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주 평범한 사람을 위한 큐레이터 교육 [미술/전시]

평범한 관람객이 시민 큐레이터 교육에 기대하는 것
글 입력 2021.04.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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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인 4월 셋째 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시민 큐레이터 교육이 시작되었다. 나는 두 번의 지원 끝에 수강권을 획득하였다. 시민 큐레이터 교육의 존재는 작년부터 알고 있었으나, 그때는 참여할 수가 없었다. 교육 인원의 대부분을 선발하는 추첨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시민 큐레이터 교육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고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에 대한 의리 때문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큐레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사방에 공언하고 다녔으나, 시시하게도 현재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랬기 때문에 교육에 들어간 '시민 큐레이터’라는 이름만 보고 두 번이나 곧장 지원에 나섰다. 교육에 선발되어 그 꿈과 낡은 의리를 지킬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뻤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궁금해졌다. 그런 나의 목적에 적절한 교육에 참여한 건가?

 

이 프로그램이 무엇을 위한 프로그램인지에 대해 궁금증이 떠올랐다. 누가 참여하고, 왜 만든 걸까?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큐레이터라는 이름에 대해 떠올리는 어려운 이미지에 비해 상당히 간결한 선발 방식인 추첨을 통해 교육 대상자를 정하고 있었다. 시민들 중 전시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 인 건가? 나처럼 큐레이터에 대한 동경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체험판인 걸까? 이 글은 그런 점에 대해 살펴보고, 시민 큐레이터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눠보자는 차원에서 작성해 보기로 했다.

 

 

 

시민 큐레이터 교육에 대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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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캡쳐

 

 

먼저 이 교육의 내용을 소개할 필요가 있겠다. 교육은 크게 두 가지 파트로 이루어진다. 그중 1단계는 전시 기획과 관련된 강의로 이루어진다. 전체 강의의 70% 이상을 수강하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고, 2단계에 지원할 자격을 갖추게 된다. 강의내용은 전시 기획과 관련된 이론, 전시 홍보, 복원, 미술 글쓰기, 기획서 작성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1단계 교육 대상자를 두 분야로 나누어 뽑는다는 점이다. 전체 선발 인원 150명 중 30%는 경력단절 미술 관련 전공자 및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은 심사선발이 된다. 나머지 인원은 일반 지원자 중 추첨을 통해 선발된다. 전공자와 추첨을 통해 뽑힌 일반 지원자 모두에게 같은 내용의 교육이 지원된다는 점에서, 교육의 내용이 상당히 포괄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단순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인원이 상당히 많은 만큼,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나와 같이 평범한 지원자에게도 꽤 많은 선발 가능성이 있는 편이다.

 

2단계에서는 교육 이후 제출한 전시 기획서를 바탕으로 전시를 진행할 시민 큐레이터를 선발한다. 즉, 시민 큐레이터가 실제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할 기회를 얻게 된다. 여기에는 일정 자금과 멘토링, 전시 홍보 등 실무에 필요할 여러 요소가 지원된다. 다만, 작년부터 시행되는 2단계 전시 기획 및 운영은 대상자가 역대 시민 큐레이터 교육 참여자로 바뀌는 등 약간의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교육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실무 전시 기획의 기회가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민을 위한 큐레이터 교육, 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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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의 시민 큐레이터 교육은 2015년 처음 시작되었다. 그 해 발행된 <서울 시민 큐레이터 2015 결과 보고서>의 시작에는 변화하는 뮤지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뮤지엄 안에서의 대중의 모습은 더는 교화 대상이거나, 숙련된 큐레이터의 전시를 감상하는 ‚수용자로서 관람객‘의 역할에 머물러 있지 않다. 즉 뮤지엄 안의 전시물과 공간의 모든 매체와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해석의 주체로서 등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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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브루클린 뮤지엄(Brooklyn Museum) 홈페이지 캡쳐

 

 

여기에 함께 언급된 미국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있었던 사례를 잠깐 살펴보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시민들은 직접 전시에 올릴 작품 후보군을 선정하였다.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한 예술가들의 스튜디오를 개방하고, 시민들이 이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로부터 10명의 후보자를 추천받았다. 이 과정에는 추산으로만 18,000명의 사람이 참여했다고 한다.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오늘날의 미술관은 더는 단순히 관람객들에게 작품에 대한 정보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방향적인 소통자가 아니다. 뮤지엄에 대해 오늘날의 관람객들이 요구하는 것은 더욱 다양해졌고, 미술관 역시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추어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한다.

 

이러한 변화는 전시 방법과 교육 등 미술관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들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시민 큐레이터 교육 역시, 수용자로서 역할에 멈춰 있었던 관람객들을 더욱 더 적극적으로 미술관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시도였다. 이를 통해 미술관은 여러 주체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이 되고, 미술관이 나눌 수 있는 논의 역시 일반 시민의 삶을 포괄하면서 더욱 확장될 것이다. 관람자 역시 시민 큐레이터를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 경험함을 통해서 시민의 목소리를 담는 미술관이자 변화하는 오늘날의 미술관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시민 큐레이터 교육의 목적 자체가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함보다는 미술관 안에서 관람객과의 새로운 소통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교육프로그램의 전제가 누구나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있고, 실제로 경력 단절 전공자들에게는 교육과 실무 경험을 통해 전문가로 성장해 나기 위한 좋은 발판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10회 남짓한 교육으로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식과 경험을 대체할 수 없다. 그러니 시민 큐레이터 교육을 참여하는 입장에서도, 단순히 앞으로 내가 갖출 전문적이고 실무적인 지식과 전시 기획의 기회 만에 집중하는 것은 아쉬운 선택이 될 것이다.

 

 

 

시민 큐레이터 교육에서 기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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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획 실무 경험과 그로 인한 전문가로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나는 비전공자로서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교육을 통해 진로의 가능성을 넓히고자 하는 사람이 아닌, 나와 같이 평범한 또 다른 관람객의 관점에서 이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박물관이 일방향적인 소통의 방식에서 벗어나고, 관람객의 참여를 다각도에서 끌어내기 위해 변화하지만, 그것을 성공하게 하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은 관람객에도 마찬가지이다. 나 역시도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여전히 미술관에서 대부분 시간을 전시의 메시지를 읽어내는데 골몰한다. 그 바쁘고 치열한 과정을 통해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여 똑똑한 관람객이 되기 위해 애를 쓸 뿐이다.

 

시민 큐레이터 교육을 고정된 전시와 나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변화하는 뮤지엄을 직접 체험하고, 나의 목소리가 반영된 미술관을 상상하며, 미술관 안에서 내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스스로 확장해보는 것. 큐레이터 교육을 통해 확장된 지식과 경험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런 것으로 초점을 맞추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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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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