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앤디 워홀 작품을 감상하며 - 앤디 워홀展: 비기닝 서울

글 입력 2021.04.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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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인가.

 

수도 없이 질문해왔다. 비록, 난 미적 감각도 없고 미술 작품을 이해하는 배경지식은 더욱 없는 사람이지만, 기꺼이 미술 작품을 향유하기를 즐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난 미적 감각이나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 반대로 그런 감각 있는 사람들의 세계는 어떨까 궁금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예술가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며, 그걸 또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관심이 많다.

 

‘예술’을 명확히 정의 내리고자 던진 말이 아니다. 새로운 예술가들, 그리고 그들의 낯선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떠오르는 질문이다.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이길래.

 

한 예술가는 '예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예술은 당신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앤디워홀.jpg


 

바로, 앤디 워홀이다.

 

앤디 워홀은 현대 미술의 아이콘, 팝아트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로 익히 들어왔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유명한 작품으로는, 똑같은 이미지이지만 다른 색만 입힌 마릴린 먼로 작품, 그리고 여러 개의 똑같은 통조림을 나열한 작품이겠다.

 

다만, 핵심이 빠졌다. 앤디 워홀의 예술 세계에 제대로 발을 들여 관찰해 본 적이 없다는 것. 그는 어떤 의도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가, 그게 어떻게 예술이 되고, 지금의 ‘팝아트의 아이콘’으로 알려지게 된 걸까 이러한 일련의 질문들이 떠올랐다. 앤디 워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았고, 그래서 궁금했다. 마침 앤디 워홀이 국내 대규모 회고전으로 찾아왔다 하니 반가운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다.

 

그전에, 이것 하나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나에게 미술 감상이란, 처음 작품을 본 순간 오롯이 눈과 머리에 느낌을 맡기는 일이다.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시선을 따르고, 자연스럽게 눈길이 더 머무는 작품에 천천히 느낌을 머금고 사유한다. 그러고 나서 생기는 감정이나 구체적인 단상들을 기록한다. 이번 앤디 워홀 전시도 그런 방식으로 감상했다.

 

그럼 <앤디 워홀展: 비기닝 서울> 감상을 시작하겠다.

 

 

 

앤디 워홀展: 비기닝 서울 - 내가 보고 느낀 것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 (ANDY WARHOL : BEGINNING SEOUL)>전은 2월 25일부터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내 뮤지엄인 ALT.1에서 개관전으로 오픈된 전시로, 국내에서 그동안 수차례의 앤디 워홀 전시가 있었지만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의 주요 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하는 대규모 투어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시는 키워드 별로 총 6개의 구역으로 구성되며, 앤디 워홀을 대표하는 마릴린 먼로, 꽃 등 시그니처 판화 작품은 물론이고, 쉽게 볼 수 없었던 그의 드로잉 작품을 포함한 153점을 공개한다.

 

- <앤디 워홀展 비기닝 서울> 보도자료

 


6구역으로 나뉜 섹션을 하나씩 거치다 보면, 그의 작품과 연관된 비하인드 스토리와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는 그의 예술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요컨대 이런 이야기가 있다.

 

“돈 버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다”라고 말했을 만큼 어린 시절 외롭고 가난했던 그에게 ‘예술’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돈을 벌어야 했고, 그의 어머니이자 우상이기도 했던 줄리아는 일찍이 그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고 적극적인 지지를 해 주었다.

 

그렇게 예술로 돈을 벌 궁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다량 생산’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실크스크린 작업을 하게 된 것도 장난이었다.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을 뜻하는 말 같기도, 신의 장난 같기도 한 그의 말이 이미 그가 예술인으로서 운명의 길이 시작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먼저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눈길이 닿았던 작품은 그의 자화상이었다.

 

누군가 그려낸 자화상을 보면 알지 못할 묘한 느낌이 든다. 내 얼굴의 주인은 나 자신이고 오랜 시간 더듬거리고 감각할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절대로 내 얼굴을 직접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예술가들은 기꺼이 본인의 얼굴을 그대로 자화상으로 그려낸다. 거울을 투영한 모습, 사진으로 찍힌 모습, 다른 누군가가 보는 내 얼굴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어쩌면 더 깊게 나 자신을 마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스스로 나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자화상을 그리는 예술가들이 참으로 신기하다. 어떻게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을 수 있을까, 자신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화상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또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러한 일련의 생각들이 떠오른다.

