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이가 든다

열심히 따라잡고 있다
글 입력 2021.04.1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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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


나는 젊은 사람이고 청년이고 앞길이 창창하다. 어디 가서 나이 들었다고 하면 욕먹기 좋은 나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나이 들어가는 순간에 발을 들인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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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1020이 메인으로 소비하는 콘텐츠나 그들의 문화를 ‘요즘 것’이라고 한다. 모르면 뒤처지는 거고, 알면 요즘 사람대접해준다.

 

TV 세대 때야 유행의 시작이 TV고 인터넷이 그 파급력의 영향을 받았다면 지금은 유튜브나 인터넷 밈이 유행이 되고 TV 프로그램은 그걸 브라운관으로 가져와 보여준다. 인터넷 열심히 하지 않으면 모를 것들이 많아진다. 나야 인터넷 열심히 하니까 얼추 안다지만 가끔 TV에서 인터넷 밈을 그대로 가져가 쓰는 걸 보면 참 맥락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 세대는 저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싶기도 하고.


요즘 애들은 TV에는 옛날 사람만 나온다고 하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생각해보면 ‘최신’이란 개념은 다른 매체가 아닌 인터넷이란 생각이 든다. 웹상에서 화제가 되어 뉴스로 보도되기도 하니 그 말이 틀린 것 같지도 않다. 낮시간에 뉴스를 보면 인터넷에서 화제 되는 영상이 등장하곤 한다. 인터넷 유행이 어제 오늘 일이겠냐마는 어쩐지 인터넷, 유튜브 이외의 것은 모두 도태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유튜브를 보면서 엄마는 나름의 신세대가 되었다. 브이로그를 보고 먹방을 보고 동물 영상을 보는 엄마는 나름의 취향이 생겨서 누구 방송이 좋고 누구는 별로라더라 하면서 라이브를 하면 들어가서 챙겨보기까지 한다. 엄마의 동물 최애 채널은 매탈남이고 먹방은 입짧은 햇님이라고 한다. 예전 영상을 보는 줄 알았는데 라이브를 보고 있었고 시간이 나면 브이로그까지 챙겨보고 있었다.

 

*


몇 년 전에 인터넷에서 요즘 애들이 검색하는 법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궁금한 게 생기면 더는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이 아닌 유튜브에 검색한다는 것. 웹페이지에 줄글 대신 기계가 긴 시간 동안 읊어주는 걸 더 선호한다는 얘기에 기성세대는 그저 의아하기만 했다. 간단한 정보를 긴 시간 들여 검색할 시간에 줄글 쓱 읽는 게 편한 옛날 사람이지만 생각해보면 유튜브란 영상 매체가 등장하고 나서 많은 것들이 편해지긴 했다.


유튜브의 등장을 기억한다. 갑자기 웬 동영상 플랫폼이 생기더니 오래된 노래 영상이 올라와서 신기해했다. 당시 내 관심사가 음악이었던지라 다른 건 모르겠고 누가 귀한 영상을 올려주는 좋은 곳이라 생각했다. 이젠 시간이 지난다고 자료가 사라지지 않고 유튜브에 남아있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예전엔 MP3 파일을 블로그에 올려서 서로 공유하며 듣곤 했는데 그게 유튜브로 넘어갈 수 있겠단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렸으니 유튜브로 이것저것 할 생각보다 주어진 걸 받아먹느라 바빴지만, 어쨌든 내가 본 유튜브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예전엔 궁금한 게 있으면 구글에 튜토리얼을 검색했다. 이제는 위빙이나 자수하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유튜브에 검색해본다. 한 땀 한 땀 느리고 크고 자세하게 보여준다. 예전에는 화장품이 궁금하면 네이버에 들어가 뷰티블로거의 포스팅을 참고했는데 이젠 유튜브에서 뷰티유튜버들의 제품 소개와 추천과 타제품과의 비교까지 한 번에 해주는 동영상을 본다. 여행지 숙소가 궁금하면 인터넷 이미지 검색 결과를 조각조각 땃따따 이어붙여 생각했다면 이젠 유튜브에서 객실 전체와 공간 구석구석 보여주는 동영상을 보고 파악한다. 유행을 떠나 몹시 유용하기 그지없다. 가만히 누워서 별걸 다 들여다볼 수 있다.

 

라떼는 신기한 플랫폼의 등장이었는데 요즘 애들은 이미 발전된 미디어 매체인 유튜브를 TV 보듯 받아들였다. 그게 그들과 나의 차이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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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을 하다가 #FUN에 올라온 유머 글을 본다. 다음카페의 인기 글을 본다. 더쿠 핫게를 훑는다. 그래도 나는 요즘의 것들을 다 알 수 없다. 수능 언수외 시대 사람이라 국수탐 백분율 어쩌구하는 기사를 보면 다른 것보다 세상 많이 달라졌단 생각부터 하고 마니까 실시간으로 체감하지 못한다.

 

지금이야 열심히 인터넷 하면서 뒤처지지 않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유행을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며 낯설어하는 걸 반복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그때의 나는 유행을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주류가 아니게 되는 상황은 나를 어떻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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