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관객과 그림을 잇다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글 입력 2021.05.17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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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취미를 묻는다면 주저 없이 영화 감상과 전시 관람이라 답할 것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영화의 매력과 전시장을 거닐며 작품을 음미하는 시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전시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소식을 무심히 지나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포스터가 웨스 앤더슨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 마음은 이미 전시장 한가운데에 도착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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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and budapest night © Max Dalton

 

 

“저는 항상 영화와 일러스트레이션에 많은 관심이 있었어요. 이 두 세계를 연결 지을 것이라는 사실은 거의 정해진 바나 다름없었죠.”

 
- 맥스 달튼 인터뷰 중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맥스 달튼Max Dalton의 단독전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Max Dalton Moments in Film>이 마이아트뮤지엄에서 4월 16일부터 오는 7월 11일까지 열린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맥스 달튼은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20년 동안 대중문화를 재해석한 아티스트다.
 
그는 만화부터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하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쳐 왔다. 한국에서는 웨스 앤더슨 컬렉션 북의 일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 전시는 그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영화'를 매개로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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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Abrams Books. © 2013 Max Da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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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afonte © Max Dalton

 
 
전시는 영화광으로 알려진 맥스 달튼이 영화 속 장면을 포착해 일러스트로 재구성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는 현존하는 감독 중 웨스 앤더슨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실제 전시장의 몇몇 작품을 통해 깊은 애정이 드러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판타스틱 Mr. 폭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다양성 영화로 전무후무한 성적을 거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별도의 섹션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외에도 <스타워즈>, <킹콩>, <가위손>, <킬빌>, <이터널 선샤인> 등 시대를 가로지르는 명작들이 맥스 달튼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됐다.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복잡한 스토리를 압축해서 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영화 속에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이미지를 완성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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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imi Hendrix Experience

 
 
맥스 달튼의 작품은 음악,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를 아우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틀즈'와 '밥 딜런'과 같은 음악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린 LP 커버와 동화책 일러스트 등의 리미티드 에디션 포스터, 드로잉, 수채를 포함해 다양한 작품 2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 영화 '기생충'과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의 포스터 일러스트와 미공개 연작 8점, 초안 드로잉 등을 최초로 공개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시는 주제에 따라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분된다. 1부 '우주적 상상력', 2부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 3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 4부 '맥스의 고유한 세계', 5부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1부에서 3부까지는 주로 영화를 다루고, 4부와 5부에서는 영화 외에도 맥스가 애정을 두는 분야를 다룬다.
 
 

1부 우주적 상상력 ©마이아트뮤지엄.jpg

1부 우주적 상상력 ©마이아트뮤지엄

 
 
1부 '우주적 상상력' 섹션에 들어서면 맥스 달튼이 재해석한 SF 영화 작품이 한눈에 보인다. 맥스 달튼은 어린 시절부터 공상과학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가 담아낸 SF영화는 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스타워즈>부터 비교적 최근 개봉작인 <그래비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닥터 후>, <릭 앤 모티>등 유명 TV 시리즈를 오마주한 그림도 있다. 요다, 다스베이더, 월-E 등 대중적인 캐릭터들부터 엑스트라까지 놓치지 않고 다룬다. 보통 영화 감상을 마치면 주요 캐릭터들만 기억에 남기 마련인데, 맥스는 모든 캐릭터에 두루 눈길을 둔다. 극 중에서 차지한 비중과 무관하게 비슷한 크기의 전신상으로 배열해 소개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부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 ©마이아트뮤지엄.jpg

2부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 ©마이아트뮤지엄

 
 
가장 흥미롭게 본 섹션은 2부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이다. 로맨스 영화나 공상과학 영화, 스릴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취향의 선택지가 넓어졌달까. 맥스는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지난 반세기 동안 영화사에 손꼽는 명작들을 다뤘는데, 그래서인지 익숙한 캐릭터들이 많았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캔버스에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맥스의 손을 거쳐 재창조된다. 이를테면, 영화 <가위손>의 인물이 종이 인형처럼 그려지거나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내러티브가 주사위 게임처럼 표현되는 식이다.
 
이처럼 잘 알려진 영화를 유쾌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 형태로 소개해 재미를 더한다.
 
 

3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 ©마이아트뮤지엄.jpg

3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 ©마이아트뮤지엄

 
 
3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는 웨스 앤더슨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웨스 앤더슨은 아름다운 미장센과 동화 같은 판타지로 전 세계에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영화감독이다.
 
맥스 달튼 또한 <로얄 테넌바움>으로 웨스 앤더슨의 작품을 처음 접했고, 그의 영화 세계에 깊이 빠져들어 〈로얄 테넌바움〉을 모티프로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 『웨스 앤더슨 컬렉션』 책 작업을 진행하며 특별한 인연이 이어진다. 이 책이 큰 인기를 끌며 맥스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발판이 됐다.
 


The Lonely Typewriter Copyright © 2010 by Peter Ackerman and Max Dalton..jpg

The Lonely Typewriter Copyright © 2010 by Peter Ackerman and Max Dalton.


The Lonely Phone Booth Copyright © 2010 by Peter Ackerman and Max Dalton..jpg

The Lonely Phone Booth Copyright © 2010 by Peter Ackerman and Max Dalton.

 
 
4부 '맥스의 고유한 세계'와 5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는 맥스가 애정을 갖는 분야를 다룬다. 그는 어린 시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겨서 그림 그리기, 책 읽기, 곡 연주하기와 영화 보기가 취미였다고 한다. 그래서 한때 뮤지션을 꿈꾸기도 했고, 그림을 그릴 때는 늘 음악과 함께한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오래된 것들에 관심을 둔다. 빈티지 동화책을 수집하기도 하고, 직접 동화책 표지와 삽화를 그릴 때면 공중전화기처럼 고전적인 소재를 가져오기도 한다. 잊힌 것들을 사람들에게 다시 보여주며 따뜻함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음악에서도 그의 레트로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전시에서 레코드판(LP)의 커버에 그가 존경하는 80~90년대 뮤지션들을 그렸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바이닐로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5부, 사운드 오브 뮤직 ©마이아트뮤지엄.jpg

5부 사운드 오브 뮤직 ©마이아트뮤지엄

 
 
5부까지 둘러보면 전시 막바지다. 이때, 또 하나의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 전시관 내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인 '당신을 위한 영화 취향 테스트(MvTI)'다. 맥스가 <반지의 제왕> 속 여정을 주사위 게임으로 표현했듯 전시의 마지막도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마무리된다.
 
영화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다 보면, 취향에 맞는 장르를 확인할 수 있다(QR코드가 새겨진 작은 책갈피는 덤이다). 평소엔 큰 흥미가 없었던 놀이도 전시장에서 체험하니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같이 전시장에 방문한 지인과 결과를 공유하며 웃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전시 전체적인 분위기가 작가와 관객의 정서적인 교감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영화의 요소들을 숨겨두어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연계로 영화 OST를 제공해 그림에 대한 몰입을 돕는 것이 그렇다('웨이브'와 '지니뮤직'과의 콜라보). 이를 통해 관객은 이전까지의 기억과 감정을 되살리고, 새로운 영화 경험을 쌓게 된다. 영화는 그림과 관객을 잇는 역할인 셈이다.
 

[김세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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