 

실제 앤디 워홀의 사진과 비교했을 때, 앤디 워홀이 그려낸 자화상에서는 형체 자체는 누가 봐도 앤디 워홀이다는 확신은 들지만,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삐죽 날이 서 있는 머리 스타일이며, 그리 뚜렷하지 않은 테두리에, 비록 색은 빛바랬지만 강렬했다. 흑백 자화상도 그랬다. 그는 자신을 어떻게 보는 걸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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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가다듬을 새 없이 눈길을 사로잡은 다음 작품은, 디지털 화면 상으로만 봤던 마릴린 먼로 시리즈였다.

 

마릴린 먼로 옆에 마릴린 먼로, 또 그 옆에 마릴린 먼로들이 줄을 이어 가로로 크게 한 쪽 전시 벽면을 꽉 채웠다. 엄마와 함께 전시를 보러 갔는데,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격하게 반응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작품이었다. 작품의 크기가 생각보다 크기도 했고, 색채가 워낙 강렬하고 뚜렷했기 때문에 길게는 몇 분간 눈을 사로잡을 만한 작품이었다.


우리는 입 모아 말했다. “강렬하다.” 같은 형태의 작품을 보더라도 다가오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어떤 색의 마릴린 먼로는 더 환해 보이고, 슬퍼 보이고, 화나 보이고, 무뚝뚝해 보인다. 분명 같은 표정과 같은 형상의 마릴린 먼로인데 말이다. 오로지 다른 색 배합만으로도 각 작품에 대한 감상이 달라졌다.

 

이렇게 같아 보이는 그림에도 독특하고 강렬한 색 조합을 통해 완전히 다른 새로운 느낌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앤디 워홀 작품의 매력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조금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외에도, 앤디 워홀 작품의 핵심이기도 한 실크 스크린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캠벨 수프’ 시리즈가 있었고, 지폐, 티켓, 과일 같은 익숙한 사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유명 인사와 무명의 인물들의 초상화, 이외에도 꽃, 소, 자연물, 앨범 커버까지 아우르는 그의 다양한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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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앤디 워홀의 작품들 사이로 공통되는 특징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드로잉은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최대한 간단히 표현하되, 그 위에 대비되는 강렬한 색채를 2가지 이상 조합하는 것이었다. 마치 지금의 콜라주와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앤디 워홀 작품의 묘미이다. 여러분에게는 앤디 워홀의 어떤 색 조합의, 어떤 작품에 더 눈길이 오래 머무는지, 직접 가서 작품을 감상해 보길 바란다.

 

 

 

앤디 워홀이 생각한 본인, 예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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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deeply superficial person 나는 깊숙하게 얄팍한 사람이다."

 

"모든 것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보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스스로를 반복한다. 모든 것은 반복일 뿐인데 사람들이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놀랍다."

 

-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절

 


그는 자신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물의 속성도 아주 잘 이해했다. 같아 보이는 것도 같은 것이 아님을, 아름답다 생각한 것도 모두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님을, 앤디 워홀은 일찍이 깨달은 듯하다.

 

앤디 워홀의 작품에는 어떤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 예술이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는 그가 캔버스에 담아낸 소재들을 보면 나타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사물, 유명한 인물, 꽃, 소, 자연물, 모두 그가 생각하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을 작품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앤디 워홀은 조금 색만 달리하면 또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 눈에 쉽게 보이는 모든 것들을 예술 작품으로 재생산해 냈다. 친숙한 소재들로 일단 시선을 끌었고, 강렬한 색채로 사람들에게 묘하고도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고 잠시 작품에 눈길을 머물게 했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고, 현재는 그의 존재, 작품, 예술관 자체로 ‘앤디 워홀’이라는 새로운 아이콘이 생겨났다.

 

“예술은 당신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 앤디 워홀


다시 예술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앤디 워홀의 모든 작품이 와닿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시선으로 담아낸 캔버스에서 이제껏 내가 보지 못한 사물, 사람, 자연물의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것들은 충분히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이어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의 일상을 벗어나게 만드는 것을 떠나, 과연 나는 어떤 것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어떤 자극을 받고 살아가느냐고.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보니, 그 답들이 나의 예술 세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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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신송희 에디터.jpg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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