST가 나온단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손에 쥔 팜플렛이 많기도 했고, 함께 간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전시를 보고 싶었다. 자연스레 QR코드를 무시했다. 하지만 내 불찰이었다.


음악은 한순간에 몰입감을 줬다.

 

 

우린 서로를 소유하지 않아요 We Belong to Nobody, and Nobody Belongs to Us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Inspired by Breakfast at Tiffany's 2017 Giclee print on archival paper 122 X 45.7 cm.jpg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영화 쥬라기 공원 Inspired by Jurassic Park 2019 아카이벌 페이퍼에 지클리 프린트 Giclee print on archival paper 91.5 X 122 cm.jpg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 - Monty Python And Holy Grail (Part1) (Medley)


영화 <왕좌의 게임> - Main Titles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 Moon River

 

 

음악과 맥스 달튼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해당 영화를 봤던 영화관의 공기,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휴대폰을 놓지 않았다.

 

 

 

맥스 달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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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 맥스 달튼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영화의 한 장면을 본인의 작품에 반영하는 것을 넘어서 영화에 담기지 않은 인물들의 감정과 이야기, 배경을 한 폭에 담아냈다. 진정한 영화 덕후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닐까.


또한 그의 그림체는 어른들에게는 상상력과 동심을 일깨워주고 아이들에게는 글을 그림으로 ‘환생’시켜주어 표현력을 기르고 상상력을 채워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제는 영화를 관람한 후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한 줄 후기와 함께 맥스 달튼의 작품을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이다.


그보다, 맥스 달튼이 본 영화를 모두 찾아봐야겠다.

 

 

[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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